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청국장 기차게 맛있네요.(청국장 이야기)

<김명열칼럼> 청국장 기차게 맛있네요.(청국장 이야기)

 

지금 지구의 북반구, 북쪽에 위치해 있는 미네소타주와 위스컨신, 일리노이주 등은 겨울의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영하의 매서운 추위 때는 펄펄 끓는 뜨거운 청국장 맛이 제격이다.

나는 청국장을 참으로 좋아한다. 나의 어린시절 시골의 고향에서는 나의 어머니께서 청국장을 자주 만들어서 식구들의 밥상에 올려놔주셨다. 가을에 콩 농사를 거두고 나면 수확한 콩의 일부(메주콩)를 별도로 간수해서 틈날 때 마다 맛있는 청국장을 띄워 밥상에 올려놓아 주셨다.

청국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정성과 노력과 사랑이 모두 포함된다. 메주콩을 깨끗이 씻고 10여시간 동안 가마솥에 넣고 삶는다. 삶아진 콩을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빼고 항아리 바닥에 짚을 깔고 콩이 뜨거울 때 항아리에 담는다. 콩위에 천을 덮고 그 위에 짚을 덮는다. 항아리 뚜껑을 덮은 후 아랫목에 두고 따듯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불로 항아리를 싸 덮는다. 이렇게 2~3일정도 발효시키면 맛있는 청국장이 된다. 참고로 나의 어머니께서는 청국장을 띄우고 나면 집안에 온통 청국장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언제나 항아리에 청국장을 띄웠는데, 수분도 마르지 않고 온도가 빨리 내려가지 않아 보온도 되는 장점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띄워낸 청국장은 맛이 천하일미였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 그 옛날에 나의 어머님께서 맛있게 끓여주시던 그 청국장맛은 세상의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고 먹을 수도 없다. 가끔씩 청국장이 먹고싶을 때 한국식당을 찾지만, 맛은 그런대로 좋은데 옛날의 나의 어머니 청국장의 맛의 식감은 느낄 수가 없다. 그저 아련히 옛날을 회상하며 어머니의 청국장 맛을 매치시킬 뿐이다. 그러던 중 아주 반갑고 고마운 일이 생겨났다. 내가 적을 두고 다니는 교회의 O집사님이 청국장의 달인이라는 것을 몇년전에 뜻밖에 알게 되었다. 내가 청국장을 엄청이나 좋아한다는 소식을 나의 집사람에게 전해들은 O집사님은 어느날 특별히 나를 초청하여 손수 청국장을 정성들여 끓여서 나에게 대접해주었다. 처음에는 이곳 이역만리 미국땅에서 먹는 청국장은 그저 흉내만 냈을 것 같은 의미상의 청국장이려니 하고 막연한 생각에 끓여놓은 청국장에 숟갈을 갖다 대었다. 한 숟갈, 한 모금 청국장을 입안에 넣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주 옛날 나의 어머니께서 끓여주셨던 그 청국장 맛이 지금 나의 입안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정말로 담백하고 그윽한 깊은 맛이 입안과 온몸 전체에 전율을 느끼듯이 체감으로 느껴졌다.

정말로 오랫만에 느껴보고 맛을 보는 진국의 청국장 맛이 지금 O집사님의 솜씨로 재현되어 너무나 맛있게 먹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본 O집사님은 그 후 틈나는 대로 나를 위해 정성과 마음과 사랑이 담긴 청국장을 끓여주셨다. 엊그저께도 나는 O집사님댁에 초청을 받아 청국장과 아울러 푸짐한 식탁이 차려진 식사대접을 받고 왔다. 정말로 고맙고 잊지 못할 나의 어머니 청국장맛을 맛보게 해주신 O집사님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O 집사님 감사합니다”.

청국장의 추억, 사람의 입맛은 문화와 가족생활, 그리고 시대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적 먹었던 어떤 음식에 대한 기억이, 어떤 음식은 기피하게 하기도 하고 어떤 음식은 그 시절을 추억하며 먹게 된다. 나의 어릴 적 시절은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이라 그런지 따듯한 추억들을 회상하는 음식들이 많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쌩쌩불며 설한풍 몰아치는 추운 겨울이면 본능적으로 찾는 음식이 청국장이다. 청국장을 띄우는 과정을 보고 먹으면서 그 맛에 대한 기억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가 되었지만, 어릴 때 그 맛에 대한 식감 좋은 기억이 없었다면 그저 몸에 좋으라고 먹는 찌개정도로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 어머니께서 손수 발효시켜 만들어주신 청국장에 대한 미련이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내가 태어난 나의고향(충청북도)의 청국장 맛은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일 것이다. 특히 청국장찌개는 소백산맥이 지나는 충청북도 동부지역의 서늘하고 건조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으로 만든 청국장으로 끓인 충청북도의 향토 음식이다. 충청북도에서는 일부 퉁퉁장으로 불리기도 하는 청국장찌개는 다른 지역의 청국장찌개가 멸치육수를 사용한데 반해 잡내를 제거해주는 쌀뜨물을 사용하여 청국장 본연의 구수한 맛을 살리는 특징이 있다. 우리 전통음식 문화에서 가장 큰 특징을 하나 꼽는다면 유독 발효식품이 발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현재 한국인은 고도로 발전한 정보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의복과 주거 형태는 완전히 서구화 되었지만, 식생활만큼은 지금도 조상들이 영유하던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아직도 우리 식생활에서 발효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는 우리음식 어디에서나 빠지지 않는 기본 재료이다. 새우젓이나 조개젓과 같은 젓갈류는 양념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서 반찬으로 이용된다. 김치와 장아찌 같은 우리고유의 전통식품도 장류나 젓갈류를 이용하여 만든 2차 발효식품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된장이나 젓갈과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어먹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때 부터이다. ‘삼국사기’의 신라본기(本紀) 683년(신문왕 3년) 기사에는 신문왕이 김흠운의 딸을 부인으로 맞이하기 위해 보낸 폐백품목중에 장(醬=젓갈 장), 시(豉=메주시), 해(醢=젓갈 해)가 확인된다. 장은 장류, 시는 메주, 해는 젓갈을 의미하는 한자이므로, 이미 삼국시대부터 메주, 장류, 젓갈을 식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교적 늦은 시기인 17세기 무렵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고추장을 제외하면 우리의 발효식품 문화는 최소한 1300여년이 훨씬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전통 발효식품 중에서 된장이나 간장과 같이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류는 오랜 역사를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와 종류로 분화되고 발달되었다. 장류는 크게 숙성장(熟成醬)과 속성장(速成醬)의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숙성장은 메주를 띄우고 소금물에 담가 숙성을 시킨 후 장으로 만드는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된장과 간장이 이에 해당되며 숙성장은 보존기간이 길어서 오래도록 두고 먹을 수 있다. 속성장은 찌금장, 빠금장, 빠개장, 비지장, 깻묵장, 볶음장, 시금장, 보리장, 무장, 담뿍장 등 이른바 즙장(汁醬)에 기원을 두고 있는 장류를 말한다. 다만 속성장은 장을 만들 때 수분이 많은 야채를 넣기 때문에 각기 다양한 맛을 지니지만 염도(鹽度)가 낮아져서 보존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오늘 소개하려는 청국장이 바로 속성장에 속하는 장류이다.

우리 한인들에게 김치와 된장은 뗄레야 뗄 수없는 필수 식품이다. 혹 가다보면 일부 젊은이나 어린이들 중에는 김치나 된장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그러나 대체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그 맛에 흠뻑 지고 중독이 되다시피 하여 김치나 된장이 없으면 밥을 제대로 먹을 가 없다. 특히 우리들처럼 이역만리 타국인 미국에서 생활하는 나이들은 한인들은 김치와 된장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친밀감과 호감도가 가히 상상 이상이다. 마치 오랫동안 사귀어온 고향의 죽마고우 친구처럼 구수하고 격이없으며 친근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살고 는 우리 한인들은 자주 만나거나 접촉하는 외국인들을 의식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양념이 들어간 반찬들은 양념에서 섞여져나오는 고유의 체취를 유발하기에 가급적 피하고 자제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거의 못 느끼지만, 김치에는 마늘이 많이 들어가있어(특히 젓갈을 가미했을 경우는 더욱 더) 특유의 체취를 유발한다. 일반 된장은 냄새가 얼마 지나지 아 사라지지만 청국장은 냄새가 상대적으로 오래간다. 그러므로 이 청국장은 맛이 있어도 마음대로 먹지를 못하고 그 고유의 특수한 청국장냄새 때문에 기피를 하고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청국장은 콩을 푹 삶아서 김을 뺀 다음 보자기를 여러겹으로 싸 3~4일정도 아랫목에서 띄워 만든다. 충분히 띄운 청국장은 콩에서 가는 실 은 끈이 생기고, 일반 된장보다 훨씬 강한 고유의 냄새를 가진다. 청국장의 퀴퀴한 냄새에 사람들은 코를 막게 되지만 한번 그 맛을 보면 구수하고 깊은 맛에 생각만 도 침이 고이는 청국장, 한번 이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외국에 이민가서도 청국장 을 잊지 해 끓여먹다 이웃에 사는 외국인들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옛 어머니들은 동지섣달 푹 삶은 콩을 삼베자루에 담아 뜨끈뜨끈한 온돌방 아랫목에 놓고 3~4일 재우셨다.

엿가락처럼 진득진득해진 콩을 절구통에 넣고 콩이 반 정도만 으깨지게 살짝 절구질을 해서 여기에 우거지 또는 시래기, 김치, 돼지고기, 버섯 등을 송송 썰어넣고 소금간을 약간 해서 뚝배기에 끓여낸 것이 청국장, 지방에 따라 담복장, 혹은 품품장 이라고도 한다. 어린 시절 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 어머니가 바글바글 끓여주시던 청국장의 깊은 맛의 추억이 한 겨울의 칼바람, 눈보라치는 추운날에는 더욱더 생각이 나고 몸으로 느껴진다.

청국장의 역사는 옛날 고구려 시대로 올라간다. 옛 고구려 영토인 만주지방의 기마 민족들은 단백질을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콩을 삶아 말 안장 밑에 넣고 다녔다. 이것이 한반도로 내려와 서민의 유용한 영양식이자 왕가의 폐백식품으로 까지 애용되었다. 어느 사람들은 청나라에서 유래되었다는 의미에서 청국장(淸國醬)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아니다. 바쁜 전시에 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이라 하여 전국장(戰國醬)이라고 불렸다는 어원이 전해진다. 청국장은 된장, 간장 등 우리의 장류중 유일하게 소금을 첨가하지 않고 고온에서 속성으로 발효시킨 것이 특징이다. 삶은 콩에 볏짚을 군데군데 꽂아 아랫목에서 숙성시키면 끈적끈적한 실이 나게 띄워지는데, 여기에 영양과 맛의 비밀이 있다. 이 끈끈한 실의 주된 구성 성분이 폴리글루탐산인데 항암물질의 운반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항암능력을 지녔다는 각종 연구및 임상결과가 밝혀지고 있다.

청국장 발효의 주역은 세균인 고초균(枯草菌) 또는 납두균(納頭菌) 이다. 고초균 즉 바칠루스 섭티리스는 장내 부패균의 활동을 약화시키고 병원균에 대한 항균작용이 인장정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균이 부패균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부패균이 만드는 발암물질이나 암모니아, 인돌, 아민등 발암촉진물들을 감소시킨다. 이런 유해물질을 흡착하고 배설시키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특히 비타민이 많이 함유돼 간의 해독기능을 좋게해 술이나 담배에 시달린 간을 보호해준다. 이러한 청국장의 놀라운 성분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치즈는 우아하게 즐기면서 청국장만 촌스럽다고 구박하던 신 세대들 사이에서도 청국장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청국장에는 비타민 B1, B2, B6, B12 등의 비타민과 칼슘, 포타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한데 이러한 비타민과 미네랄의 도움으로 인체의 신진대사가 촉진되어 비만을 막아준다. 레시틴과 사포닌도 과도한 지방을 흡수하여 배출한다. 또한 암을 막는 탁월한 항암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청국장에는 제니스테인이라는 물질이 풍부한데 이 물질은 유방암, 결장암, 직장암, 위암, 폐암, 전립선암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도 뇌졸증(중풍) 치료 예방제로 좋고 치매를 막아주는 건뇌(建腦) 식품으로 좋으며 당뇨병을 다스리는 천연 인슐린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간 기능 개선및 숙취 해소, 고혈압을 다스리는 천연혈압 강하제이고 피부노화방지, 골다공증 예방, 심장병, 돌연사 예방, 등등 너무나 좋고 유익한 것들이 많다.

청국장은 하늘이 인간들에게 준 크나큰 선물이다. 많이 많이 먹고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자.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95/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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