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나 사는 이야기

<독자투고> 나 사는 이야기

15년 만에 텍사스에 사는 언니 집에 놀러 왔다. 2년 만의 나들이. 워낙 남의 집에 가 하룻밤도 자지 못하는 내가 일주일을 예정으로 이곳을 오게 된 것은 아마도 그동안 코로나 땜에 발목이 잡혀있던 후유증에서 생긴 용기일 듯 싶었다. 공무원 시절, 미 육군 군무원 중년 간부 교육을 같이 받았던 동료들도 몇 명 볼 수 있는 여행이기도 했지만, 다 생략하고, 이곳에 올 때는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책이나 읽자는 계획이었는데, 책은 아직 열지도 못했다. 티브이를 전혀 보지 않는 내가 언니 집에 놀러 와, 언니가 듣는 한국 뉴스를 듣게 되었다. 인간은 각자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한정된 자신의 의견으로 가득 차 있는 고집쟁이들이므로, 어떤 새로운 정보가 주어져도, 각자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자신의 의견을 점검해 보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모두가 한곳으로 모이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게 모이게 되면 동료의식이 생기고, 충성심이 강조되고 강요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와 그들의 선이 정확히 그어진다. 완전 흑 백의 나눔이다. 인생이 흑백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들도 이번엔 양보가 없다. 욕 투성이 페이스 북도, 상대의 치부를 들추는 뉴스도, 잔인한 닭싸움을 보듯 내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언니가 물었다. 한국에 대통령이 누가 되어야 할지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국민이 없어지거나 나라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렇게 역사가 쓰여지고 있는 것뿐이었다. 언니에게 공자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게 아는 겁니다.” 단지 나는 한국의 정치를 모르지만, 이념과 의견이 다를지라도 앞에 있는 사람들이 귀하다는 것, 그게 지금 내가 아는 겁니다. <탬파거주 / Maria Roering>   1292/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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