▲생전에 종교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했던 법정스님과 김수환 추기경
<김원동칼럼> 깊은 가르침 남기고 가신 법정스님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이어 한국 종교계의 또 하나의 큰 별인 법정스님이 지난 11일 입적(入寂)하셨다.
두 분 공히 종교간의 벽을 허물기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신 한국 종교계의 보기 드문 거목들이시다. 스스로가 바보라고 호칭하며 가난한 이웃들에게 사심 없이 접근 봉사하며 성직을 수행한 김 추기경과 무소유라는 브랜드의 대명사가 된 법정스님 또한 무소유를 실천하며 평생 동안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는 출가 수행자로써 본분을 지키셨던 분이다.
평생을 조용히 살다가도 입적이라는 한문의 의미처럼 또 한번 조용하게 찾아가시는 마지막 길에서도 그는 입적 하루전날 이런 말을 남겼다. 행여 남은 내 것이 조금이라도 있거든 밝고 명랑한 사회를 위한 일에 보태어 달라 했고 장례를 아주 검소하게 치를 것을 유언으로 남기며 이제 시간과 공간을 마감해야겠다며 눈을 감으셨다.
남은 것을 운운하시듯 그의 무소유론은 완전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가짐이야 왜 없어야겠다고 하셨겠는가. 단 소유면에서 비운 상태에는 청청한 울림이 들리지만 과하게 채워졌을 때는 울림이 없는 얽매임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리고 내가 조금 과하게 가졌을 때는 어느 누군가는 좀 모자람을 느끼게 된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의 소유론은 꼭 물질적 면에서만은 아니다. 천주교는 그렇지 않지만 개신교와 불교에는 엄청나게 많은 소유욕을 채우기에 충분한 감투가 널려 있다. 그 감투를 소유하기 위해 불교에서는 더러 헤게머니를 잡기 위한 술책으로 폭력승들도 마다 않고 동원되는가하면 개신교에서는 총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몇 십억의 선거자금을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불교계의 대표적인 스님이자 국민에게 정신적인 지주였던 법정은 조그마한 사찰의 주지스님 감투도 써 본적이 없는 철저한 무소유를 실천했다.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이면 국민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정신세계 확립을 위한 글을 쓰셨고 난제로 여겨진 채 아무도 쉽사리 접근 못하는 종교간의 벽을 허무는데 그는 남다른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천주교의 대표적 문인이라 할 수 있는 이혜인 수녀와 법정스님 간에 병마와 싸우면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오간 병상 위로편지에도 이런 것이 있어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예수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겪는 일(투병생활)은 조그마한 모래알에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도 주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법정스님의 편지였다. 그리고 스님의 입적을 애달프게 노래한 수녀님의 글이다.
“스님, 아무리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수행자라지만 이별에 대한 이 슬픔은 감당이 잘 안됩니다. 어떤 말로도 마음의 빛깔을 표현키 어렵습니다”라는 글로 심경을 토로한 이혜인 수녀님은 스님을 그리워하는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꽃으로 피어나며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 달로 떠오르라며 고인에게 눈물어린 마지막 작별인사를 드렸다.
스님은 수녀님께 예수님의 고난을, 수녀님은 스님에게 부처님의 영상을 떠 올리는 이 기막힌 사랑의 글은 좀 채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글이다. 갈등 반목질시, 그리고 배타적으로 일관하는 종교간의 벽을 허물려던 두 분의 종교지도자가 1년차로 선종하시고 입적하셨다.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스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비워진 거목들의 공간을 누가 채울지 걱정이다. 종교간의 벽은 허물어야 하는데…… (kwd70@hotmail.com) <728/2010-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