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끊임없이 흐르는 제주 강정 마을의 눈물 (2)

<김현철칼럼> 끊임없이 흐르는 제주 강정 마을의 눈물 (2)

“어두움의 세력들이 지구를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깨우쳐 가는 중…“

올해 미국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에서 발굴특별상(Expose Award)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주의 영혼(The Ghost of Jeju= 각본, 제작, 감독에 리지스 트렘블레이(Regis Tremblay), 협찬, 브루스 커밍스, 올리버 스톤, 성콜롬반외방선교회)의 트렘블레이 감독은 제주도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온 평화 반전운동가, 현지 주민 등이 시위를 벌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012년 9월에 현지를 찾았다.
현지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보고 감동한 트렘블레이 감독은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화화하기로 결심한다.
트렘블레이 감독은 지금부터 66년 전인 1948년 4월, 미군사고문단의 지시로 한국 경찰이 현지 민간인 6만명(당시 제주 인구 26만)을 학살하는 등 주민들이 당해 온 어처구니없는 역사와 참상을 알게 되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울기도 했다. 미국이 ‘잊혀진 전쟁’ 기간 제주와 한국에 저지른 짓을 알고 화가 났고 미국인 된 게 부끄럽기 까지 했다.
강정 주민들은 미국의 군사주의, 전쟁, 환경파괴, 인권유린에 저항하고 있는 전 세계적 투쟁의 최전선에 서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많은 실수를 저질러 왔다. 트렘블레이 감독이 희망하기는 미국인들이 과거에 일어난 진실들을 받아들이고, 미국인들도 다른 나라, 민족 및 부족과 다름없음을 안다면 미국의 기초가 되었던 위대한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위대한 미국의 정신’을 반영한다는 미국 독립선언문의 주요골자는 “우리는 이 진실을 자명한 것으로 간주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바로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 같은 기본인권이다 ”고 선언하고 있다.
전국에서 온 천주교 사제,수녀, 개신교 목사, 불교 스님들, 국내와 전 세계에서 몰려 온 반전 평화운동가, 민권운동가, 자연환경지킴이 그리고 현지주민 등의 동지들은 해군기지 반대활동에 함께한다. 하지만 강정 주민과 젊은 평화 활동가들이 다수를 이룬다. 천주교 ‘생명평화미사’는 공사장 입구에서 매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툿찡포교베네딕토수녀회 스텔라 소희숙 수녀도 서울에 살면서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대로 강정에 온다. 자신과 한국 정부가 부끄럽기 때문이라 했다. 평화와 통일이 이루어지는 게 소원이란다.
스텔라 수녀는 이어 “한국 정부와 해군기지 건설업자 뒤에는 미국 정부와 군수 업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해군기지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은 전쟁 기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의 노예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전쟁도 노예도 바라지 않습니다”고 강조한다.
강정 현지에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성직자들은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다. 제국주의의 탈을 쓰고 미국은 우리를 지배한다. 지금 세상은 약육강식이 판을 친다. 우리는 약자다. 우리가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성서를 읽기 때문이고 신의 뜻이기 때문이다. 신의 왕국은 평화와 정의다”고 외친다.
올해 74세의 문정현 신부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해군기지를 막으려다 몸을 다치고 병원에 실려 가고 경찰에 여러 차례 연행되고.. 한 번은 공사장 앞에서 미사 도중 경찰이 몰려 와 성체를 훼손하고 제대를 훼손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천주교에서 성체는 예수님의 몸을 뜻하기에 성체 훼손은 가장 엄중한 신성 모독이다.
제주 출신인 양윤모 교수(영화평론가)는 해군기지 반대운동으로 2013년 1월부터 18개월 간 감옥에 있었다. 모두 네 번이나 구속된 것이다. 그간 양교수는 네 번째 단식투쟁을 50일간 계속했다.
날마다 평화활동과 경찰의 제지는 시계추처럼 반복되고 있다. 공사 차량은 계속 드나들고 평화스런 마을은 날로 파괴돼 가고 있다. 시위자들은 평화롭게 비폭력 저항을 한다. 경찰은 겉으로 때리거나 꼬집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도 많은 시위자들은 멍이 들고 골절상을 입는 등 몸에 상처투성이다.
최성희 해군기지 반대운동 국제팀장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강정마을 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사안입니다. 왜냐하면 다음 번 전장은 아시아 태평양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부디 제주의 투쟁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우리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고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2013년 4월3일, 제주에서는 4.3항쟁 기념행사가 열렸다. 최팀장은 이 자리에서 ‘해군기지 결사반대’를 외치며 시위 중 경찰의 제지를 받자 “이는 유엔에서도 보장한 표현의 자유다. 왜 문제가 되느냐?”고 경찰에 항의를 했으나 끝내 연행 당했다. 유엔이 보장해도, 나라의 헌법에 명기돼 있어도 ‘언론 및 표현의 자유’는 이명박 정권 이래 지금까지 계속 압살당하고 있는 슬픈 대한민국이다.
이번 일로 제주에 세 번이나 다녀갔다는 ‘우주무기화반대 글로벌네트워크’ 브루쓰 게그넌 사무총장의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이 자리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는 안 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힌 의미심장한 다음의 말들을 들어보자.
“제주 현지 활동가들의 평화 투쟁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투지가 놀랍고 자연과 연결돼 있다는 인식에 늘 감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을 파괴하면 우리 자신이 망가집니다.
최근에 갔을 때는 담장이 쳐지고 구럼비에 철조망이 둘러져 있었습니다. 카약을 타고 구럼비에 접근했고 철조망 밑을 기어가다 연행돼 유치장에 갇혔습니다.
특히 강정마을은 5백년 역사를 가진 농어민들의 공동체입니다. 전 세계 평화운동의 중요한 상징입니다. 왜냐 하면 여기에 그 조건이 모두 다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 북한과의 갈등 관계에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도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로 인한 환경 파괴문제도 있습니다. 민중운동 탄압도 있고 인권이 침해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군대가 들어와 군화 발로 짓누르고 저항을 뭉개버립니다. 그래서 제주는 평화운동의 근본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패배가 뻔히 눈에 보이는데 많은 이들이 몸과 마음으로 투쟁합니다. 그 의지와 결기에 우리는 전염됩니다.
개인 각자가 모여 덩어리를 이루고 절대로 굴복하지 않습니다. 강정에서는 각자 제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에게서 힘을 얻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날로 더 많이 강정문제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어두움의 세력들이 지구를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깨우쳐 가는 중입니다. 강정은 졌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투쟁을 통해 강정과 제주의 목소리가 전 세계 끝까지 전달돼 성과를 냅니다. 강정에서 우리가 목소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누가 더 강하고 어떤 체제가 더 나은지는 지금 우리가 따질 일이 아닙니다. 유일한 우리의 고향인 이 지구와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느냐가 당면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지구, 나아가 우주 전체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깨달아야 우리의 생존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고 하늘에 바치는 기도입니다“. 게그넌 사무총장의 절규였다.
미국이 쥐고 있는 대한민국의 군사작전권으로 한국 땅 어디에서건 한국군을 앞세워 미국 군사기지를 세울 권리가 있고 한국군은 미국 정부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멀리 내다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12년에 우리의 군사주권을 미국에서 돌려받기로 어렵게 미국과 합의했으나, 불행히도 독립국가의 의미도 체통도 모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환수받기로 한 군사주권을 안 받겠다며 이제는 아주 멀찌감치 2025년 후로 미뤘다. 그 때에 가서도 김대중 노무현 같은 대한민국의 대통령다운 자세를 지닌 분이 대통령이 되지 않는 한 군사주권 환수는 여전히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며 어디에서나 제2 제3의 제주 강정 마을의 비극은 재연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은 언제나 외세의 영향에서 벗어나 국민이 선출한 우리 대통령이 국군을 통솔하는, 명실 공히 독립국가가 될 것인지 암담하기만 하다.(끝) kajhck@naver.com <967/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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