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미네르바, 당신은 짱이야!
몇 달 동안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한 불로거가 정부측에 의해 괴씸죄로 걸려 구속되자 뒷말이 무성하다. 꼭 잡아 넣어야 할 만 한 무슨 정치적인 속사정이라도 있는지 검찰이 직접 나서서 전격적으로 체포 구금하는 초 강경카드를 쓰는걸 보고 더 궁금해진다. 그래선지 대운하의 전주곡인 4대강유역 사업, 국가안보를 외면한 롯데재벌의 특혜시비 등 국민적 의혹이 미네르바 쓰나미에 밀려 후속기사가 실종되는 위력을 발휘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경제정책을 비판 계몽한 것이 환율시장의 교란 책동 등을 들먹거리며 무슨 통신법이라는 실정법에 적용된다는 것이 검찰의 구속영장 사유쯤 되는 것으로 안다.
그 법은 미안하지만 인터넷이 열리기 이전에 입법화된 말하자면 골동품법이다. 그는 익명의 기고자로써 온라인에 썼을 뿐인데 쓰지도 않은 오프라인(신동아)으로 비화된 것을 두고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며 수갑 찬 손을 흔들면서 교도소로 갔다. 그러나 아무리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당사자라도 일단 대한민국 검사 손에 넘어가면 피의자의 본의와는 무관한 자술서를 쓰도록 만드는게 한국검찰이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은 정치논리로 푸는 정치검찰이 가짜 자술서 받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미네르바의 실물경제 논리는 정연했다. 이명박 팀의 경제논리는 미네르바 앞에서는 형편없이 천박한 논리로 비유됐다. 그의 경제논리와 정확한 예측이 되었던 경제론은 MB의 삽질경제논리로서는 그의 발 밑바닥도 못 따라갔다. 오죽하면 실물경제학계의 거두로써 대통령의 경제특보도 역임했던 김태동 교수까지도 그를 일컬어 국민경제스승이라고까지 추켰겠는가.
국내뿐 아니다 미네르바의 구속을 정부의 언론탄압의 시각으로 보는 세계유수의 언론들도 이를 다투어 보도하면서 또 한 차례의 국제망신을 당하는 MB정부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 파이넨셜타임, 월스트릿저널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한국정부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에 과민반응을 보인다며 과연 한국이란 나라에 표현의 자유가 있느냐고 묻는다. 세계적인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한 나라가 정보유통을 독점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라고 표현하면서 한사람의 네티즌과 싸우는 정부의 후진성을 질타하고 나섰다.
암튼 인터넷 실명제의 법제화를 외치는 반민주정권에서 미네르바는 첫 희생양이 됐다.
정부의 공식채널이나 특정 오프라인의 보도처럼 공신력이 아닌 주관적인 견해의 공론장인 온라인에 오프라인의 법률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토론활성화의 공간을 아예 폐쇄하려드는 국가가 지구상에 어디 흔할까? 미 연방대법원도 전통적으로 기본권으로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미네르바가 한국 아닌 미국 땅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는 차가운 수갑이 아닌 국가경제를 다루는 주요부처로 스카웃 됐을 터인데 라는 아쉬움도 따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보고 느낀 또 한 가지의 불쾌한 사례다. 미네르바가 체포되기 전 그는 아마 대단히 좋은 학교를 나왔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으로써 회자되었는데 막상 잡고 보니 “겨우” 공업고등학교를 나오고 전문대를 졸업한 수준이라며 독학으로 이룩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탁월한 실물 경제학을 깔아 뭉기면서 소위 미네르바의 짧은 가방끈을 탓한다. 그보다 더 짧은 가방끈의 상고출신 대통령 앞에서 갖은 아양을 떨며 곡학아세(曲學阿世)로 한 시절을 누볐던 학벌지상주의의 포로들인 그 증오스러운 먹물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네르바 박 선생, 당신은 누가 뭐래도 짱이야!. kwd70@hotmail.com <672/200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