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3개주여행 11> 엘로스톤 국립공원 및 그 주변의 이야기들

<김명열3개주여행 11> 엘로스톤 국립공원 및 그 주변의 이야기들

(지난주에 이어서……..)

엘로스톤 국립공원 내에서는 주의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그중 위험한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곰이나 늑대의 경우는 100야드(91m), 그 외의 모든 동물들은 25야드(23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산책로(트레일)에서 벗어난 땅을 밟거나 물에(Hot spring) 손을 넣는 행위는 죽음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트레일 길이 아닌 옆쪽의 땅은 아래가 푹 꺼지는 핫 스프링이 있을 수 있어서 밟는 순간 그대로 땅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물은 산도가 높아서 살이 다 녹을 수 있다. 최근 어느 뉴스에 의하면 어느 20대 남성이 손을 넣어보려고 트레일을 벗어나서 물가에 갔다가 미끄러졌는데, 그대로 녹아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런 사고는 가끔씩 일어난다고 한다. 트레일에서 벗어나면 위법으로 몰려 벌금을 물어야 하며,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주지사항들을 필히 숙지하여야 한다. 하지만 트레일만 따라 걸으면 정말 경이로운 장면들의 연속이므로 너무 겁먹지는 말고 경거망동을 하지 않으면 된다.

공원에 들어가서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바이슨(들소 떼) 무리들을 만나게 되는데, 처음엔 너무 반갑고 고마웠는데 이놈들이 떼를 지어 도로를 건너거나 도로 위를 어슬렁거리며 걷게 된다면 모든 차들은 가는 것을 멈추게 되고, 어느 사람들은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팔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어대느라 교통체증이 생겨 몇시간씩 차를 세워놓고 오도 가도 못하고 쌩으로 차안에서 직사하게 고생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렇게 도로가 꽉 막힌 상항속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며 대기하다가 화장실에 갈 일이 생긴다면 그야말로 이러한 낭패와 급한 볼일이 있을 수 없다. 아주 속된 말로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내가 엘로스톤 국립공원을 며칠 동안 구경하면서, 저녁때가 되어 숙소로 귀가할 때는 어김없이 들소나 사슴떼들이 도로위로 몰려 나와 어슬렁거리며 도로 위를 활보하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어느 때는 덩치큰 들소 한마리가 꼼짝도 하지 않고 도로 한 가운데 떡 버티고 누워서 ‘죽일테면 죽여라’ 하는 식으로 마냥 누워있는 경우도 허다 하다.

날은 어두워지고, 갈 길은 먼데, 배는 고파오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서 피곤함이 하늘을 찌르고, 자동차 개스는 달랑달랑 바닥을 드러내고, 오줌보는 터질듯이 부풀어 올라 참기가 너무나 힘이 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 도로변 갓 길에는 이를 참지 못한 어린아이들이 노상 방뇨를 하고, 어느 젊은 20대 여성은 남자친구가 자켓으로 가려 주는 가림막 아래 쪼그리고 앉아 ‘쉬 야’를 한다.

그러나 누구 한사람 이들을 탓하거나 흉보는 사람이 없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모두가 못 본 듯 이해를 해준다. 이럴때 한국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 “정말로 미치고 환장하고 머리 뚜껑이 열려 돌아버리겠다”고……….

엘로스톤 국립공원 법에는 버펄로나 기타 동물들, 그리고 조류들이 도로 위를 건널때는 절대로 건드리거나 쫒지 말며,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고 써있다. 이래서 사람들을 더 미치고 돌아버리게 만든다. 사방 둘러봐도 도로변 주위 어디에도 화장실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이번에는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산불 이야기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은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대형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그중에 대현 산불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치는 9~11월 기간에 일어나는 대형 산불은 거의 매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약속이나 한듯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3월경 부터 건기가 시작되어 약 6~8개월에 걸쳐 하늘에서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날씨가 지속되는데다가 기온이 높은 건조한 여름을 거치면서 산의 초목들이 수분이 증발하고, 딱, 타기 좋은 마른 장작 비슷한 상태가 되는 데에 원인이 있다. 여기에 실화, 방화, 자연발화 등의 요인으로 일단 한번 불이 붙으면 말라붙은 초목들에 삽시간에 옮겨 붙어 수습이 불가능한 속도로 퍼지는데, 여전히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기후 때문에 인위적으로 진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화작업에 인위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물의 양에도 한계가 있고, 소방대가 불을 끄는 속도보다 불이 옮겨 붙는 속도가 더 빨라서 일단 한번 발생하면 대형 재난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기록하는 일이 매년 발생하곤 한다. 2010년 이후 후반에 이르러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그 규모와 피해가 갈수록 커져서 매년 그 해의 산불이 최악이라고 언급되는 등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산불 사례는 아니지만 내가 이번에 방문한 엘로스톤 국립공원도 산불로 인하여 대단히 큰 피해와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하였다.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산불

1988년 엘로스톤에 큰 화재(산불)이 일어나 많은 나무들이 불타고 야생 동물들이 죽었지만 단순히 자연만을 파괴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순환계의 법칙으로 큰 나무들이 불에 타 땅을 양보하면서 그동안 울창한 숲 때문에 자라지 못했던 양지식물들이 자라고 이것을 먹고사는 야생동물들이 덩달아 번식하는 효과가 나타나 이전보다 야생동물의 숫자와 종류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불이 나도 일부러 진화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며, 일종의 연구가치가 있는 것으로 지정돼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이에 대한 연구기금을 의회에 요청해 지금은 그 기금이 1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약 79만마리의 야생동물(약 362마리의 무전기를 단 그리즐리 곰 실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이 동물들은 대부분 산불이 2개의 유역을 빠르게 휩쓸고 지나감에 따라 올가미에 걸리듯 죽은 것이었다. 작은 물고기들도 뜨거운 물과 소화약제가 개울물에 유입되어 죽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생동물 개체군들이 아무런 영향을 받지않았거나 빠르게 회복되었다. 산불로 죽은 지상의 식물종자와 뿌리는 1% 미만이었다. 엘로스톤의 많은 식물들은 산불에 적응되어 있다. 공원내 산림의 80%를 뒤덮고 있는 롯지폴 소나무는 대부분 산불의 강한 열이 실편을 떨게하여 솔씨를 방출시키기까지 송진으로 밀봉된 숙존성 구과를 가진다. 산불은 세이지브러시(쑥의 일종), 아스펜(사시나무의 일종), 버드나무의 갱신을 촉진시킨다. 풀이나 초본류는 지상부가 화염에 의해 태워질지라도 근계는 피해를 받지 않고 살아남으며 보통 산불 후 몇년내에 생산성이 증대된다.

며칠간의 엘로스톤 국립공원 관광을 마친 후 나머지 하루 우리가족은 엘로스톤 서쪽 관문인 웨스트엘로스톤 동네에 머물며 그곳에 있는 뮤지움이나 동물원, 명소 (Grizzly & Wolf, Yellowstone Historic Center Museum)등등을 들러보며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인구가 고작 1200여명에 불과한 웨스트 엘로스톤은 국립공원에 둘러싸인 몬태나의 한 마을로써 대도시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서쪽 관문인 웨스트 엘로스톤은 근처 멀지않은 곳에 공원, 폭포. 간헐천, 그리고 피로를 달래주는 온천이 모두 마을 근처에 있으므로 매년 350만여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으며, 지원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관광객들의 편리를 도모해주고 있다. 이곳은 해발 2134m의 고도에 자리 잡은 도시인만큼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며 매우 춥다. 연간 강설량이 400Cm 나 된다고 하니 가히 놀랄만 하다.

나는 엘로스톤이나 근처의 관광명소를 구경하며 자주 이곳 웨스트 엘로스톤 마을에 들러 식사를 했는데, 이곳에 들른 맛집들(유명 맛집들, Firehole BBQ 식당, Wild west pizzeria & Saloon, The Buffalo Bar, Timberline Cafe, Running Bear Pancake house 등등)이 많았는데 가는집 마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장시간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으례히 관광지에 오면 이렇게 식당에 들어가면 기다리는 것에 이력이 났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곳에 우리 한국식당이 없다는 것이 몹시도 서운(?)했다. 중국식당, 일본식당, 월남식당 등은 다 있는데 유독 한국 식당만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을 더 했다. 겨울을 뺀(겨울에는 온천이나 스키 타러 온 손님들도 많다고 함) 3계절(봄,여름,가을) 장사는 꽤나 잘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한국식당만이 없는지?. 누군가 식당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에 가서 도전 해 볼만도 하다.

어쨋거나 이번 8박9일의 여행도 무사하고 재미있고 즐겁게 잘 마쳤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여행은 지친 일상에 활기를 주고 삶을 새롭게 한다. 반복적인 생활이 고되게 느껴지거나 그 안에서 특별함을 찾고 싶을때 여행을 꿈꾸는 것은 시각과 지각의 변화가 주는 새로움 때문일 것이다. 이번의 여행도 나에게는 소중한 한폭의 추억을 잉태케 해주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감에 있어 크게 분류한다면 두종류의 시간이 있다. 즐거운 시간과 즐겁지 않은 시간, 이 둘이다. 나는 쾌락과 보람을 추구하는 시간 이외의 모든 시간은 즐겁지 않은 시간으로 간주한다. 좋은 여행이란 그 자체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게 하는것이다. 이번여행 역시 그런 여행이었다.

<기행문 끝>

다음주부터는 3~4회에 걸쳐서 독일 광부와 간호사이야기,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화 이야기들을 시리즈로 엮어 게재하여 드리겠다. 정기적으로 써 올리는 칼럼 외에 이 시리즈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눈물이 솟아나는 애환의 이야기도 곁들여 있다. 기대하여도 좋으리란 생각이 든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96/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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