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사회가 이민 100주년을 지나 이제 새로운 세기를 향하여 첫발을 내딛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민 역사가 경제력을 통한 정착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질적 변환을 도모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할 시기이다. 70년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생소한 나라인 미국에 희망과 두려움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던 이민 1세는 이제 경제적으로 ‘은퇴’하면서 그 당시의 1.5세들과 2세들이 이제 경제적 주도권과 사회적 역할을 담당할 40대에 포진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의 단계로 세대가 교체되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따라서 한인사회는 이제 기존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을 지양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한인사회 전반을 점검하고 그것을 한인사회 전체로 공론화하여 미래를 향한 청사진 마련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1>한인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 <2> 한인회의 역할 <3> 이민교회의 역할 <4> 각종 단체의 역할 <5> 맺는 말 순으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동포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미주 한국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 <2>
한인회는 한인사회의 진정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한인회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다.
한인동포 사회 전반에 한인회 무용론이 만연된 지 오래이다. 한인회장을 비롯하여 임원으로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명예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라는 등,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니까 괜히 일거리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라는 등 온갖 비난을 뒤집어쓰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물질적인 욕망에만 가득 차서 큰집에 좋은 자동차만 구입하면 미국 사람들과 동등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경제적인 부를 사회에 환원할 줄 모르는 천민적 자본주의의 신봉자들이다.
또한 그들 중 일부의 지식인들은 한인회 운영에서 나타나는 조그마한 부작용을 침소봉대하여 크게 떠들면서 자신이 한인사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고고한 행위로 합리화하는 천박한 선비주의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인회에 대한 비난들을 전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비난의 원인 중에 하나는 지금 한인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전대에 한인회를 일구었던 사람들이 봉사와 희생을 보지 못하고 겉으로 나타난 명예와 사교 활동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
미국 사회에서 한인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다양한 이민자들의 사회인 미국에서 한인들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대변하는 조직이 있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으며, 그러한 조직을 통하여 경제적, 정치적 이득을 획득해야만 거세지는 이민집단 간의 갈등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인회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따라 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발전적으로 기구를 개편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인회 시대적 요구에 맞춰 조직 개편 서둘러야
지금까지 한인회는 단순히 그 지역에 사는 한인 사회의 친목적인 모임으로 지금까지 발전된 형태이다. 한인회의 발전과정을 보면 이민자들이 들어오고 교회가 세워지고 교회가 많아지면서 그것을 아우를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이 생김으로서 한인회가 탄생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그런 목적의 한인회는 한인 사회가 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각종 친목 단체가 생겨나면서 목적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한인회의 목적을 친목에 국한하거나 그런 조직 형태를 유지하려는 한인회는 그 기능을 다함으로써 유명무실한 한인회로 전락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플로리다에서도 몇몇 지역은 간판만 내걸고 활동을 하지 않는 한인회가 있는데, 이는 새로운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과거에만 얽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인회의 활동이 기념식 행사나 체육행사에 머무르고 구체적이거나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동포사회에서는 한인회를 외면하고 각종 단체에 참가함으로써 한인회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체들이 한인 사회의 이익을 미 주류 사회에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단체들은 지나치게 내부 지향적이어서 주류사회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각종 운동이나 취미를 위해 모인 동호회나 지역 향우회, 동문회 혹은 업종 별 모임 등은 사적 이해 관계나 친목단체 수준에만 머물러 있을 뿐 미국 사회를 향해 한인들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미국에 살면서도 과거에 사로잡혀 있거나 오늘을 살기에 급급한 한인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을 모면 각종 단체들이 한인회와 대등한 역할과 위상을 요구함으로써 한인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면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오히려 각종 단체들이 연합을 하여 한인회를 구성해야만 각 단체들의 이익을 한인 동포 사회의 전체 이익과 조화를 이루면서 실현할 수 있음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살펴보면 한인회가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타성에 빠져 있기 때문에 각종 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음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인회의 집행부서들은 사업 집행을 위한 부서들만 존재하고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한인 사회가 팽창하면서 이제는 한인회가 모든 행사를 집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한인회는 그 산하에 각종 단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을 해야 하며, 그것을 통하여 한인회가 명실상부한 전체 한인들의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인회가 전체 한인들의 대의(代議) 기구로서의 역할과 집행 기구로서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 이사회는 한인회의 물질적인 지원자로 한인회의 보조역할에만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조직의 형태로서는 일반 동포들과 한인회가 만날 수 있는 의사소통 구조를 이룰 수 없다. 그러므로 이사회는 스스로 대의원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하며, 업종별 대의원, 지역별 대의원, 종교별 대의원으로 확대하여 명실 상부한 의사결정과 심의 기구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한인회의 중점 사업, 정치력의 강화
미국 내에서 한인들의 활동 상을 보면 자타가 공인하는 아주 우수한 민족임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동포들이 많으나 서로 힘을 합치고 뭉쳐야만 이루어낼 수 있는 정계 진출에서는 다른 아시안 계에 비하면 약세이다.
이 말은 경제 분야나 과학계, 예술계 등에서는 개인의 노력을 통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한인들이 단결하여 선출하여야 하는 정치 분야에서는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계진출을 위해서는 한인들의 정치적 단결은 물론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헌도, 기부 정도 등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한인 사회는 이 분야에서 거의 낙제 수준이라는 것이다.
2000년 조사에 따르면 한인들은 유럽계 등 약 20개 이민집단 가운데 소득수준이 중상위 그룹에 올라 있지만 정작 조세부담에는 인색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현재 한인이 운영하는 13만5,571개 사업장의 연간 매출액이 469억 달러에 달하지만 탈세와 탈루가 비일비재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납세 의무마저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채 주류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므로 한인회는 한인사회의 경제력을 우리 내부로 돌리는 사업보다는(그것은 교회의 역할로 충분하다고 본다) 다른 인종과 민족과의 연대 사업, 지원 사업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차세대 중에서 정치적 역량을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키워내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1992년에 일어난 LA 흑인 폭동 사태는 한인들에게 한인들이 정치분야에 진출해 정치적인 발언권을 얻지 못하면 한인사회는 영원한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된다. 이후 한인 단체는 정치인들의 후원회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고 동포사회의 각종행사에 주류사회 인사는 물론 타 인종을 초대하는 등 지역사회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조직된 한미연합회(KAC)의 찰스 김 사무국장은 “미국은 개인이 아닌 커뮤니티의 역량이 경쟁하는 사회”라며 “한인 커뮤니티가 단결된 힘을 과시하고 한인 1.5세대나 2세대들이 적극적인 의회 활동을 통해 정치적인 기반을 형성해 나간다면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인회는 최소한 향후 10년을 내다보면서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한인동포사회를 아우를 수 있는 조직 강화에 역점을 두고 외부적으로는 정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추진해야만 진정한 한인사회의 리더로서 자리 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