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엄청 달라진 막걸리의 위상
막걸리하면 생각나는 흥겨운 노래가사도 세삼 떠오른다. “대포한잔 생각나내 갈비 한 대 뜯고 싶네”라며 구수하게 불러대던 가수 김용만의 무대 모습은 한잔 걸치지 않고 본정신에 쳐다보기만 해도 덩달아 취한 냥 흥겹기만 했다. 갈비야 언감생심, 노래 가사일 뿐 김치를 안주 삼아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한 사발 제키던 그 추억쯤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하다. 다정한 친구끼리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마시는 술맛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주모가 공책에 달아 놓던 그 외상 술이야말로 더 비길데 없는 술맛에 관한 한 가히 일품이다… .
소주에 밀려 난 채 변방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추억의 탁배기가 완전히 떴다. 막걸리를 세계로! 라고 외치며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웰빙 술이라고 극찬하는 막걸리마니아들의 극성도 만만찮다. 드디어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에 축배주로 등장했고 국제선 자국기의 기내서비스로도 등장했다니 대단한 위상의 변화다. 정말 이쯤 되면 “위하여!”다.
쌀에서 밀가루로 그리고 다시 쌀 막걸리로 정부의 시책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술 막걸리 제조는 수난의 변천사를 겪었다 해도 과언 아니다. 그리고 부모님 제사상에라도 올리려 밀주라도 만들었다가 단속원 앞에서 쩔쩔매는 할머니의 모습을 목격했던 우리세대들에게 와 닿는 막걸리의 향수는 그래서 남다르다. 그러나 이제는 밀주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막걸리 담그는 법이 예사로 공공연하게 뜨는 세상이다. 그리고 장년층의 전유물 정도로 여기며 무시하던 세대들마저 이젠 막걸리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 또 무슨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마실수록 달짝지근하고 도수도 낮아 먹기에도 좋다”는 말의 온라인 기사를 보다말고 거의 같은 시각에 TV화면에서 나오는 상반된 뉴스에는 섬뜩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막걸리로 돌아서는 발걸음을 한 순간에 막을만한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다. 몰래카메라를 통해 확실하게 나오고 있었다. “도수가 낮아 좋다”는 젊은 층인 새로운 막걸리세대들의 소리와 고발프로의 기자가 하는 상반된 말 때문이다.
TV화면에는 양조장에서 음식점이나 소매업체로 가는 마지막 과정에서 큼직한 배달용 막걸리 통에 물을 붓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배달 받은 업소에서도 적당히 또 한차례 물을 섞는 2차 물 붇기가 나온다. 유통과정에서 두 번씩이나 물을 부어대는데 도수가 안 낮아진다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문제는 물이 들어간 만큼의 보충제 역할로 사카린과 함께 어떤 화학조미료를 첨가하는 카메라에 담긴 모습을 보고 방송에 나온 어느 의학전문가는 소량이지만 그 화학제품 첨가는 “방광이나 콩팥이 나쁜 사람에게는 위험천만하다”는 말을 한다.
그뿐 아니다 막걸리 붐을 타고 일어난 수요를 못 따르는 공급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소위 카바이트 막걸리라고 한다. 정상적인 발효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카바이트(탄화칼슘)과 물을 함께 붓는 돈 벌기에 혈안이 된 빨리빨리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비양심적인 막걸리의 급행숙성과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돈도 좋지만 올바른 상품을 만들어야지, 마신 사람도 제정신으로 살게 아닌가! 멋대로 만든 가짜막걸리를 마신 음주운전자 눈에 빨간 신호등인들 보이겠는가..
그러고 보니 세종시니 4대강이니 미디어법이니 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허구한날 당리당략에 얽힌 채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여념이 없는 그들도 가짜막걸리를 마신탓인가. 이정표 없는 정치거리를 방황하며 낮술에 취해 꽥꽥거리는 한국 정치권의 비참한 꼬락서니가 정말 가소롭다. 그들이야말로 국민혈세를 축내는 “백수”들이다. (kwd70@hotmail.com) <715/200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