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청빈(淸貧)을 삶속에 실천한 위대한 지도자들

<김명열칼럼> 청빈(淸貧)을 삶속에 실천한 위대한 지도자들.

한국의 종교계를 이끌었던 위대하신 세 분이 계셨다. 한경직 목사님(1902~2000), 성철 스님(1912~1993), 김수환 추기경님(1922~2009). 

이분들의 공통점은 무욕(無慾)과 청빈(淸貧), 솔선수범, 관용의 정답이 거기에 있다.

이 세분은 기독교, 불교, 천주교를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이 세분들을 한데 묶는 공통 단어는 청빈이다. 한국 대형교회의 원조인 영락교회를 일으킨 한경직목사님이 남긴 유품은 달랑 세 가지였다. 휠체어, 지팡이, 그리고 겨울 털모자다. 그리고 집도 통장도 남기지 않았다. 성철 스님은 기우고 기워 누더기가 된 두벌의 가사(袈娑)를 세상에 두고 떠났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세상을 다녀간 물질적인 흔적은 신부복과 묵주뿐이었다. 얼마 전 추기경님의 또 다른 유품은, 추기경님이 기증한 눈의 각막을 이식받고 시력을 되찾은 어느 시골양반이 용달차를 모는 사진이다.

알고 보면 세분은 모두가 가난한 부자들이었다. 아니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준 재산가였다고나 할까…………..

한경직 목사님이 작고한 이후 개신교는 또 한차례의 중흥기(中興期)를 맞아 신도수가 크게 늘었다. 성철 스님이 열반(涅槃)한 뒤에 스님의 삶이 알려지면서 불교를 바라보는 세상의 눈이 달라졌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천주교를 이끌던 시절, 신도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세분은 예수님의 말씀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던 분이 아니라, 그 분들의 삶을 그대로 살아보고자 했던 분들이었다. 그리고 온 몸으로 그것을 실천하고 보여주었다. 이 세상을 떠난 다음 세 분의 향기는 신도의 울타리를 넘어 일반 국민들 사이로 깊고 멀리 번져 나갔다. 한경직 목사님은 설교 중 몇번이고 신도들을 울리고 웃기는 능변(能辯)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도 전설적인 목회자로 존경받는 것은 그의 삶이 설교의 빈 구석을 채우고도 남기 때문이다. 어느 한 신도가 한경직 목사님이 추운겨울 기도를 하다가 감기에 걸릴 걸 염려하여 오리털 잠바를 선물했다. 얼마 후였다. 영락교회에서 백병원 쪽으로 굽어지는 길목에서 바로 그 잠바를 입은 시각 장애인이 구걸하고 있었다. 목사님의 아들역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후계자 라는 말은 흘러나온 적이 없다.

성철 스님은 늘 신도들의 시주(施主)를 받는 걸 화살을 맞는 것만큼(受施如箭=수시여전) 아프고 두렵게 여기라고 가르쳤다. 쌀을 씻다가 한 톨이라도 수채 구멍으로 흘러간 적이 보이면 다시 주워 밥솥에 넣으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불교계의 큰 어른인 종정(宗正)직을 오래 맡았지만, 중 벼슬은 닭 벼슬만큼도 못하다면서 항상 종정직을 벗어날 틈을 찾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긴 인생덕목에 ‘노점상’이란 항목이 있다. 노점상에게 물건을 살 때 값을 깎지 마라. 그냥주면 게으름을 키우지만 부르는 값을 주면 희망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그 말씀대로 추기경님은 명동의 노점상 앞에 가끔씩 걸음을 멈추고 묵주를 샀다. 짐이 무거워 불편하다면 욕심이 과한 것이다. 덥석 물건부터 집지 말고 시장 안을 둘러봐라. 한번 사버리고 나면 바로 헌 것이 되니 물릴 수 없다. 내가 가지려 하는 것부터 남을 주어라.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어려운 세월을 보낸다. 남루한 노인이 운영하는 작고 초라한 가게를 찾아서 물건을 고르고 고마운 마음으로 돈을 내밀어라.

세 분은 일편단심으로 자신이 믿는 종교의 가르침을 널리 펴고 실천하면서도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일체 말씀을 한 적이 없다. 한경직 목사님은 교회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교회 일치운동을 하셨고, 성철 스님은 여러 종교의 경전에도 두루 관심을 보였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성철 스님의 부음을 접하고 누구보다 먼저 조전(弔電)을 보냈다.

그러니 한국 종교계야말로 복이 많은 것이다. 오늘의 문제를 풀기 위해 멀리 밖에 나가 배울 필요가 없다. 고개를 들면 스승의 얼굴이 보이고, 고개를 숙이면 그분들의 생애가 펼쳐져 있다. 세상을 비추던 세 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문이 활짝 열려있다. 무욕, 청빈, 솔선수범, 관용의 정답이 거기에 달려 있다.

이상의 사례와 이야기들은 청빈을 몸소 실천한 한국의 위대한 종교지도자 세 분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렇게 청빈을 일상의 삶속에 접목시켜 숭고하게 세상을 살았던 그 세분 외에 한국에는 근검절약은 물론 청빈을 생활신조로 삼고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인 위대한 영도자 한 분이 계신다. 그사람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청빈과 소박한 삶의 생활속 이야기들이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기에 인권보다는 국권, 정치적 절차적 민주주의 보다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이 우선시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적지 않은 희생과 아픔이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를 통해 우리는 극심한 기아와 경제적인 가난속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고,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는 점도 간과 할수 없는 부분이다.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박정희 독재’가 가능했던 것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동의했기 때문이며 동의를 얻어내는데 도덕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 살기 위해 부정부패 안하고 열심히 할테니, 국민도 잘 따라오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 통했다는 얘기다.

1979년 10월26일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서거한 박정희대통령 시신이 도착한 10월27일 새벽, 박정희 대통령의 시신을 확인한 군의관은 대통령인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짜깁기 투성이인 바지와 낡고 해진 허리띠, 도금이 벗겨진 넥타이 핀, 너무나 오랫동안 손목에 차고 다녀서 색갈이 변한 허름한 세이코 시계, 구두의 밑창과 굽은 몇번이나 갈아 붙였는지 모를 정도로 나달나달한 오래 신었던 구두, 등등 도저히 일국의 대통령의 옷차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소탈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의 전속 이발사의 증언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한다. “박대통령, 그분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머리를 깎고 세발을 하느라 윗도리를 벗어놓고 보니, 런닝셔츠는 너무 오랫동안 입고 빨다 보니 낡아서 목 부분이 다 해져 있고, 좀이 슨 것처럼 군데군데 작은 구멍들이 있었어요. 허리띠는 몇십년을 매었는지 두 겹의 가죽이 떨어져서 따로 놀고 있고, 구멍은 늘어나 연필자루가 드나들 정도였다니까요. 자기 욕심은 눈꼽 만큼도 없으신 분이었는데………”

박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날 청와대 본관 2층 박대통령의 주거 공간을 수색하던 보안사 수사팀은 박대통령의 욕실 변기 물통에서 벽돌 한장을 발견했다. 수돗물을 아끼기 위해 대통령이 넣어둔 것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실장의 회고록 ‘아! 박정희’엔 집무실의 파리채 이야기가 등장한다. 박대통령이 살던 본관 2층과 집무하던 1층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그당시 웬만한 부자집들은 거의가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일반 기업의 사무실들도 많은 회사들이 에어컨을 가동 중에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통령 집무실 1층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전기를 아끼려는 뜻이었다. 선풍기는 있었지만 박대통령은 그것조차 돌리지 않았다. 한 여름에 더위와 열기가 닥치면 박대통령은 창문을 열었고 열린 문으로 파리가 날아들어 오곤 했는데, 박대통령은 파리를 잡기위해 파리채를 휘두르곤 했다. 박대통령은 아침, 저녁으로 밥을 먹을때 꼭 30%는 보리를 섞었다. 지금처럼 건강식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쌀을 아끼려고 몸소 혼식을 실천한 것이다.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점심도 멸치나 고기국물에 만 기계 국수였다. 영부인 육영수여사와 나, 의전수석, 비서실장, 보좌관 등 본관 식구들은 똑같이 국수를 먹었다. 장관들도 청와대에서 회의를 하는 날이면 으례 점심은 국수였다.

박대통령과 함께 한국 근대사를 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생전에 박대통령의 청렴결백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그분이 땅이 있습니까? 돈이 있습니까? 장기집권 할수록 부패하기 쉬운데 우리는 그와 정 반대의 경우를 그분에게서 보았습니다. 아울러 통치자가 청렴결백, 청빈 할수록 나라는 더욱 부강해 진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친인척을 물리쳤던, 공과 사를 분명히 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다른 이야기 한 토막…………..

박대통령에게는 그가 어릴때 그를 등에 업고 다니며 극진히도 사랑하고 잘 돌봐주었던 누님 한분이 계셨다. 동생이 대통령이 되었을 당시,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어렵게 살아 올케가 되는 육영수여사에게 좀 도와달라고 어려운 부탁의 편지를 보냈다. 이를 받아본 육여사는 친인척 담당 비서관에게 이 편지를 건네주었다. 당시 이 비서관은 박대통령과 대구사범 동기생이었고 무척 가까운 사이였으며 그는 박대통령의 집안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박대통령 모르게 은행에서 대출을 알선해 박대통령 누님의 아들에게 택시 3대를 사서 운수업으로 먹고살도록 주선을 해주었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난 후 나중에, 이를 우연히 알게 된 박대통령은 대단히 노해서 친구이자 대구사범 동기인 절친 담당 비서관을 즉각 파면하고, 택시를 처분함과 동시에 누님과 조카를 고향으로 내쫓아버렸다.

이 조카는 “삼촌, 대한민국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습니다. 고향엔 안 가겠습니다”라며 울먹이면서 대들었지만, 박대통령은 단호하게 고향으로 쫓아버렸다.

아울러 누님의 호된 원망을 들은 박대통령은 “누님, 제가 대통령 그만두면 그때 잘 모시겠습니다”며 냉정하게 누님을 외면했다. 그 후 누님은 할 수없이 대구의 어느 동네 단칸방에서 세를 살며 우유배달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대통령인 동생을 원망하면서………… 피를 나눈 혈육의 정까지 마다하면서 공과 사를 분명히 하며 사리사욕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관이 확실한 애국심을 가지고 4천만(그 당시 한국 인구수)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탁월한 영웅, 대한민국 역사 이래 진정한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보라! 그 이후 대한민국의 역대 지도자들을……. 그 누구하나 부정부패 비리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은 지도자가 단 한명이라도 있으며, 많은 전직 대통령의 자식들이 축재와 부정, 이권에 연루돼 감옥에 가고 어느 영부인은 엄청난 돈의 축재 문제에 연루돼 국민들의 지탄을 받지 않았던가…. 그러나 박대통령은 자녀들에게 유학도 보내지 않았고 어떠한 특혜도 준 적이 없다. 단군 역사 이래 대한민국 지도자중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청빈하고 재산 축재나 비리에 연루되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은 지도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호적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떠나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이것저것 내 것과 나의 몫들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좋을 만한 것들도 적지 않다. 마음이 충만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남보다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함 속에서 아무런 부족함 없이 소박한 기쁨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청빈의 화신이다. 또 진정으로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이다.

청빈한 삶 속에 갖고 있는 것으로 만족할줄 알고, 살아있는 것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3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