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한인회 재정은 어항속 같이 투명해야
신뢰받은 한인회로 거듭나려면
본지는 플로리다 내의 한인 동포들의 여론을 청취하여 동포들이 지향하는 바를 대변하고, 선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지면을 통하여 한인 사회의 부조리, 불합리성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왔다. 또한 각종 한인 행사나 단체의 운영에 대하여 여러 차례에 거쳐 비판하고 시정을 권고하고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한인 동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에 제보되는 한인 동포들의 여론은 분노를 넘어 이제는 아예 체념 상태에 도달하였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플로리다 전체에 만연된 문제로 그것을 묵과한다면 한인 동포 사회의 침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언론의 사명을 방기하는 것이기에 다시 한번 고언을 마다하지 않는 바이다.
플로리다 주에는 모두 8개의 한인회가 이름을 내걸고 있다. 그 중 인구가 많은 도시의 한인회는 탬파와 마이애미, 올랜도 한인회로서 이 3개의 한인회가 모름지기 플로리다 전체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세 지역의 한인회가 활동을 하여야만 여타 군소 지역의 한인회가 보조를 맞추어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한인회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7월 초 탬파에서 열린 플로리다 전체 한인들의 제전이라 할 수 있는 플로리다 한인 연합 체육대회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체육대회였다는 것이 한인사회의 여론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 3개 지역, 개최도시인 탬파와 올랜도, 그리고 잭슨빌이 참가를 하였으며 한인회가 조직되지 않은 멜본지역에서는 몇명 축구대회 참가자들만 대회에 참가하였다.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남부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에서는 회장만 대회에 얼굴을 비췄으며 지금까지 열여덟번이나 치렀다는 연합체육대회치고는 참가팀은 물론 참가인원까지 너무나 초라해 적당히 임기를 마치려는 신뢰받지 못하는 소수의 한인회장들로 하여금 지역사회 발전은커녕 오히려 침체 상태로 퇴보를 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한국정부에서 열리는 초청 행사에는 버젓이 한인회장 이름을 걸고 참가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한인회장이 봉사직임을 망각하고 명예만 좇아 다녔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한편 연합체육대회 행사를 준비한 서부 플로리다 한인회 또한 부실한 체육대회의 성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하였는데 여러 지역에서 협조를 하지 않았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한인업소들이 후원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여러 가지의 핑계들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라는 옛 선인들의 교훈을 잊은 듯하다.
또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한인업소나 한인교회들의 불만, 본인의 수락도 받지 않고 신문광고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라있는 도용된 사람들의 불만스러운 성토, 행사 당일개회식 시간이 오전 아홉시임에도 아홉시부터 행사준비를 시작하는 준비위원들의 모습 등은 준비과정이 철저했다고 강변하기에는 어딘가 수상쩍은 면이 없지 않다진정한 한인사회의 대표라면 지역동포사회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그리고 부정적인 여론이 있더라도 기꺼이 듣고 그것을 고쳐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독불장군처럼 저 멀리 나 혼자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이끌어야 진정한 리더십이 나오며 신뢰와 존경받는 한인회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한인사회의 여론은 어떤가. 불투명하다, 한마디로 신뢰를 잃었다. 본사에 걸려오는 한인회의 불만성 전화가 그 도를 넘고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불만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 중에서 동포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은 한인회의 재정문제이다.
한인회장 취임 때부터 불거져 나온 두 입후보자의 공탁금 사용처 내역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어 동포들의 불신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또 1만불 이상을 후원 받았다는 이번 연합 체육대회 행사에 후원한 동포들은 그 금액과 사용처를 알고 싶어한다. 이들은 불투명한 재정관리를 보고 어떻게 다음에 후원을 하겠냐며 투명한 한인회의 재정보고를 기다리고 있다. 개인단체가 아닌 한인회는 회장은 물론 임원진 들 그리고 많은 동포들의 후원으로 행사를 개최하기 때문에 특히 재정관리는 어항을 들여다보듯이 투명해야 한다. 이것은 차기 행사에 후원금 모금을 위한 촉매제는 물론 한인회장을 신뢰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이다.
한인회장은 어떻게 하면 돌아선 동포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나를 곰곰이 생각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명예와 신뢰회복을 위한 한인회장의 숙제인 것이다.
이것은 종이 몇 장의 보고서로 해결될 수 없다. 또 어떠한 핑계와 현란한 구호 그리고 감언이설로 여론을 되돌릴 수는 없다. 만약 이러한 것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의 되풀이이기 때문이다.
한인회장은 이사회나 집행부에서 인정받는 회장이 아니라 전체 한인사회에서 인정받는 회장이 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공약(?)이 아닌 실질적인 봉사와 재정의 투명성을 밝히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를 조금만 더 희생하면 민심이 되돌아오지 않을까.
한인사회에 무언가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 입후보해 당선된 한인회장이 명예는 커녕 물질적, 시간적 손해를 보면서까지 동포사회에서 왕따를 당해서야 되겠는가.
이제부터라도 동포위에 군림하면서 외부에 한인회장이라는 명함을 내미는 폼(?)만 잡는 회장이 아니라 동포사회 발전을 위해 낮은 자세로 섬기며 봉사하면 동포들의 존경과 사랑은 물론 자연스럽게 명예가 올라간다는 진리를 깨달았으면 한다. <456호/200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