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의 힐링 여행 기행문<4>

김명열의 힐링 여행 기행문<4>

깊은 산속에서 깊은 생각에 젖어…..

지난주에 이어서………

 

하늘을 가린 몇십미터나 되는 키다리 소나무, 전나무, 대왕참나무 등 이름도 모를 각종 나무들이 뒤섞여 밀림을 이루듯 조밀한 나무들 틈 사이로 산책로, 등산길이 구불구불 용트림 치듯이 산 윗쪽으로 끝없이 이어져 계곡과 바윗돌 사이로 깊고 길게 뻗어져 있다. 포장이 안 된 맨 흙길인데다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은 듯, 인적마저 끊긴듯한 고요와 적막속의 산행길이다. 호젓한 산길을 걷노라면 풀섶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행로를 막아서듯 발길에 채여 신발이랑 바지가랑이를 적신다. 피부에 젖은 물기가 느껴오는 체감에 약간은 몸이 웅크러들지만 그러나 나는 그 기분이 싫지 않다. 나무는 하늘높은줄 모르고 높다랗고 올곧게 뻗어 올라 하늘을 가리는데, 이에 질세라 키보다 훨씬 웃자란 우거진 풀숲 사이로 풀내음, 숲내음, 솔내음, 온갖 나무들의 여러 냄새가 뒤섞인 목향(木香)이 섞여서 나는 숲의 향기를 맡으며 산을 오르며 걷는 기분이 참으로 좋다.

이렇게 호젓한 산길이나 들길을 걷는 것은 나 같은 사람이 사색을 하거나 시상을 가다듬기에 딱 좋다.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연과 교감하며 인생의 시작과 끝을 짐작해보는 그 시간은 참으로 값진 시간이다.

누구는 사람이 사는 목적이 무엇인가?,하고 풀릴 길이 없는 이 질문을 시작하면 정신이 병이 들기 시작한다고 경고하지만 인간은 생각함으로써 비로써 인간이라고 하지 않던가…… 산길에서 풀잎 끝에 맑은 이슬방울이 맺혀있는 경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은 밤중에 하늘이 슬그머니 내려준 풀과 야생화들의 생명수이기도 하다. 떠들썩한 도회지의 소음을 벗어나 한적한 산길에서 짙은 숲 향기를 들이마시며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받는 시간은 어느 것에 비할바없이 소중하고 귀한 느낌이 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과연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생애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작년 여름철 이 계곡과 산을 짙은 녹색과 울창함으로 뒤덮으며 청춘의 푸르름을 내보였던 그 푸르름의 야망도 가엽고 부질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지금, 인간의 소중한 마음, 그 타고난 심성을 보는 듯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온 삶이었다 해도 이렇게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 웬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 텅 빈 것 같은 쓸쓸한 마음을 알듯 모를 듯 산과 들녘엔 저렇게 빨리 생명의 소생으로 이어지며 엷은 녹색으로 물들어 가는가. 저 수많은 초목들도 그 삶의 굽이마다 자기만의 사연과 진실의 색깔이 있듯, 결국 생명의 끝이란 자연과 인간의 것인들 무엇이 다르랴.

지금부터는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누구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뉘우치지 않을자 어디 있으랴만,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태양은 더욱 눈부시지 않은가. 살아온 삶에 큰 굴곡 없이 순조롭게 세월을 맞이하고 보내온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으리라. 야망이나 꿈이라고 하는 것도 젊은이들 것만은 아니며 중년은 중년대로, 노년에는 노년대로 그윽한 꿈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이라면 서로가 소리와 몸짓과 자기만의 방식이나 수단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 연초록으로 움터 푸른빛으로 변한 나뭇잎도 그 삶의 굽이마다 짙푸른 녹음의 빛깔로서, 바람에 저마다의 몸짓으로써 표현하며 변화된 삶을 살지 않을까 한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보니 작년가을에 곱게 단풍이 들어 자태를 뽐내다가, 이내 나뭇가지를 떨치고 땅에 떨어져 낙엽이 되기가 싫어서 저렇게 미련을 두고, 잔가지에 힘들게 매달려 바람에 온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는 빨갛게 물들어 고엽(古葉)이 된 나뭇잎새를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난다. 하지만 모름지기 계절의 변화에 따라 붉게 물들어갈 수밖에 없는 단풍잎이라 생각자는 말자. 벌레 먹고 찢어진 한 장의 낙엽도 하나의 가냘픈 생명일진데, 제 나름의 삶으로 거쳐야했던 수많은 고통과 상처가 어찌 없었으랴. 여름하늘 으름장을 놓고 가는 뇌성과 번개의 무서움에 떨어야만 했고, 먹장구름에 내리 때리는 장마 비의 아픈 상처도 자국 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산새와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한때는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붉은 단풍으로 물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많은 활엽수의 나뭇잎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름답게 물들기만을 바라며 그 무엇도 바라지 않는다. 그 내면에는 탐욕스런 마음도 묶어두고 무욕으로, 무욕(無慾)의 모습으로 오직 고운 색깔로 비춰주길 바라는 그 진실만으로도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 아니라고 과연 누가 말 할 수 있겠는가. 영혼이 영혼을 소유할 수 없듯이, 사랑도 사랑을 소유할 수 없을 듯, 그저 단풍과 같이 혼자서 물이 들고 때가되면 떨어져 결국 무욕의 낙엽으로……….

우리도 이와 같이 자기만의 사랑으로 물들이는 붉은 낙엽 한장과 같을 수 있는 무욕 속의 삶이길 바라자.

지금도 자기 분수에 넘치는 헛된 욕망으로 그 무엇을 탐하고자 하는가? 이제는 마음속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헛된 꿈과 욕심, 아집을 버려야 한다. 이렇게 대 자연속에 자신을 묻으며 저 계곡에 흐르는 청정수처럼 마음을 비우고, 맑게 씻어 가벼운 마음으로 텅 비어있는 그 자리엔 아름다운 마음이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자리 그 모습에서 들려오는 참되고 진실한 자신의 소리를 들으며 자아실현을 이루자. 자아실현(自我實現)은 자기의 가능성을 온전히, 그리고 완전히 실현시키는 즉 나 자신에 의해 형성될 소망이고 존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돈을 벌어야 먹고살 수 있다. 이 사회에선 가난은 무능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된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 부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공은 행복지수와 비례하지 않음 을 많이 보게 된다. 사업은 성공하였지만 가정이 깨지고 가족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친구도 잃고, 건강조차 나빠져 불행에 빠지는 사람들이 주위에는 많다. 우리는 잘 살기위해 이곳 낯 설은 이국땅의 미국에 이민 왔다. 예전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는 잘 사는 것이 잘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맛있는 음식들이 지천에 널려있어도 배 터지게 먹질 못한다. 잘 먹는 것이 못 먹는 것보다 해롭다. 흔히들 ‘미련한 놈이 배터지게 먹고, 바보 같은 놈이 부페식당에 가서 퍼지게 쳐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덜 먹어야 건강에 이롭다. 이렇게 모든 가치관은 변한다. 제행무상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화는 자연의 섭리다. 사랑도 젊음도 잃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사고방식도 바뀌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웰빙(Well being) 열풍이 불고 있다. Well(잘) being(지내기)은 바쁜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며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생활운동이 한국은 상업성과 맞물려 고급스럽게 잘 먹고 잘 살기 웰빙으로 게걸스럽게 변질되고 있다. 우리나라 한민족은 종교이건 사상이건 일단 한번 받아들이면 종주국보다 더한 교조주의로 흐른다. 웰빙족 이전에 미국에서 시작되었던 숨 가쁜 삶의 속도를 늦추려는 슬로비족(Slower, But Better Working People=천천히, 그러나 보다 낫게 일하는 사람) 현상은 빨리 빨리 민족적 정서에는 맞지 않았는지 한국에는 상륙하지 못했다. 최근엔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돈도 명예도 팽개치고 느긋한 인생을 즐기겠다는 다운쉬프트(Downshift) 족이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고액 연봉이나 화려한 문화혜택을 마다하고 시골로 내려가 나만의 생활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삶에서 적게 벌더라도 가족과 친구들을 소중히 하는 인간적인 삶을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삶의 방법이나 자기만의 자유스러운 생활패턴 속에 살아가는 것 역시 힐링적인 삶의 일부라고 보고 싶다.

나는 힐링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로 여행을 꼽고 싶다. 사람들은 대개들 여행을 좋아한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상에서의 탈출은 사람들을 설레게 만든다. 생각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이 주는 힐링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흔히들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이 둘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사랑, 그리고 또 하나는 여행이다. 그 이유는 사랑도 여행도 사람을 설레게 만들어 정신을 젊게 만들기 때문이다.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연 치유적인 젊음을 바란다면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집어던지고 그곳에만 집중하게 된다.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 그리고 자연과의 만남에 그 순간만큼은 욕심으로 가득차 있는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갖게 되며 나아가 겸손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자연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멋진 추억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아쉽기 그지없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고 여행지에서 느꼈던 모든 것을 돌아오는 길에 배움으로 돌아오며, 바쁜 일상에 잃어버렸던 자신을 다시 재발견하고 오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또 한번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여행을 통해 얻게 된다.

이러한 모든 것이 바로 힐링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단어가 바로 “힐링”이라는 단어이다. TV 프로그램은 물론 사회적인 현상속에서도 찌든 사회인들을 위해 힐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몸이나 마음의 치유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힐링(Healing), 어려운 곳에서 힐링을 찾기보다는 이렇게 여행을 와서 나무가 우거진 산속을 걸으며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그 속에 자신을 접목시켜 함께 묻혀 동화되고 어우러져 음미하며 느끼고 즐기는 것이 진정한 치유이며 힐링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주에 계속>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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