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작가의독백> 생각나는 대로, 펜 가는대로, 나혼자 독백에 젖어………

<김명열작가의독백> 생각나는 대로, 펜 가는대로, 나혼자 독백에 젖어………

 

며칠전 백악관에 근무하고 있는 딸이 연말 휴가를 왔다. 올랜도에는 놀이 공원이 많이 있지만 이곳 탬파에는 그곳만큼 그렇게 많지를 않다. 그중에 대표적인 곳이 Busch Gardens이다.

나의 딸은 사랑하는 제 부모님을 위해 이곳의 티켓을 몇달전에 이미 구입해 놓았었다.

이곳은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찾는 곳이지만, 그곳에 가서는 특별히 하릴없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다가 몇 군데 골라서 구경하고 돌아온다. 작년에는 기린 공원에 가서 기린들과 함께 놀다 왔고, 금년에는 캉가루 막사에 가서 먹이도 주고 재롱도 보며 놀다왔다. 저녁에는 특별 공연으로 Ice Show를 보고 왔다. 아이스 링크의 무대에서 펼치는 무희들의 다양한 쇼가 무척이나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었다. 한마디로 이러한 특별히 볼거리를 더 추가해서 볼려면 입장료 외에 별도로 추가 지급액을 주어야 그들의 재롱과 함께 놀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돈 주정이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오늘은 아침부터 목이 아프고 머리가 몹시 두통이 심하게 생겨났다.

타이레놀을 먹고 그럭저럭 하루를 보냈는데, 저녁때가 되니 더욱더 통증이 심하고 목구멍이 부어 올랐다. 혹시나 코로나19이 아닌가 걱정도 되고 두려움이 앞섰다. 나의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있던 딸이 비상용으로 사서 비축하고 있던 Abbott 사에서 만든 Covid-19 Ag Card Home Test를 갖 고와서 테스트를 했다. 콧구멍속에 면봉같은 것을 넣고 빙빙 돌려서 그것을 테스트 세트 종이속에 넣고 15분간 기다려 보면 확진 여부가 나온다. 가슴을 졸이며 15분을 기다리고 난후 결과는 이상 무다. 그러한 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니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고 두통도 많이 가라앉았다.

타이레놀 먹은 것도 한몫했다. 목구멍이 붓고 아픈 것도 CVS에 가서 Mucinex 라는 Spray 약을 사서 입안 목구멍에 뿌리고 나니 한결 통증도 없어지고 부기도 빠졌다. 참고로 약들의 이름을 이곳에 밝힌 것은 혹시라도 여러분들께서 저와 같은 경우를 당할 경우 사서 쓰면 도움이 될까 해서 소개해 드렸다.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서재 책상머리에 우두커니 앉아서 이제 며칠 안남은 금년 한 해를 떠나보내며, 펜대를 지면위에 부질없이 휘갈기며 독백에 젖어본다. 그러다보니 무의식중에 내뱉는 말들 중 방백과 같은 나 혼자만의 흘려버리는 소리와, 독백 같은 내면세계의 표현이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 그래도 방백보

다는 독백이 더 현실적이다. 내재되어있는 감정을 불러 올려 독백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나의 내면을 살찌우면서 잘못 인식된 사고를 반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레임과 희망을 잉태한 채 가슴 부푼 새해를 맞은 지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시간과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 한해가 어느덧 서산마루를 뒤로한 채 자취를 감추려 하고 있다. 끝없는 수평선위로 몸을 감추는 황혼의 노을이 아름답다고는 하나 잠깐이다. 매년 이맘때면 아쉬움 속에 발을 동동구르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 ‘또 한해가 가는구나!’하는 의미는 사람들이 부여한 것이다. 자연은 섭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우는 석양을 보며 아쉬운 감상에 젖어든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다. 금년 한해, 지나온 일년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얼마전 거리에서 울려나오는 징글벨이나 X~Mas 캐롤송 속에 번화가의 와글대는 인적의 소리들을 귀우려 듣다보면 “아 ~이젠 분명 연말이 되었구나 !” 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교차하는 감정이 솟아난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각종 년말의 행사, 동창회나 일반단체, 취미모임 등의 송년모임을 볼때마다 연말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아 ~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할 수가 없구나. 세월은 가기만 하고 어찌 오지는 않는가? 천지는 장구하여 시작도 끝도 없는데, 인생은 순식간에 끝나는구나………

옛날 중국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독백이 마치 덧없는 인생에 대한 탄식으로 읽어지는 때가 바로 연말인 요즘의 때일 것이다. 쏜살같이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세월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시간과 세월은 빠른 것 같다. 한해의 시작이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한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으니 말이다.

겨울이 되면 온 세상은 추위에 얼어붙는 동토(凍土)로 화하고, 설한풍의 탄식소리 속에 곱이굽이 천년을 지나 오늘에 이르러서도 모진 세파에 시달리는 한숨과 가슴속을 더욱 차겁고 시리게 만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너그럽고 이해하려는 눈으로 보려 해도 빗나갔고, 밝은 듯 했으나 암울했으며,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손에 쥐어지는 것은 빈 손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무의미한 한해였다고 장,탄식을 터뜨리며 후회와 한숨을 내 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아까운 시간과 세월만 흘러가고 지나갔다. 한해를 지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적이라기보다는 회한에 휩싸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을 솔직하게 말해본다면 아마도 거의가 돈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모두가 돈이 여유롭지 못하고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사람위에 돈이 군림하는 시대가 되니 사람들의 눈에는 사람이 안 보이고 돈만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라고 입으로는 읊조리면서도 막상 현실에 부닥쳐 돈에 쪼들리고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돈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악의 가치다. 어린아이부터 늙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불치의 돈 병에 걸려서 이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이 불치의 돈 병 환자들로 차고 넘친다.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달하고 첨단문명을 도입한다고 해도 이러한 돈의 불치병은 치료할 약도 없고, 방법 또한 전무하다. 이제 금년 한해를 보내야 하는 끄트머리 길목에서 그동안 힘들고 어렵게 버티며 헤치고 지내왔던 길이, 잎이 져 버리고 짓밟힌 흔적으로 휑하니 어수선하게만 보인다. 쓰러지지 않으려는 몸부림과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내달리려는 안간힘으로 지나온 길들은 평탄치 않게만 보인다. 아픔과 갈등, 격변과 혼란, 어려움, 인내, 감수 등등 다들 힘들고 어려웠었다고 입을 모은 한해, …….. 우리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 마다 일어나는데 있다. 우리 모두 지나간 과거를 털어버려 잊고 희망의 새해> 2022년을 맞이하자.

2021년도 이제 삼일 남았다. 오늘이 12월29일, 오늘을 포함해 삼일이다. 아쉽고 힘들고 어쩌면 미련과 정까지 들었었을법한 이 한해였지만 우리는 떠나보내야만 하고 이별을 고해야겠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의 여정 속에 내가 있다. 그리고 그간의 삶을 함께 한 사람들과 나눈 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다. 삶은 바람과 비와 차거운 눈보라 같이, 햇살 같이, 풀과 같이, 아침이슬 같이, 세상 그 모든 것이 한데 엉켜 잘 익은 향기를 내뿜는 것이다. 인생은 쓸쓸하고 힘든 날들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따듯한 눈빛이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이 희망인 것이다. 그리고 떠남은 떠 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는 과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인생의 늦은 계절엔 꽃을 피우기보다 스스로 숙성되어가는 것이다.

벌써 오늘도 다 지나가고, 밤 11시가 넘어 자정을 향하고 있다. 펜 가는대로……… 나 혼자의 독백을 늘어놓아보았다.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93/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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