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조양은”으로 둔갑한 악풀 바람에……

<김원동칼럼> “조양은”으로 둔갑한 악풀 바람에……

사이버공간에서 처음 당하는 악풀에 난 몇 일 밤을 불면증에 허덕인 적이 있다.
아주 최근이다. 필자가 사는 이곳에는 한인회장 선거후유증으로 한인회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전대미문의 송사(訟事)가 벌어지면서 한인회가 쓰나미 속에 휘말려 들었다.
그렇다보니 여러개의 한인전용 게시판도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좀체 게시판으로 안들어가던 사람들도 이젠 그곳으로 눈길이 모여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목이 자극적인 글은 단번에 조회 수가 천개가 훌쩍 넘는가하면 양분된 한인사회속의 사이버공간을 통한 공방전은 극에 달하고 있다. 어느 편도 아니지만 필자도 더러는 문제해결의 방법을 제시하며 실명보다는 낙동강이라는 아이디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실명으로 쓸 때 이상으로 표현에 신중을 기한다. 전혀 정제되지 못한 글, 자정(自靜)의 노력이 전무 한 채 익명성의 보장을 악용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올렸다. 익명성 공간에 실명이 어색해서 이용했을 뿐 글에 대한 책임면피용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악풀로 한방 맞았다.
“네 탓 공방전”에서 어느 일방의 한 인터넷 논객을 향한 아주 거친 표현의 다분히 위협적인 글을 쓴 새로운 ID로 ‘조양은’이 대두되면서 부터다. 몸조심하라는 이상의 위험수위의 언질을 보인 그 글이 나오자 불과 한시간만에 반대진영의 네티즌으로부터 “조양은이라는 처음 보는 아이디의 주인공은 아마 김원동씨 같이 보인다”는 느닷없는 댓글이 뜨면서다. 물론 함부로 실명을 거론한다며 즉각 실명삭제를 요구하며 맞불작전을 펴는 네티즌세계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저희들끼리 치고 받는 통에 필자는 악풀의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쉽게 잡아내었다. 오래전 필자의 사무실에서 영업사원을 했던 K 모씨가 당사자였다.
10년 전 어느 날이다. 나는 친지의 주선으로 과거를 청산하고 하나님을 영접했다며 거듭난 사람으로 이곳의 어느 교회 신앙집회에 참석차 방문한 조양은을 한인상가의 어느 찻집에서 만나 조용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예쁘게 생긴 작은 주먹을 보면서 이 사람이 과연 낭만의 주먹시대를 회칼시대로 바꾼 주인공인가?. 명동 사보이호텔에서 신상사파를 일격에 잠재우고 명동이 아닌 전국을 나와바리로 만들며 주먹전국시대를 만든 그 악명 높은 조양은인가?. 회칼과 몽둥이를 들었던 그 손엔 어느새 작은 복음성가집이 들려있었다. 정말 회개했느냐는 나의 거듭된 질문에 그는 고개를 떨구며 말보다는 앞으로의 행동을 보시면 알 것이라며 몹시도 정중한 자세로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앞으로”라는 그 말은 좋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원대복귀를 하고 만 아쉬움이 서려있지만…)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함께 믿음의 형제가 된 우리의 언약은 아주 값진 것이었다며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신문사 한 구석에 무심코 방치해뒀던 그 문제의 사진을 보았던 그 때 그 영업사원이었던 그 사람이 조양은이라는 아이디에 나를 오버랩 시킨 계기가 되었다. 자신은 무턱대고 전혀 무관한 남의 실명을 거론했지만 그로 인해 내가 겪은 몇 일간의 불면증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몇 일전 어느 인터넷에서 읽은 얘기 한 토막이다.
한국연예계를 상대로 마구잡이로 실명을 거론하며 족치던 끝에 지금은 한국방송계의 이름 있는 개그맨 겸 잘 나가는 MC로 자리 잡은 김구라를 보고 C모라는 어느 개그계의 선배가 했다는 말이다. “너가 실명을 데고 조지는 그 사람마저도 웃게 만드는 게 진짜 개그야”라고 했던 뼈있는 대화 한토막이다. 초딩수준의 네티즌인 그 익명의 옛 부하 직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kwd70@hotmail.com <680/200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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