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가을의 품 속으로………….

<김명열칼럼> 가을의 품 속으로………….

원색의 오묘한 조화, 색감의 극치, 그 어떤 단어들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가을이기에, 당대 최고의 화가 피카소도, 몬드리안도 가을의 만추(晩秋)를 화폭에 담지 못했다.

신께서 빚어낸 걸작, 사계절 중에서도 명품인 이 가을을 감히 화폭에 옮겨 담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죄를 짓는 행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또 가을의 이맘때쯤에는 빠질 수 없는 이브몽땅의 샹송, ‘고엽’이 생각난다. 그 가사는 프랑스 국민 시인이라 불리는 자끄 프레베르가 썼다. 프랑스의 유명 배우 이브 몽땅이 불러서 유명해진 고엽(枯葉)의 가사는 바로 프레베르의 시이며 한때 세상의 연인들을 낙엽처럼 흔든 대중적 감성은 이 시인을 불멸의 스타로 만들었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초하룻날 아침 일찍 시카고에 사는 친구 장 회장이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소식으로 이브몽땅이 부른 샹송 ‘고엽’을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또한 현재 한국을 방문중인 친구 김kh 사장이 가을을 찬미한 내용의 카톡을, 그리고 미네소타의 허wh 회장 역시 가을을 노래한 아름다운 곡을 카톡에 실려 보내왔다. 가을은 이렇게 특별히 남자들에게 더 감성적이며 보이지 않게 마음과 가슴속으로 소리없이 들어와 추상(秋想)에 빠지게 하는 마력이 있나보다. 그래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않던가…… 아울러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라고도 했는데, 이러한 가을날에는 웬지 모를 그리움이 생겨나는 것은 이렇게 멀리 있는 소중한 친구가 그리워서도 아련한 그리움이 생겨나는가 보다. 소중한 친구간에도 사랑과 우정이 더욱 결실을 맺어 돈독해지며 풍성해지는 이 가을은 그래서 결실과 풍요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세상은 이러한 좋은 벗들이 있어서 삶의 가치와 보람, 생의 애착을 더욱 더 느끼고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느끼게 되나보다. 생각할수록 정이 가고 고마운 벗들이다.

우리들 곁에 와서 머물고 있는 이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그건 생각의 범위를 초월하여 무궁무진하게 많은 것 같다. 세상 사람들 모두를 가을 수채화로 물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남녀 모두를 시인으로 둔갑시키고…… 사람들의 입에서 오 ~ 아 ~ ! 하는 이런 탄성과 괴성을 지르게 만드는 가을은 누구의 작품이란 말인가. 신(神=하나님)의 영역에 도전할 자(者) 있으면 감히 나서보기를……. 가을 풍경은 우리 인간들에게 무엇을 주려고 할까. 자연이 선물한 그대로 바라만 봐도 온몸에서 전율을 느끼는 원색의 마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가을의 풍경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풍성하고 넉넉한 수확을 기대하는 풍년을 기다리고 만끽하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저물어 가기 전에 화사한 가을햇살과 절정에 도달한 경이로운 풍경을 당신의 눈과 가슴속에 한 아름 가득히 채우라고 말하고 싶다. 이맘때면 국립공원 스모키마운틴의 단풍도 아름답고, 공원 앞에서 시작되는 Blue Ridge Pkwy 길을 따라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답게 도로변으로 펼쳐지는 황홀한 정경의 산야에 끝없이 전개되는 단풍진 풍경들을 감상해 보는 것도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하고 싶다.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고, 지구상에 그 어떤 존재도 불가능한 마이더스 손처럼 아름답게 꾸민 자연의 극치를 감상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하기사 염불도 꽃노래삼아 하는 것도 내 마음 먹기 나름이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말고, 결코 시간 낭비고 아까운 시간이 아닐 것이라 확신하면서, 이 아름다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단풍구경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10일을 넘길 수 없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유효기간이 있는 것처럼 한 때가 아니겠는가. 세상의 이름도, 권력도, 사랑도, 세월속에는 덧없이 조용히 묻혀가는 우리네 세상사………..더 이상 퇴색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아니면 친구나 가족끼리라도 가을의 낙엽 밟는 소리도, 고독도, 내 삶의 일부라 생각하면서 어느 기분좋은날 가을향기 물씬 묻어나는 자연 들판을 누비며 그 속에 나를 동화시키고 묻혀서 가을을 품어보는 것도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풍은 곱게 물들어 모두의 마음을 온통 붉고 노랗게 채색하고 정든 가지를 떠난다. 봄이 설렘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모진 추위와 찬바람 속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봄의 전령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겨울을 인내한 형형색색의 꽃들이 일제히 아우성치며 앞 다퉈 피어나는 봄은 새롭게 전개될 세상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가을은 봄의 설렘과 여름의 얼정을 뒤로 하고 흘러간 날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깊은 밤 창가에는 노오란 은행잎이 지고 시간은 가을바람에 실려 또 하나의 추억을 잉태하고 있다.

파란 하늘, 솜털 같은 구름사이로 달이 수줍어 숨는다. 들판은 온통 황금빛이고 풍요롭다. 산과 들은 앞 다퉈 불타고 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10월은 계절의 왕이다. 낙엽이 나뒹구는 쓸쓸함에 가을 남자는 빈 노트에 가을을 쓴다. 불어오는 바람을 붙잡고 말을 걸어보고, 곁에 있는 나무에 손짓을 해보며, 발아래 풀들에게 이름을 묻는다. 산들바람이 두 뺨을 살포시 어루만지면 가을은 향기처럼 촉촉하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또한 가을은 땀의 마침표다. 봄부터 농부는 열매를 바라보면서 땀을 흘린다. 농부에게 있어 열매는 기쁨이고 보람이며 삶의 가치이다. 그리고 삶의 존재이고 생의 의미이다. 열매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열매는 타인을 위해 존재한다. 열매는 먹히기 위해 존재한다. 아니 먹힘으로 행복한 것이 열매이다. 사람들은 열매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 꽃에는 향기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지만, 꽃은 그 속에 생명이 없다. 그러나 열매는 그 속에 생명이 있다. 그 씨앗속에 미래가 있고 숲이 있고 희망이 있다. 태양이 가장 고울 때는 저녁노을이고, 잎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가을이다.

하늘도, 바람도, 햇살도 자연의 모든 것들이 향기롭다. 가을을 일러 천고마비의 계절, 결실의 계절, 독서의 계절, 낭만의 계절, 사색의 계절, 사랑의 계절, 남자의 계절 등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낌없이 예찬했다. 현란한 색상으로 물든 산야의 단풍을 보노라면 너무 아름다워 감탄사를 연발하고 황홀감에 빠진다.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의 하늘거림과 청조한 들국화의 뽐냄이 고상하고 숭고하다. 가을은 누가 뭐라 해도 사 계절중 제일 멋이 있는 낭만의 계절이다. 가을이면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사람, 멋진 추억을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숫한 사연을 담아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며, 낭만에 젖고 추억을 만들고 싶은 욕망의 계절이기도 하다.

물감을 입은 나무들은 곱게 치장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해 뭇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흔들어 놓고 모두를 시인으로 만든다. 뿐만 아니라 낮은 곳을 알려주는 계절이 가을이다.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비움과 떠남을 묵묵히 보여주는 가을이 있기에 사람들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낮아지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에 갈무리 하는 법도 알게 한다. 가을은 뿌린 만큼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나게 한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내 잘 가꾸면 가을은 풍성해진다. 계절의 가을뿐 아니라 인생의 가을도 마찬가지다. 자식을 낳아 지극 정성으로 잘 키우고 노후대비를 잘하면 자식농사가 풍년들고 노후가 행복해진다.

하늘 높고 물 맑은 계절. 가슴속에 사랑과 낭만이 숨겨져 있고 단풍잎 속에 별과 달이 감춰져 있는 계절, 모두를 시인으로 만들고 소년, 소녀로 만드는 낭만의 계절, 과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멋지게 황혼 낭만으로 가는 아름다운 계절이 바로 이 가을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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