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주최한 “제1회 컴푸터무료강좌”에서 열심히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노인 수강생들. 본보는 “제2회 컴푸터무료강좌”를 오는 14일부터 시작하는데 벌써 16명이 수강신청을 해와 지난주 부터 수강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원동칼럼> 스피드 붙은 컴맹의 엑소더스 시대
컴맹탈출이 속도전으로 번지면서 이젠 디지털 인터넷문화도 특정연령대의 소유물이 아니다. 오프라인의 향수를 접고 온라인으로 모여드는 지구촌의 대이동을 보여주는 낌새는 여러곳에 나타나고 있다. 바야흐로 컴맹의 탈출(Exodus)! 그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잠에서 막 깨어난 막내 녀석이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엄마 윈도 좀 열어놔 줘”하는 말에 공부방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든지 혼자말로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가 왜 이래”하고 중얼거리는 아들 앞을 지나던 어머니가 “그래 뭐랬어 양치질 자주 하라 그랬지”하던 말도 이젠 옛말이다. 고등학생인 손자녀석들의 등교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방문을 잠근 채 컴퓨터 전원을 켜고 회춘용 프로를 클릭하던 화면속의 이순재를 보고 “야동 이순재”라는 별명을 붙인 계기도 화면내용이야 뭐랬던 컴맹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소재로 다룬게 아닌가, 이렇듯 컴맹탈출의 필사적인 노력은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서 페달를 밟으며 가속화가 붇고 있다.
나의 누님만 해도 그랬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하는 거리감의 표현도 이젠 실종됐다. 나이란 아라비아숫자의 개념일 뿐이라던 말이 전화를 통한 일흔 여덟살인 누님의 말에서도 묻어 나온다. “지난주 Google에 나온 한겨레신문에 쓴 칼럼도 맘에 들더라”는 실시간의 지구촌시대를 실감나게 하는 그 말씀 말이다. “밥상에서부터 손자 손녀들에게 왕따 당하기 싫어서 기를 쓰고 배웠다”는 누님의 컴맹 탈출시도에는 그 외에도 전기료를 위시한 기타 공과금의 지불도 번거롭게 찾아다닐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척척 처리되는 즐거움도 전에 없었던 일이라며 좋아하시는 걸로 보아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신 것 같다.
그리고 3년 전 어느 날, 인터넷 신문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친지의 집을 방문했을 때다. 7순 후반이며, 골프, 술, 여행을 좋아하는 화끈한 성격의 큰손으로 불려지는 사람이다. 내가 경영하던 신문의 큰 후원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까지 그의 첫마디 반응을 나름대로 재단했다. “그런걸 누가 본다고, 할려고 그래요”하는 소리가 나오려니 했던 반응 말이다. 그러나 그를 100% 캠맹으로 만 생각했던 나의 선입관은 순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의 손에는 한 묶음의 종이뭉치가 들려있었다. 그가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조00닷컴에서 방금 프린트한 뉴스내용의 뭉치였다. 그래서 나의 오판은 오히려 그 순간 용기를 얻는 기폭제가 됐다. 아니 이럴수가…컴맹시대가 드디어 쫑 치는구나 하는 생각 끝에 나는 바로 인터넷 뉴스매체 “김원동 닷컴”을 만들었다. 그리고 컴맹 탈출의 속도전을 실감한 시점에서 나는 또 하나의 즐거운 소식을 한겨레저널 지상을 통해 접했다.
필자가 아는 한 해외동포언론사회 주간신문 최초로 독자들에 대한 보답과 정서함양을 위한 일환으로 도서관을 오픈한 이래 다시 55세 이상 지역 노인어른들을 상대로 컴퓨터무료강습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상상외로 많은 분들의 수강신청 참여가 있어 기분이 무척좋다는 특유의 굵은 톤으로 소식을 전하는 이 발행인의 안부전화 속에서 또 한번 느낀 것이다. 이제 컴퓨터는 젊은 세대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래저래 탬파는 살기 좋은 곳이네 했더니 “그래서 뭐랬소 이리 내려와 사시라고 했지요. 그 추운 동래에서 뭣하러 사냐”면서 한 것 약을 올린다.
그래서 그런가 쏟아지는 함박눈 속에 고드름이 꽃을 피운 새벽의 창가로 야자수 나무가 담을 치고 있는 Clear water beach의 훈훈한 미풍이 함께 오버랩 되어 온다. 탬파 시니어들의 “컴맹 쫑” 소리와 함께….. kwd70@hotmail.com <674/2009-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