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자의성지순례기행문27> 와디 럼(Wadi Rum)

<김명열기자의성지순례기행문27>  와디 럼(Wadi Rum)

 

‘아라비아 로렌스’의 영화촬영 주 무대로 환상적인 사막의 경관이 펼쳐지는 곳.

오전중에 우리들 일행은 다윗이 한 여인을 차지하기 위하여 그의 남편 우리아 장군을 죽게 한 암몬성(랍바성)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마친 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르단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와디 럼을 방문하여 관광길에 올랐다.

요르단 하면 와디 럼을 빼놓을 수 없다. 사막과 기암괴석이 절묘하게 어울려 요르단뿐 아니라, 중동지역에서 가장 환상적인 자연 경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 4Km, 남북130Km에 이르는 지역이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800m 높이의 사암바위, 협곡, 이따금 보이는 모래언덕과 사암(沙巖)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치는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사암 바위와 사막이 홍해바다를 향해 치닫는 끝자락에 위치한 와디 럼은 넓게 펼쳐진 모래언덕은 볼 수 없지만 자발(Jabel)로 알려진 솟아오른 바위 형상 등 이색적인 경치를 볼 수 있다. 한편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무대였던 이곳은 암만에서 남쪽으로 320Km 정도 떨어져 있다. 면적이 720평방 Km에 달하는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서 평지처럼 보이지만 가장 낮은 곳이 해발 1000m인 고지대이다.

와디 럼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인공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1888~1935)는 실존 인물이다. 영국 군인이던 그는 약소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낭만적 직업군인이었다. 아랍의 적인 터키군의 요새가 있는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아카바(Aquaba)를 함락하기 위해서 사막을 가로질렀다. 아랍의 낙오병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던 와디 럼의 광활한 사막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70mm 화면에 담은 고독한 영웅 로렌스와 유목민의 주 무대가 이곳 와디 럼에서 촬영됐다. 로렌스 역을 맡은 피터 오툴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의 후보로 지명되는 등 일약 스타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나서 더 이상은 우리 곁에 없다.

와디(Wadi)는 아랍어로 비가 오는 우기에는 강이 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겨울에는 마른 계곡이나 땅이 되어버리는 곳을 말한다. 그래서 요르단의 곳곳에는 ‘와디~….’로 시작하는 지역들이 많이 있다. 붉은 사막이라고도 불리는 와디 럼은 철산화물 때문에 붉게 보이는 것이다. 중동은 역시 사막으로 통한다. 요르단에도 사막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붉은 사막, 와디 럼이다. 처음에는 붉은 사막 얘기를 듣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이곳에 왔을 때 눈앞에 막아선 붉은 사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디 럼은 아랍어로 계곡을 의미하는 와디(Wadi)와 달을 의미하는 럼(Rum)의 합성어다. 달의 계곡이라는 낭만처럼 밤이 되고 달이 뜨면 이곳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바뀐다. 국내외 여러 작가가 이곳을 ‘지구에 있는 외딴 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곳 우주의 모습을 그린 영화 무대로 자주 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 ‘마션’에서는 주인공 마크가 화성에 불시착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와디 럼은 방문자 센터로 입장한 뒤 지프 투어를 통해 사막을 관람해야 한다. 코스와 옵션을 골라서 선택한 다음 정해진 지프차량에 올라야만 사막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 순례객 일행은 이미 여행사측에서 예약해둔 지프에 각자 몇명씩 그룹을 지어 나누어 탄 뒤 여유롭게 사막을 둘러보며 정해진 코스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일단 사막을 투어하는 4륜구동 반트럭 찦차위에 올라타고 보니 울퉁불퉁한 모래위를 달리는 기분이 묘하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엉덩짝이 차 의자위에 털썩털썩 부딪치다 보니 궁뎅이가 얼얼하기 까지 하다.

한참을 달리다 보면 ‘마션’에 등장했던 무대가 나타난다. 사구와 함께 기암괴석이 높게 치솟으

며 길게 이어진 카즈알리 계곡이다. 이곳에선 차에서 내려 걷는다. 앞을 막아서는 사암 계곡의 벽이 정말 우주에서나 볼 수 있는 형상처럼 오묘하다. 어느 바위는 호텔 레스토랑에 가면 볼 수 있는 초콜렛 퐁듀의 원액이 흘러내려 굳어진 것 같은 모습도 있다. 좁은 안쪽으로 들어가면 벽이 상형문자와 고대인의 언어로 새겨놓은 메시지가 곳곳에 보인다.

와디 럼 사막 곳곳에는 베두인 캠프가 많이 눈에 띈다. 베두인은 아랍의 유목민을 뜻한다. 베두인 캠프는 유목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베두인의 현대 문화는 특별하다. 누구든 텐트를 찾아오는 이는 손님으로 맞아 예외 없이 환대한다. 차나 커피대접에 숙식까지 거리낌 없이 제공한다. 그곳 안내인들의 말에 의하면, 자기집 ‘베두인 천막, 텐트집’을 찾은이가 설사 자기가족을 죽인 살인자 일지라도 텐트에서만큼은 손님으로 깍듯하게 대접한다고 했다. 베두인족은 아라비아 사막을 비롯해 중동전역 및 요르단의 사막에서 텐트 생활을 하며 낙타나 염소, 양을 치며 살아간다. 요르단은 중동에서도 베두인 전통이 문화적으로 성숙, 발전한 나라이다.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중에도 베두인족이 많다.

베두인 캠프

처음에 나는 베두인 캠프에서 하룻밤을 자며 숙식을 함께 한다고 들었는지라, 앞서 설명을 드린 이러한 그들의 캠프, 텐트속에서 하룻밤을 묵고 자며 음식을 제공받는 것으로 알았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여행일정 프로그램에는 11월8일 넷째날, 요르단 광야체험, 지프투어 후에 베두인 사막텐트 현지식사 및 숙박이라고 순례일정표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그래서 생각에 사막은 밤이 되면 무척 춥다고 전해 들었는데, 이제 밤이 되면 텐트 안에서 추워지면 두터운 쟈켓이라도 껴입고 자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와디 럼 관광이 끝나고 그날 저녁, 우리 일행들을 안내하며 관광버스에서 숙박지에 내려놓은 곳은 유목민들이 생활하는 베두인 텐트촌이 아니라, 사막 한 가운데 돔 형식으로 특별하게 지어진 최신형의 일류급 고급 호텔이었다. 여행용 가방을 들고 정해준 돔 형식의 호텔방 숙소에 들어가 보니 ‘세상에 이럴 수가 !…..?’ 할 정도로 입이 딱 벌어질 만큼 고급스럽고 깨끗하며 샤워시설도 완벽하게 갖추어진, 안락하고 편리하게 아주 최상급으로 지어진 돔 형식 스타일의 호텔이었다. 물 한방울,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이 황량하고 모래 바람 풍기는 삭막한 사막 한가운데 이렇게 고급스러운 호텔이 있다니 정말로 믿어지지 않았다. 이 호텔의 이름도 특이하게 UFO 럭셔리 호텔……. 와디 럼 UFO는 별빛 아래서 밤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적격의 5성급(별 다섯)의 고급 호텔이다.

여행에 지친 피곤한 몸을 가누며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서 호텔로 향했다. 이미 11월의 짧은 햇살은 서산으로 숨은지가 20~30분이 지났고, 지평선 위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우리의 주위를 감싸주고 있었다. 호텔 가까이 가다보니 호텔 뒷마당에서 환한 불빛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곳으로 급히 달려가 보니 호텔 뒷마당에서는 호텔 종업원들이 요르단 전통 양고기 구이인 알자르브 요리를 위해 땅속에서 구워낸 양 고기를 꺼내고 있었다. 벌써 그들의 주변에는 일찌감치 이 양고기 굽는 모습을 보기위해 우리 순례객 일행 여러명이 이곳에 와서 고기를 꺼내는 모습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이 전통 양구이 고기를 뜨거운 화덕에서 꺼내는 것이 마냥 신비롭고 특이하게 보였던 것이다.

대개 호텔에서 주는 아침식사는 부페식이었는데, 요르단의 아침식사는 시리얼, 토스트, 쥬스, 요구르트, 신선한 과일 및 말린 과일과 유럽 특선요리가 함께 하는 부페스타일이다. 삶은 달걀, 오믈렛, 튀긴 소시지, 으깬 감자와 같은 따듯한 식사도 함께, 아울러 올리브 등 여러종류의 치즈, 병아리 콩 으깬것, 각종 향료가 가미된 음식 등등 무척이나 종류도 많고 다양했다.

그런데 오늘의 메뉴는 이제껏 보도 듣도 못한 여러종류의 먹거리들 수십 종류가 즐비하고 푸짐하게 부페 식단을 메꾸고 있다.

오늘저녁 식사 메뉴는 이제껏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종류가 많고 다양하며, 특이하다. 얼추 진열된 부페 음식의 종류를 세어 봤더니 어림잡아 70여종루가 넘는다. 조금전에 땅속 모래화덕에서 구워 올린 양고기 구이를 비롯해 과자와 빵 종류만도 30여종류가 된다. 먹는 음시종류만 70여가지이니 모두 합치면 100여가지의 음식과 다과, 향신료, 샐러드 등등 셀 수 없이 너무나 많다.

여기에 곁들여 풍요로운 음식과 익히 알려진 요르단 국민의 친절함이 결합됨으로서 식사가 제공될 때 마다 축제분위기가 펼쳐진다. 요르단에서 식사는 단순한 생물학적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행사라 말할 수 있다. 요르단 음식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음식은 만사프이다. 만사프는 명절의 상징과도 같은 요르단의 국민 요리이다. 만사프는 아랍식 쌀밥, 사위 밀크분유(자미드)로 만든 풍미의 스프와 양고기 또는 닭고기로 구성된다. 만사프를 먹는다는 것은 진지한 행위로 받아 들여지며, 이를 준비하는 데에만 수 시간이 소요된다.

요르단 문화에서 만사프 요리의 제공은 관대함을 나타내는 최고의 상징물이다. 관대함의 수준은 제공되는 양고기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만사프를 먹을 때는 숟가락이나 포크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들 순례객 일행들은 먹기 편리한대로 포크나 나이프 또는 숟가락을 사용했다. 특히 주목할 사항은 이날 우리가 묵는 UFO측은 우리들을 위하여 특별히 알자르브 요리를 제공해 주었는데, 알자르브는 땅을 1m정도가량 파서 바닥은 자연 그대로 두고 옆면은 벽돌을 쌓아 만든 직경 60Cm 가량의 화덕을 지칭한다. 알자르브는 이러한 화덕에서 조리한 양고기 요리를 지칭한다. 이날 이렇게 특별히 호텔측에서는 이 알자르브 양고기 요리를 만들어서 우리일행들에게 대접해 주었는데, 그만큼 성의와 시간과 노력이 곁들여진 특별한 음식을 우리는 제공받았던 것이다.

어쨋거나 이러한 요르단의 전통 부페 식단으로 꾸려진 식사를 대하고 보니 호기심 반, 욕심 반으로 배불리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다음주에는 별이 빛나는 사막의 밤에 낭만적으로 나홀로 느끼고 겪은 달밤의 감상적 이야기를 들려 드리도록 하겠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사막의 정취와 달과 별이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밤을 잠 한숨 않 자고 느낀 소감을 들려드리겠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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