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자의성지순례기행문33

김명열기자의성지순례기행문33

느보산(Mt. Nebo)

가나안 입성을 목전에 두고 모세가 눈을 감은 느보산

성 죠지교회의 로마 비잔틴 시대에 전성기였던 자연석을 소재로한 다양한 모자이크로 수놓인 최고의 걸작품 마다바 모자이크 지도를 관심 깊게 둘러보고 우리들 순례객 일행들은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느보산으로 향했다.

느보산은 모세가 애굽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나와 40년동안 광야 생활을 마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 땅을 목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높은 산이다. 모세는 가나안 입성을 목전에 두고 이 느보산에서 눈을 감았다(세상을 하직했다).

느보산은(비스가산) 혹은 ‘시야가 산’이라고도 하는데,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남서쪽으로 약 35Km, 여리고 맞은편 요단강 하구 동쪽에서 약 20Km 떨어진 아바림 산맥에 있는 산이다. 모압평야 동쪽에서 볼 때 하나의 돌출부만 보이나 서쪽에서 보면 큰 산(해발 710m)으로 보인다. 이 산은 발락이 발람을 소빔(Zophim)들로 인도하여 이 산꼭대기에 이른 곳이며(민23:14)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가나안땅을 바라보라고 지시받은 산이며(신 3:27), 또 모세가 가나안을 바라보면서 숨을 거둔 곳이다(신 32:49). 또 시야가 교회 왼쪽으로 있는 둥근 언덕은 브올의 아들 발락이 발람에서 모압 평지에 있던 이스라엘 자손을 향하여 저주를 퍼부어 달라고 요청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산 정상에는 카톨릭교회 소속의 모세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다. 프란체스코 수도회에서 1932년 느보산 지역의 대지를 현지인으로부터 구입하여 발굴하였는데, 이곳에 4세기경 로마시대에 세워졌던 모세를 기념하는 교회와 수도원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곳에 프란체스코 수도회에서 지은 교회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교회 내부에는 정교하고 다양한 모자이크들을 감상할 수 있다. 당시의 자료들이 발굴된 모습 그대로 반 지하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교회 밖 서쪽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인 놋뱀 장대가 세워져 있다. 이탈리아의 조각가 판토니가 만든 작품으로 원래 이곳에 세워질 것은 아니지만 모세를 기념하여 이곳에 세워놓은 것이라고 한다. 민수기 21장 9절에,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자 마다 놋뱀을 쳐다본즉 살더라”라는 기록이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호르산을 떠나 요단 동편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중 하나로 소위 불뱀과 놋뱀 사건이다. 백성들이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다 징벌을 받는다. 이것은 모세가 시내 광야에서 뱀에 물린 사람들을 살려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놋뱀과, 인류 구원을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복합시킨 의미 깊은 작품으로, 모세를 거역했던 이스라엘 민족의 범죄로 인하여 불뱀에 물려 죽은 사건이 상징물이다.(민 21: 6~10).

놋뱀 장대를 바라보는 순간 내게 깨달음이 왔다. 약속의 땅을 목전에 두고도 원망, 징벌, 회복이라는 삶을 반복한 이스라엘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또 회복의 수단이 된 장대위의 놋뱀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주님의 모습이라는 것을………. 불완전성과 사악한 본성을 가진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생각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사의 눈물이 솟구치고 목이 메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 교회 앞에서 산 아래쪽 서쪽을 바라보면 탁 트인, 거칠것 없이 드넓게 광야가 펼쳐지는데, 맑은 날에는 여리고까지 조망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곳에 서서 모세는 가나안을 바라보면서도 입성을 하지 못한채 숨을 거둬야 했으니, 인간적으로 얼마나 안타깝고 비통해 했을까? 하는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모세는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쓰시길 계획하셨음을 알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하나님 품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만족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40년간 고생을 했으니, 꼭 내가 가나안 땅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 인간적 욕심에서 우러나온 교만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날이면 그저 2~3일 걸릴 거리를 무려 40년이나 걸려 여기까지 온 이스라엘이었고 가나안까지 자동차로 2시간 남짓이면 도달하는 거리라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듯 언덕 앞에는 예루살렘, 여리고, 베들레헴 등의 지명을 써놓고 방향과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가 경내에 세워져 있다.

이곳 느보산을 마지막으로 모든 여정을 마치고 나니 짧은 11월의 햇살은 석양을 등지고 어느듯 사라지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니 금새 어둠이 깔렸다. 어둠의 적막을 헤치고 요르단의 어느 고급 식당에 들어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각종 푸짐한 양고기와 생선, 버섯요리, 야채 등등 다양하고 다채롭게 차려진 요르단의 마지막 만찬 저녁식사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다. 처음에는 비위에 거슬리고 약간은 부담스러웠던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음식들이 이제는 입맛에 익숙해질 때가 되어서 이곳을 떠난다 생각하니 노루 꼬리만큼 미련도 남는다. 고급스럽고 푸짐한 요르단의 전통 요리(음식)은 모두가 여정에 지친 일행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새벽 2시30분이라서 그때까지는 시간이 너무나 많이 여유가 있어 모든 일행들은 모처럼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암만시내 중심의 다운타운에 들러 일행들은 쇼핑도 하고 차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너무나 감사한 것은, 우리들 일행의 신변안전과 보호를 위해 요르단 경찰당국에서 파견나온 경찰관 아저씨가 밤늦도록 우리들 일행과 함께 하며 보호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경찰관 아저씨는 우리가 공항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밟는 장소까지 와서 우리들 일행을 배웅해 주었다. 다시 한번 요르단 경찰당국과, 자국 국민을 테러에서 보호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취해준 미 대사관측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우리는 새벽 2시30분 루프트 한자 항공편으로 독일 프랑크프르트를 경유하여 총 14시간30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탬파공항에 내려 귀국할 수 있었다.

10박 11일의 이스라엘, 요르단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꼬박 한달동안 그곳을 다녀왔던 체험과 기억, 추억의 사진들과 자료들을 정리하고 원고를 쓰느라고 무척이나 바빴었다. 모든 것을 마무리 하고 신문에 여행 기행문이 연재되면서 많은 독자들께서 관심을 갖고 나의 글을 애독해 주셨다. 독자들의 호응도 역시 대단히 높았다. 성지순례 여행을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어느 여행사가 도와줬으며, 어떻게 다녀왔는지? 여행경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여행기간동안 이국의 음식은 먹는데 불편함은 없었는지? 위험 부담은 없었는지? 등등의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나의 이메일 주소로 입수되었다. 어느 교회 목사님께서는 자기도 자기교회 성도들을 인솔하여 그곳을 다녀올 계획이라며, 지금 연재되고 있는 기행문이 앞으로의 성지순례 여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사의 말씀을 보내주기도 하였다.

그 외 많은 분들께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역사적 유적지, 성지순례를 가고 싶다고 하며 관심 깊게 기행문을 읽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해주었다. 그렇게 초반 2~3개월은 그 열기와 반응이 무척이나 뜨겁고 관심이 많았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성지순례에 대한 문의나 여행계획에 대해 문의하거나 말씀하시는 분들이 쏙 들어갔다. 지금은 그곳에 갈수 없게 되었으니 내가 써 올리는 글에 공감하면서 그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며, 먼 후일 코로나사태가 진정되고 전염과 확진의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질 때 꼭 한번 그곳(이스라엘, 요르단)에 성지순례여행을 다녀오겠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대다수이다.

이번에 성지순례 여행 기행문을 연재하면서 나와 함께 그곳을 다녀오신 최현숙 집사님의 경우, 최집사님은 자신이 그곳을 다녀왔지만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성경공부를 곁들인 관광 겸 신비한 옛 성서시대의 역사공부를 하는 것쯤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는데, 나의 기행문을 보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소홀히 보고 지나쳤던 것들이 새삼 다시 인식되고 전혀 몰랐던 사실과 역사적인 배경의 뒷이야기가 새롭게 소개되고 있어 크나큰 감명과 성경적인 사실들에 많은 믿음의 충전을 얻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최집사님은 매주 수요일 아침 9시가 되면 근처의 브랜든 한국마켓에 배달되는 플로리다 코리아 신문을 가지러 간다고 했다. 내가 써 올린 성지순례 기행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두고 시간 나는대로 다시 한번씩 읽어본다고도 했다. 최집사님 외에 몇분(올랜도 김집사님, 탬파 이권사님, 김장로님, 어느 목사님 등등)께서도 나의 기행문을 모두 잘 보관하면서 나중에 성지순례여행을 갈 때 유용하게 써 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성지순례 여행은 창세기부터 요한 계시록까지 성경속의 인물, 지역, 사건들을 직접 현지에 가서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이었다. 성지순례를 떠나면서 제일 걱정을 했었던 것은 내가 역사적 사실이 있었던 그곳에 갔을때 그저 지식으로만 받아들이고 아무런 감동이나 신앙적 충전을 받지 못한다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많았다. 옛날 예수님의 발자취를 직접 보고 느끼며 마음을 가다듬고 인내와 겸손함과 희생과 사랑을 배웠다. 이번 성지순례 여행은 우리일행 모두에게 일상을 떠나서 타임머신을 타고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 당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즐거움을 선사받았다. 특별히 이스라엘 성지순례는 2000년전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걸으면서 주님이 말씀을 되새기며 행하신 모든 일들을 살펴볼 수 있었던 크나큰 선물이다. 그 외 구약성서에 나오는 각 곳을 직접 견학하며 모세 이후 다윗왕이나 솔로몬, 엘리야 선지자 등등 옛 성서의 인물들의 업적이나 발자취 및 역사적 사실들을 살펴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와 시간들이었다.

<다음 호는 마지막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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