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한인회 운영, 관례를 따를 것인가 법을 따를 것인가

<발행인칼럼> 한인회 운영, 관례를 따를 것인가 법을 따를 것인가

서부 플로리다 한인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집행부 구성과 이사회 구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많은 한인동포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열린 1차 이사회에서 발표된 집행부와 각종 위원회에는 10개의 임원과 위원들이 공석으로 남아있고 이사진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 주에 열리는 <센피 민속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질지 불투명할 뿐 아니라 한인회의 사업 계획과 예산안이 인준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을 하게 되어 이후로 논란의 불씨를 안게 되었다. 이는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일을 집행하려는 한인회의 경영 마인드에서 발생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사실 관례란 가장 편해 보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관례가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례를 법으로 확정하고 그 법에 따라 일을 집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1998년에 제정된 한인회 정관 제13조에 따르면 한인회는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하여 사무총장, 총무부, 재무부, 섭외봉사부, 교육체육부, 여성부, 안전관리부, 노인부, 청년부 등을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한인회는 정관에도 없는 기획부를 신설하고 섭외봉사부를 봉사부와 섭외분과위원회를 분리하고 있다.
또한 재무를 이사 중에서 선임하기로 하는가 하면, 감사는 집행부와 이사회와는 무관한 직책(제10조)임에도 집행부 명단에 포함시키고 감사 중 1명은 이사 중에서 선임한다고 하니 이는 집행기관과 의결기관과의 분권, 견제 원칙을 무시한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정관에도 없는 각종 위원회를 신설하여 집행부와 위원회의 역할과 경계가 모호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이사회의 의결로 구성, 운영되어야 하는 특별위원회(정관 제15조)가 이사회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구성되어 집행부가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특히 회칙 개정에 관한 사항은 매우 중대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회장 직권으로 위원장을 선임하였다는 것은 이후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한편, 이사회는 한의회의 의결기관(제16조)으로서 그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한다(제17조)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번 1차 정기이사회에서 이사장 선출을 위해 집행부의 장인 한인회장이 임시의장을 맡음으로서 분권 원칙을 위배하였다.
부칙 제29조에 규정하고 있는 정관에 정하지 않은 사항은 통상관례를 따른다는 것은 포괄적으로 위임한 사항은 아니다. 미처 법으로 정하지 못한 사항이 있을 경우 여타의 법률과 관례법에 따른다는 말이지 엄연히 존재하는 정관을 뒤로 두고 편의적으로 집행과 의결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물론 법이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유권해석을 통하여 융통성 있게 법을 적용해 가는 것이다. 한인사회의 사업과 운영 방식이 변해감에 따라 법이 그것을 수용하지 못할 시에는 개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해진 순서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만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지 법을 제켜두고 우리만의 관례를 주장한다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다행히 한인회장이 조속한 시일 내에 정관을 개정한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한인회가 먼길을 가기 위해서는 채비를 단단히 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441호/200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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