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폭행의 추억 남기려는 엽기적 졸업문화
한국은 지금 중고등 학생들의 엽기적인 졸업 뒤풀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재발방지와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긴급지시를 할 정도의 한국사회에 만연된 시급히 치유되어야 할 중병(重病)가운데 하나다.
가해(加害)학생들의 부모들은 그 또래에서 무의식중에 저지른 행위에 법의 잣대를 대는 건 가혹하다며 피해학생들이나 그 부모들을 전혀 배려치 않는 몰상식한 발언으로 졸업뒤풀이라는 것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기분전환용 쯤으로 가볍게 치부하는 꼴이 부모나 자식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추억을 남기기 위한 일종의 전통이고 문화라는 어불성설의 억지 주장을 하는 그 문제 학생들의 꼴은 더욱 가관이다. 졸업에 대한 건전한 추억이 아닌 폭력의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엽기적인 행동을 반성이 아닌 문화라는 미명하에 미화하려 든다.
여학생들의 경우 교복을 찢고 완전 나체나 반나체의 거의 알몸으로 만든 뒤, 물속으로 떠밀거나 거리로 내치는 사나운 풍경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유포되며 피해 학생은 물론 그 학부모들이 받는 충격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생이 교사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인터넷 보급과 사용률이 세계최고라는 별천지에서 그들은 어느 때고 정서를 파괴하는 무기(화면)를 대하기가 어렵잖다. 부모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안방극장에서는 불륜이 시리즈로 쉴 세 없이 이어져 나온다. 도무지 배울 것이라고는 없는 타락한 사회가 그들의 뒤풀이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정치 문화 사회 어느 분야에서도 그들이 배우고 본받을 것이 없는 게 오늘의 대한민국 현주소다.
이쯤 되면 패륜적이고 타락된 모습의 엽기적인 졸업문화가 정착할 수밖에 없는 토양을 만든 주범이 누구인가는 정답이 나온다.
남학생들의 폭력행태는 그곳이 법치국가인가 싶을 정도다. 졸업뒤풀이 집단폭행에는 살인무기인 야구방망이와 함께 분말 소화기까지 동원된다.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분간 못할 일부는 알몸 혹은 삼각팬티 만 겨우 걸친 채 미치광이가 되어 거리로 뛰쳐나오며 악을 쓴다. 경찰과 소방차까지 출동한다. 미풍양속(美風良俗)을 해치는 그들을 잡으려는 경찰을 향해선 “날 잡아봐라”하고 놀리는 장면도 화면에 나온다.
배우는 고통은 순간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을 간다는 사실도 모른다. 졸업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도 그들은 알 리 없다.
더욱 충격적인 모습으로 졸업식 직후 두부를 한 모금 먹는 학생도 화면에 튀어나온다. 감옥생활을 마쳤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 졸업식 뒤풀이 문화가 이렇게 저질이 또 있을까 싶다. 자신은 못 배웠어도 자식만은 공부를 시켜야한다는 일념에서 죽는 힘을 다 해 번 돈으로 공부시킨 자식이 그런 엽기적이고 퇴폐적인 졸업문화에 일원으로 가담되었거나 희생되었다면 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고 싶지 않을까!
조폭성 막장졸업식 소식 가운데 작지만 아름다운 짤막한 기사가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기도 했다.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교복을 입혀주고 정든 교정을 떠나던 그 반포중학교의 흐뭇한 풍경은 필자로 하여금 반세기도 훨씬 넘은 졸업노래 가사 한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라며 졸업장을 든 고사리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합창하던 그 때의 아름답고 그 순수했던 졸업식 광경 말이다. 이제 그런 졸업식은 없는가. 폭행의 추억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의 졸업식 말이다. (kwd70@hotmail.com) <725/201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