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자의성지순례기행문28

김명열기자의성지순례기행문28

와디럼 사막의 밤, 별들과 조우하며……..

와디럼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낙타 등에 타고 천천히 천천히 광활한 사막벌판 모래위를 기우뚱 기우뚱 몸을 맡긴채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재미다. 낙타의 등에 올라타면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낙타의 방울소리와 알 수 없는 사막의 언어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몰이꾼들의 나지막한 음성뿐이다. 낙타의 등 위에서 바라보는 사막은 건조하고 황량하고 메말랐으며,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햇살이 붉은 융단처럼 하늘에 번져나가자 태양아래 타오르던 것들이 모두 서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한다. 빛이 내려진 모래언덕은 너무나 고요하다.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듯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는 나 혼자만이 덩그런히 의자에 앉아 하늘의 별과 달을 벗 삼으며 어둠이 끝도 없이 깔려있는 적막속에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 달이 해맑게 웃으며 손짓을 하는 유혹에 온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깨어나며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는 깊은 밤이 찾아왔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밤의 적막과 고요함이 친구가 돼주며,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사막의 밤 하늘, 별이 쏟아지는 것 같다는 표현은 이럴때 하는것이라고 느꼈다.

대자연이 주는 감동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감동에 비해 그 규모와 깊이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조금의 여백도 없이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별들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말이지 사막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다. 모두가 잠이들고 자연과 별들만이 나와 마주하며, 지상의 모든 것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다. 그러나 하늘에는 달과 별이 요동치고 있다. 저 처럼 별이 따듯하게 보이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별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별을 그토록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고요한 사막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손에 만져질듯 하지만 뒤돌아보면 아스라이 멀리 사라져간다.

어느 순간에도 지구의 반은 밤이다. 이것은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처럼 지구가 빛의 근원인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는 24시간에 한번씩 자전하므로, 지구의 하루는 24시간이다. 따라서 그 어느 순간에도 태양의 빛이 비치는 절반은 낮이고 태양의 빛이 비치지 않는 절반은 밤이다. 밤은 ‘태양이 없는 시간’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달과 별이 떠있는 세상, 마녀와 유령이 나타나는 세상, 꿈과 악몽을 꾸고 마법과 광기가 드리워진 세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잠든 밤의 세상에는 또 다른 그 어떤 것들이 존재한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밤은 외로움으로만 느껴질지 모르나 밤에는 우리가 알지 못 할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밤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낮을 달궜던 붉은 태양이 모래사막, 붉고 누런 색깔의 사암절벽, 깎아지른 듯한 계곡의 너머로 사라지면 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방의 나라 요르단 와디럼의 붉은색 모래사막, 두베인들도 피곤한 몸을 낙타와 함께 휴식을 취하며 깊은 잠속에 빠질 때쯤이면, 이곳 와디럼사막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처럼 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가득찬 한폭의 명화를 연상케 한다. 손만 대면 금방이라도 별 하나를 딸 정도로 밤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이다. 시간이 새벽을 향해 곤두박질 칠수록 별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해 빛을 발산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별들의 잔치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낮에는 파란하늘과 누런 색깔의 사막 이외에는 그 어떤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던 황량한 사막이 밤에는 은하수, 북두칠성, 오리온, 전갈자리 등등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별들과 함께 독특한 사막의 밤 풍경을 그려낸다. 비록 지금 이시간은 싸늘한 한기를 느껴지는 찬 기운이 모래사막을 휘감고 있지만, 오랜만에 도회지를 떠나 한적하게 밤을 지새우며 별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삼아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별을 봐도 춥지 않고 지겹지 않다. 이것이 진정 이곳 와다럼 사막의 밤에만 느끼고 맛볼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머물고 있는 호텔, 돔 형으로 된 지붕의 겉포장 카버(뚜껑)을 열어젖히니 온몸 가득히 별빛이 실내로 흘러내린다. 창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사막은 건조하고 황량하며 메말랐다. 물 한방울,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끝없는 모래사막은 별빛속에 희뿌연한 안개를 품은 듯 요염하고 오묘한 환상의 모습으로 이색적인 풍경을 보이며 아름다워 보였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햇살이 서산위에 붉은 융단을 펼쳐놓은 듯 하늘에 번져나가자 뜨거운 태양아래 타오르던 것들이 모두 서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한지도 여러 시간이 지나갔다. 메마른 모래땅 위에는 그저 별빛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서 있는 것들이 밤의 파수꾼처럼 말없이 장승처럼 서 있으며, 인적 없는 깊은 밤, 홀로 앉아 별들과 벗하고 있는 나를 위로해주며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빛이 내려진 모래언덕과 광야, 그리고 사암으로 높이 치솟은 산들은 죽은 듯이 고요하다.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듯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는 바람소리만이 존재한다. 대자연속에 별들이 바람 속에 소곤대며 주고 받는 소리, 온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깨어나며 모든 감각이 유난히도 예민해지는 이 고요하고 적막한 사막의 밤에, 이제는 두 번 다시 이곳에 오지 못할 것 같은 생각속에 이 밤이 마지막 밤이라는 걸 생각하니 너무나 아쉽고 아까운 시간이다. 모두가 깊은 잠속에 빠져있는 깊은 밤, 시침은 자정을 넘겨 새벽 2시반을 가리키고 있다. 조용히 밖으로 나와 호젓이 흔들의자에 앉아 위를 올려다 본 사막의 밤하늘, 너무나 영롱하고 빛나는 무수히 많은 별들,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표현은 이럴때 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문득 머리속에는 지금 이 시간, 매일 매일 강행군속에 많은 것들의 역사적 유적지를 보기위해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고생(?)이 많은 같이 온 순례객 일행들이 생각났다. 새벽 3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 아마도 100% 모든 성도님들은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서(?) 이 아름다운 별들의 쑈를 보지 못하고 꿈속을 헤매고 있을 줄로 짐작이 된다. 지금 이렇게 잠을 자지 않으며 저 아름다운 별들의 잔치를 보고 밤을 지새운다면 틀림없이 내일(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오늘)페트라를 보러 가서는 피곤하고 힘이 들어서 골골 할 텐데….. 그래도 좋다. 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와디럼 사막에서 별들의 잔치, 사막의 밤 풍경을 놓칠 수는 없는것이다.

이러한 대 자연이 주는 감동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감동에 비해 그 규모와 깊이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느낄수 있다. 조금의 여백도 없이 밤하늘 가득히 메우고 있는 별들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없는 커다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날의 별을 헤이고 별과 벗하던 밤, 이른바 별 천만개 짜리 특급 호텔에서 나는 별의 향기에 취해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고 별들과 대화를 나누고 별들과 마주보고 웃으며 긴 밤을 길지 않게 조우하며 즐겁고 감동 깊게 보냈다. 정말이지 사막의 밤은 낮 못지않게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그 날밤, 별에 취했던 그날 밤을 생각하면 살아생전 늘 별에 이르고 싶었던 사나이, 죽어서는 미술 역사상 가장 밝은 별이 된 사나이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떠오른다. 밝고도 외로운 별 하나, 고흐는 그런 존재다. 그는 별을 그리워했고 별까지 걸어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고흐의 별은 먼 하늘에서 유동하는 별이었다. 바라볼 수는 있지만 다가가기는 어려운 꿈이요 이상이었다. 그 별을 그린 대표작이 ‘별이 빛나는 밤’이다. 1888년 12월 어느날 고흐는 함께 생활하던 고갱과 격렬한 논쟁을 벌인 후 자신의 한쪽 귀를 자르는 발작적 행동을 저질러 아를의 병원에 입원을 한다. 그러나 퇴원 후에도 발작이 찾아와 1889년 5월 결국 생 레미의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별이 빛나는 밤’의 작품은 그 삶의 마지막 1년, 7월과 12월의 발작들 사이에 맑은 정신이 찾아왔을 때 그려진 작품이다.

어느날 밤, 고흐는 자신의 가슴을 가득 채웠던 별들, 멀기만 한 별과 별 사이의 그리움에 잠겨 별 헤는 밤을 그렸다. 철창이 쳐진 정신병원의 창 너머로 생 레미의 시가지와 별이 깔린 하늘이 보였을 것이다. 지상의 모든 것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하늘에는 달과 별이 요동치고 사이프러스는 별빛아래서 불꽃처럼 넘실거린다. 캔버스를 가로지르며 대각선으로 이어진 산은 마치 지평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은하수 같다. 고흐의 밤은 이처럼 낮보다 더 활기가 넘치고 생생한 색채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별을 살아있는 영혼으로 그릴 줄 알았던 고흐가 그토록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나를 매우 슬프게 한다. 고흐는 평생을 외롭게 슬픔 속에서 살았다.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지만 그가 받은 것은 상처와 절망과 인생의 외로움뿐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멀리하는 동안 오직 별들만이 그를 반기고 사랑했던 것일까?…….. 별 하나의 고독과 별 하나의 그리움, 지금 그는 먼 하늘, 저 하늘속 어느 별이 되어 있을가?.

모두가 깊이 잠이든 밤이 오면 나는 슬픈 듯 애잔하게 남겨진 추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지난 시간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추억에 매달리게 되는 걸까? 광야의 사막에 앉아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손에 만져질듯 하지만 뒤돌아보면 저 멀리로 아스라이 사라져 간다. 꿈도 아니었으면서 정말로 꿈같은 일이 되어버린, 별과 함께하며 벗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조우하고 정답게 밤을 지새운 아름다운 추억의 와디럼 사막의 잊지 못할 꿈같은 밤이었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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