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특집<3> “부활하고 있는 일본 제국주의”

광복절특집<3> “부활하고 있는 일본 제국주의”
[2008-08-28, 15:20:15] 한겨레저널
이번달은 광복 63주년을 맞이하는 주간이다. 독도 망언 이후 다시 한번 한반도는 들끓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잠해질 것이다. 일제는 패전 이후 틈만 나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한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60여년 참으로 오랫동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역사적 자료를 찾는 것은 물론 세계 각국에, 학계에 전방위적인 로비를 통해 영토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심는가 하면 망언의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한국인들이 둔감해지길 기다리는 치밀함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을 상대로 문화적, 학술적 접근을 통해 그에 말려드는 한국인들을 지일파, 친일파로 만들고 그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면서 매수에 나서고 있었다. 일본 권력의 묵인 하에 일본의 깡패 조직인 야쿠자들과 손을 잡은 한국의 조직폭배집단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검은 돈이 한국의 연예계를 좌지우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들이 임진왜란을 일으킬 당시 많은 첩자들을 동원하여 조선반도를 염탐하고 지한파를 양성하면서 오랫동안 침략을 도모했듯이, 또한 개항기 한국을 병탄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지식인을 상대로 금품과 함께 한일합방의 당위성을 제공하였듯이 일본은 패전 이후 한반도의 재침략을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면서 친일파들을 키워나갔음을 알 수 있다.
본지는 이러한 사태를 일본 제국주의의 부활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번 특집은 1. 현재 한국 내에 있는 친일군상들의 실상을 알아본 후, 2. 일제의 식민지 수탈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를 살펴보고, 이에 따른 3. 우리의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편집자>친일 청산과 올바른 역사 교육만이 일본을 이길 수 있다1. 청산되지 못한 친일 매국 행위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

소설가 박완서의 유명한 소설 “오만과 몽상”에 이런 대목이 있다. “동학군이 독립투사를 낳고, 독립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 기업인을 낳고, 악덕기업인은 현을 낳고”
광복이 된 지 63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 친일을 한 자들에 대한 법적인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오로지 역사와 도덕적 판단만이 친일을 단죄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 발간에서 보았듯이 친일파들은 역사와 도덕적 판단에서조차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매국”을 “애국”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2차대전 후에 프랑스는 부역자 처리에 있어서 단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등에서의 부역자 처리는 프랑스보다 더 치열하였으며 처벌된 사람들의 비율도 더 높았다고 한다. 사실 프랑스의 독일 점령 하에서 대표적 부역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비쉬정부는 한국의 친일부역집단과는 달리 나름대로 존립과 정당화의 여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자신의 어두운 역사와 부끄러운 과거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역사적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민족적 정통성을 곧추세웠다.
프랑스 사람들이 나치독일의 점령이라는 민족적 수치와 굴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반세기를 계기로 참된 민주주의를 위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흔히들 ‘나치협력자’로 불리는 민족반역자들을 엄정하게 처단하여 민주주의를 올바로 세웠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굴욕적인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한국은 일제가 남겨놓은 해악으로 인해 여러 부문에서 그 후유증이 남아있다. 한국 현대사의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 군사문화적 유산, 기형적인 경제 구조 등으로 인해 많은 국력의 소모를 가져왔다.
특히 매국 조약 체결 등 적극적으로 친일한 대가로 받은 어마어마한 재산이 후손들에게 세습되고, 그 재산을 이용해 경제계, 정치계, 교육계 등 사회 각계의 상층을 형성하면서 친일청산을 가로막고, 나아가 친일파 군상들이 부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광복 후에 친일파들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우리 사회에 친일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유족들은 탄압을 피해 해외로 이주해 살고 있는데, 조카 민생씨는 “과거 우리는 안중근 집안이라는 이유로 왜놈에게 죽어야 했는데, 광복 뒤에는 왜놈의 앞잡이 노릇을 한 주구들이 권력을 잡게 됨으로써 애국자의 피해는 여전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의 역사는 왜곡되어 있다.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친일파 후손은 선대의 부와 명예를 고스란히 이어받았고, 독립유공자 자손은 선대의 가난과 피해의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사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아직 이루지 못한 친일청산의 문제는 한국의 ‘역사 바로 세우기’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로 거듭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2. 2세들에게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도 오히려 각 국가에서는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국민주의는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중화주의, EU의 경제 공동체주의 등은 다양한 형태의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국민주의가 강화된 모습이다. 또한 각각의 정치체나 사회체, 경제체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역사 교육은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소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역사교육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일본이 한국 내 친일 지식인들을 움직여 한국의 역사를 내부에서 왜곡시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역사관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외국에 살면서 한국의 역사를 전혀 모르고 살고 있는 2세들에게 우리가 누구이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족인가를 분명히 각인시켜야만 미국 사회 속에서 ‘의식 있는 주류’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2세들에게 본격적인 역사 교육을 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각 도시에 있는 한국학교와 한인회를 중심으로 한국의 주요 기념일에, 예를 들어 삼일절, 광복절, 6.25 전쟁 기념일 등에 역사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일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주체성 있는 한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를 배척하고 폐쇄적인 외교 방침을 가진다는 것은 무한 경쟁의 국제 무대에서 고립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본을 무조건 배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친일적 분위기는 분명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방법은 군사적 우위를 통하여 무력적으로 침략하여 우호적인 정권을 수립하여 뒤에서 조종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여 친미 정권을 세우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일본이 80년대 이후 한국에 대하여 끊임없이 문화 개방을 요구한 이유의 배경에는 영화, 음악, 예술 등 문화를 통하여 한국의 문을 열고 그 이후에 자동차, 컴퓨터 등을 수출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한국은 수입 자동차 부문에서 일제 자동차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본에 대하여 문화적, 경제적 식민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연예인들이 일본에 들어가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벌어들이는 돈을 떠나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 문화는 한류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성인이 되어 경제 능력을 가졌을 때 일본 음악과 일본 영화에 열광하고 일본 자동차를 좋아하고 일본에 대한 과거의 역사를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문화적 침투가 얼마나 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3. 국산품 애용, 일본의 경제 침략을 봉쇄하자

일본 자동차가 한국 자동차보다 성능이 좋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국 자동차를 무시한다면 한국 자동차는 영원히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판매를 통해 이윤이 발생하고 이윤이 다시 연구 개발에 재투자 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말이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구호 같지만, 일본은 인구 면에서 한국보다 갑절이나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억이 넘는 일본의 인구와 5천만이 채 되지 않는 한국의 인구가 ‘규모의 경제’에서 경쟁해야 한다면 당연히 국내 수요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국산품 애용이 필요하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수출하는 제품이라면 해외 동포들도 한국제를 사용함으로써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그것을 통해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면 당연히 해와 동포들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한국에서 일하고 우리 친척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당연히 국산품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방법 이외에도 양심적인 일본인들과 연대하고, 아직 일본의 침략의 역사를 모르고있는 일본인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일도 필요하다. 일본 내에는 과거를 반성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전한 시민단체들이 있다. 그들과 연대하여 일본이 더 이상 한국에 도발하지 못하고,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짓밟는 짓을 하지 못하도록 저지하여야 한다. 해외 동포들도 해외 거주 일본인들에 역사적 실상을 전하고 또 많은 이민자들과 연대하여 일본의 만행을 알려 그들로 하여금 역사 왜곡이 그들을 결국 고립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한국에 살지 않는 해외 동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일본의 역사 왜곡을 저지하는 시민단체, 독도침략을 막기 위해 결성된 단체, 인터넷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바로 잡으려고 결성된 인터넷 네트워크 운동단체 등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여 그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일본의 문화적, 경제적 침탈을 저지하고 한국 내의 신친일파들이 발붙일 수 없도록 국내외 한국인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온 열정을 다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끝> / 653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