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왜 하필 세종(世宗)시 인가?
정부는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원안수정은 불가피하다고 난리고, 야당은 물론 박근혜는 일수불퇴론을 외치며 여당내에서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목불인견(目不忍見)의 개싸움 판을 벌린다. 정치권은 수정안이든 수정 반대든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암호 같은 궤변만 늘어놓으면서 헷갈리게 논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시종 저희들만을 위한 이기주의적인 발상에서 천박한 정치논리로 그들은 국민을 마냥 우롱하고 있다.
국민여론을 먼저 수렴도 안하고 연구나 철저한 사전검증도 없이 저희끼리 청와대에서 쑥덕거리며 수정안을 먼저 작성해놓고 국민여론을 아전인수 식으로 유도하며 자신들의 세종시 수정안을 안 따르면 재앙이 올 것이라고 국민을 상대로 협박도 한다. 이 문제만큼은 한 통속이 된 친박계와 야당은 수정안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데서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저들이 언제 국민과의 약속이나 신뢰를 지킨 것처럼 위장한 채 말장난을 친다. 세종시라는 이 천문학적 고(高)비용이 소모되는 일에 실패가 온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맡을 몫이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죽기 살기식으로 열을 올린다.
목하 개싸움으로 번진 세종시나 4대강 문제 등은 일과성 아젠다가 아니다. 현 정권은 물론 다음 정권까지도 곳곳에서 여진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문제다. 밀어붙이면 되더라, 임기웅변으로 다 넘어가더라는 자신의 건설회사 CEO시절의 경험과 성공담을 국가경영에 그대로 접목해 보려는 대통령의 아집이 불러일으킨 이 엄청난 난제들 앞에서 미래는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래서 불가피 장기전으로 들어갈 난제이지만 우선 그 문제의 미래도시에 대한 명칭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늦게 깨우친 목소리지만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주간이다.
노무현 스스로가 말했듯이 “재미 좀 봤다”는 소위 세종시 건설 계획안은 문자 그대로 노무현이 충청표를 의식하고 잔머리 굴려 만든 대국민사기극이며 거기에 얹혀 나온 이해 못할 그 문제의 신도시 이름이 바로 세종시다. 모택동을 존경한다는 노무현이 세종대왕에 대한 존경심도 조금만 가졌던들 이런 황당한 도시명은 안 튀어 나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따른다. 세종대왕과는 하등 연고도 없는 지명을 국민기만용의 당의정으로 포장했다면 지금이라도 국론분열 국민갈등의 대명사가 된 세종시라는 명칭만은 바꿔야 한다.
한글 창제와 국토의 영역 확장 그리고 과학기술과 문화 창달에 올인 하셨던 그 분이야말로 우리국가의 상징인물일진데 세종대왕의 이름이 애물단지가 되어 허구 한 날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신도시라는 문제의 땅에 지명으로 둔갑돼서야 이게 어디 될 말인가.
세종이란 이름이 들어간 여러 개의 간판이 인터넷 상에 떠 오른 것을 보았다. 세종시로 하도 온 나라가 뒤숭숭하고 시끄러우니까 어느 네티즌이 장난삼아 올렸을 법하다.
세종 순대집을 위시해서 세종 전당포, 세종 보신탕집과 세종니나노 집에 세종 여인숙까지 무척 많이 나열되어 나온다. 너절한 업소건 말건 생업인 데야. 그리고 국민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했던 임금님이신데 하고 믿고 같다 붙인 간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격에 맞는 일에 명칭으로 호칭했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어느 날 TV화면에서 보았다. 해군장병들이 함상에 도열한 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며 진수식(進水式)을 하던 세종대왕 함을 보던 순간의 그 벅찬 감격과 아무데나 같다 붙이는 이름들과는 느낌이 달랐기에 해보는 말이다. 혼란의 극치, 그 중간에 서 있는 세종시, 이제 이름부터 바꾸자는 운동이라도 일어나야한다. 시급한 과제 중에 하나다. 우리는 세종이라는 이름을 이렇듯 애물단지가 되고 천덕꾸러기 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자존심 문제다. “왜 하필 世宗市 인가!” (kwd70@hotmail.com) <721/201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