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들 노건호
<김원동칼럼> “노서방 방 빼 주게”
MBC의 “내 딸의 남자”인가하는 오락프로를 본 사람들은 이 제목의 뜻을 쉽게 짐작할 것이다. 예비사위 후보 네 명을 앞에 두고 장모될 사람의 엄격한 사전심사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을 먼저 후보대열에서 탈락시키는 순간 “김 서방 미안하내 방 좀 빼주게”라는 명이 떨어진다. 이어 가방을 들고 나서는 탈락자들을 위로하는 척 하는 국민 MC 김용만의 못 말릴 익살이 한 수 보태지면서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코믹한 프로다.
“노서방 방 빼주게”하는 말이 예비 장모가 아닌 사법부에서 나올 순간이 노서방을 향해 옥죄어 오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주간이다. 방을 빼 달라는 철퇴가 내리면서 그는 어쩌면 새로운 주민등록지로 부각되는 서울교도소를 향해 가방을 끌고 봉화마을을 나설지 모른다.
그런데 “노 서방 방 빼 주게”라는 피켓을 들고 외롭게 시위를 하는 사람의 사진을 온라인에서 본 당일 나는 봉화마을에서 벌리고 있는 또 한편의 상반된 다른 시위사진을 보았다.
노사모가 아닌 새롭게 등장한 부패찬양집단인 도사모(도둑놈을 사랑하는 모임)로 보이는 봉화마을 주민 50여명이 노무현에 대한 검찰 수사중단을 외치며 “노무현 죽이기 그만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에 이은 시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다른 어느 지역주민들보다 노무현에 대한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기다려야 할 그 동래 사람들이 아닌가!
아무리 한 동래에서 태어난 같은 고향사람일찌라도 죄가 있으면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자세로 나와야지 고향만 같으면 그 어떤 흉악범도 수사중단을 외치는 그런 몰지각하고 철없는 행동을 해서 될 일인가! 물론 눈곱만한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은 노무현과 코드가 맞는 노교주의 광신도들이 스스로 벌린 자발적인 최후발악일지 아니면 국민들의 동정표를 의식한 노무현이 동래 이장을 앞세워 일당을 줬기에 나선 데모꾼들인지는 모를 일이긴 하다.
허나 지난날 전직 대통령들로써 구속직전의 전두환이나 노태우의 생가가 있는 동래에서도 이번 “도사모”들 처럼 검찰의 수사중단과 취재방해를 외치는 기자회견과 데모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 그래서, 그런 수준의 마을이기에 노무현이나 노건평이 태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태생적 한계를 들먹이며 함께”도사모”들을 질타하는 소리도 나온다.
허지만 노무현에 대한 “방 빼주게”라는 눈앞에 닥친 사법부의 철퇴는 유보하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고 더구나 두 전직대통령의 옥살이와 형평성 차원에서도 노씨의 구속수사가 불가피할지 모른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나는 일벌백계(一罰百戒)주의로 놈현을 보고 교도소 안에서 하나님을 영접하라며 외쳤다. 그러나 필자의 그릇다운 단견(短見)이었으며 심경의 변화랄까 그런 것을 느꼈다. 다른 두 전직 대통령들을 가둘 때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황이 판이(判異)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두 전직대통령들의 구속 때의 세계경제는 오늘날과 같이 심각하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차라리 노무현 대신 구체적인 죄과가 들어난 아들 건호의 방을 빼는 것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나 국민전체를 위해서도 이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것이 국제신인도나 경쟁력 차원에서 훨씬 덜 불리할 것 같아 하는 말이지 “도사모”의 패륜행위를 비호하거나 놈현에 대한 위로차원에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직전 대통령의 구속이라는 파장이 몰고 올 국가경제의 심각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kwd70@hotmail.com <684/200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