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주식부로커로 변한 MB, “싫으면 말고”
지난달 24일 해외순방길 마지막 코스로 LA를 방문한 이 명박대통령이 현지 동포간담회 석상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해 문제가 되고 있다.
5백여명의 동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때가 바로 모국에 주식투자를 할 때라고 천명한 그는 IMF때 미국에 체류하면서 자신이 본 일이라며 “그 때 한국에 나가서 부동산 사고 주식 산 사람들이 부자가 된 경우를 봤다” 면서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후에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싫으면 말고” 식의 토를 달기도 했다.
주식에 관한 그 나름의 어떤 노하우나 개인적인 성공사례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그로서는 변명의 여지나 자유로울 수 없는 일도 작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그를 경제대통령 감으로 오판한 적잖은 국민들의 열기에 편승, 자신이 집권하면 “내년(2008년)주가지수가 3000을 돌파하고 임기 안에 5천까지 갈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모든 것은 허언에 불과했으며 지금의 주가지수는 1000이하의 선에서 맴돌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동포를 상대로 한 이런 무책임한 모국에 대한 주식투자 유치발언이 “아니면 말고” 식의 허언이나 실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것이 경제에 관한한 자신의 시각과 국정운영의 경제철학으로 투영된 의도적인 발언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물론 1년 후 부자가 문제 아니다. 일 년 갈 것도 없다. 미공개 극비정보를 알아낼 만큼 최고위층과 줄이 닿는 인물이거나 가족관계라면 주식투자로 일확천금의 땅 짚고 헤엄치기도 있다. 목하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태광실업의 오너나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그런 특급정보를 알길 없는 일반투자가들이나 해외동포들에게 대통령이 나서서 위험천만한 시기에 투자를 권유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말려야 될 시점이다. 투자의 전망을 어떻게 감히 그렇게 식은 죽 먹듯이 속단하는가! 주식투자의 전망은 귀신도 모른다는게 증권시장에서 도는 말이다. “사기 전에 고민하라”고 권하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매입)야 한다는 말을 한 세계적으로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비펏도 GM과 골드만 삭스의 주식을 샀다가 적잖은 피를 본데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시점이다. 주식을 재테크의 운용도구로 보지 않고 한건 혹은 대박이라는 투기개념으로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 한국인들 특유의 투자심리다. 그것을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몰이 식 선동으로 몰고 가 일년 후에 부자가 아닌 쪽박을 찼을 때는 어쩌려고 그렇게 책임못질 말을 하는가, 물론 “안사면 말고, 싫으면 말고”식의 배수진을 친 책임회피용 발언이 따르긴 했지만 말이다.
증권분야의 전문가들마저 이구동성으로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 아니라고 한다. 금융위기 해소속도, 구조조정 추이를 지켜보고 매수를 고민해야 한다는가 하면, 심지어 내년 주가가 지금의 반 토막을 칠 것이라며 지금은 증권을 매입할 시기가 아니라는 견해를 쏟아놓는 시점에서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말하니 참으로 놀랍다.
한탕도 대박도 모르고 이역만리 타향 땅에서 오직 남들보다 덜 자고, 덜먹고, 덜 입고 살면서 한푼 두푼 모은 천금 같은 해외동포들의 삼지 돈을 자살바이러스의 감염으로 휘청거리는 모국의 증권가를 향해 투자를 외치는 물귀신작전을 펴다니 이게 될 법이나 한 말인가!
영사관이 선별한 박수부대들인 백수들의 잔치 석상인 동포간담회에서 한 말이라고 치더라도 이건 아니올씨다 란 말이다. 지금은 절대 주식에 투자할 시기가 아니라고, 지갑을 열지 말라며 두 손 마주 잡고 신신당부하며 걱정해 주고 전용기에 오르실 그런 명품대통령은 언제쯤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찾아 오실까? 과분한 기대로 치부하고 말까?….. kwd70@hotmail.com <666/2008-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