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1>

미주 한인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1>
[2008-06-13, 10:22:45] 한겨레저널
미주 한인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

미주한인사회가 이민 100주년을 지나 이제 새로운 세기를 향하여 첫발을 내딛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민 역사가 경제력을 통한 정착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질적 변환을 도모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할 시기이다. 70년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생소한 나라인 미국에 희망과 두려움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던 이민 1세는 이제 경제적으로 ‘은퇴’하면서 그 당시의 1.5세들과 2세들이 이제 경제적 주도권과 사회적 역할을 담당할 40대에 포진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의 단계로 세대가 교체되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따라서 한인사회는 이제 기존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을 지양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한인사회 전반을 점검하고 그것을 한인사회 전체로 공론화하여 미래를 향한 청사진 마련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1>한인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 <2> 한인회의 역할 <3> 이민교회의 역할 <4> 각종 단체의 역할 <5> 맺는 말 순으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동포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미주 한국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 <1>

한인동포사회의 ‘중심 이념’을 만들어 나가자.
분열과 파벌, 냉소주의로 점철된 한인사회

“한국인은 끊임없이 파벌을 만든다. ‘끼리끼리’만 살아가면서 분열하고 상대방을 중상모략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듯이 한국 사람 누군가 잘 되면 헐뜯으면서 자신도 닮아가는 특이한 사람들이다.”
이 같은 생각은 우리 의식 속에 누군가가 알게 모르게 심어준 나 자신도 모르는 의식이다.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하여 한국인들을 세뇌했던 말들을 지금까지 우리는 자신의 의식이 정말 그런 줄 알고 살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은 다 그래’ 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일제의 잔재이다. 물론 우리의 일면에 그런 점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면은 배제한 채 부정적인 특성만 강조며 그것만이 유일한 한국인들의 특성인 것처럼 여겨왔던 것이다.
미주 이민 100년의 한인 역사에도 이러한 부정적인 면이 강하게 드러났던 시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하던 초기 이민자들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이민 역사가 전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여하튼 현재의 한인사회의 고질적인 현상이 분열과 파벌 나아가 한인사회의 냉소주의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할 일이다. 그러므로 한인사회의 분열과 파벌을 극복하고 동포들을 단단하게 엮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심적 이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타민족과 상응할 수 있는 중심적 이념 만들어야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한인들만의 중심적 이념이 필요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겠지만, 미국이 다양한 이민자들의 공동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코리언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고유한 중심적 이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즉 다른 민족과는 다른 문화적 특성과 현실적 이해가 우리에게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비전과 역사의식을 담고있는 중심적 이념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한인사회가 1세대를 넘어 2세대와 3세대로 확장되어 가는 시점이라는 데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에 2002년 8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 전국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미주 동포선언문’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 선언문은 21세기를 맞는 코리언 아메리칸의 시대적 과제와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요약하면 첫째 한인들의 미국사회(주류사회) 참여확대, 둘째 민족문화의 보존과 계승, 셋째 모국통일의 지원 등이다.

타민족 타인종과의 연대의 필요성

한인동포들의 미국 사회 참여확대의 문제는 경제적인 활동을 넘어서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우리들의 사활이 걸린 큰 문제인 것이다. 미국사회의 주류에 참여한다는 의미는 문화적 동질성을 가지고 미국사회의 기류에 일정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문화적 동질성을 갖는다는 의미는 미국 사회의 보편적인 의식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2020년이 되면 마이너리티가 다수가 된다고 한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이 백인의 숫자와 비슷하게 된다면 우선 <아시안 연대>와 <한흑연대> 정도의 타민족·타인종과의 연대가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란 백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당에 들어가서 법을 만들어야만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으로서 투표 등을 통해서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투표란 곧 ‘정치적 힘’이다. 정치력만이 우리의 힘을 기르는 유일한 길은 아니지만 경제, 문화의 힘과 더불어 정치력을 행사할 때 무척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세대를 위한 정체성 교육 시급

이제 미주 한인사회의 주도권은 머지않아 우리의 후손들인 영어권 세대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정체성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정체성교육이란 이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역사)를 가르침으로써 이들이 미국 속에 동화되어 살아가면서도 뿌리의식만은 기억하고 자긍심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들에게 심어진 뿌리교육은 이들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한인들은 한국어 교육이 2세들의 교육에 역기능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미 주류사회에 참여하는 데 방해요소가 될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중언어학자들은 이중언어가 언어를 습득하는 아이들에게 창조성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교육계와 과학계를 주도하는 유대인들은 이중언어사용자이며, 유럽 사람의 대다수가 2개 언어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중언어가 두뇌발달에 효과적이며 경제적인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문화는 세계문화가 다양하게 융합된 문화이기에 그 문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우리의 것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문화, 중국의 문화, 인도의 문화가 미국 사회 속에 깊이 파고드는 전략을 우리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것으로 미국 사회의 한 부분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체성 교육에는 민족정체성의 계승이라는 정신적인 논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생존논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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