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내 삶의 예술은 체험이다

<김명열칼럼> 내 삶의 예술은 체험이다.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어떤 글이 좋은글입니까?” ………

글을 20여년동안 써왔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늘 군색해진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알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방법을 쫓아 쓸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작가나 문학인들이 밤을 새워가며 끙끙거리고 골머리를 썩히며 앓지 않아도 될 것이고, 신춘문예도, 대학의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도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질문을 한 사람이 “어떤 글을 좋아하십니까?” 하고 되묻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은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다. 마음은 인간 영혼의 고향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들의 하루 삶을 설레게 만들고, 미래를 향한 비전과 목적을 이루기 위한 무지개 빛 꿈들은 모두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어질고 선하며 지혜로운 인간의 세계는 살기 좋은 세계가 될 것이며, 마음이 흉하고 어지러운 곳의 삶은 난해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세월 20여년을 삶과 생활속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했던 모든 일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며 보냈다. 글이 인간의 마음 안에 한 숟갈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세계 지구촌 곳곳의 수많은 독자들과 공감을 함께 하며, 신문이나 잡지, 주간 언론매체에 글을 써 올리고 애독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마음을 주고받았지만, 그런 글이 내게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정확한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다만 오랫동안 써온 나의 글과 산문, 동화, 시, 에세이 들을 다 합쳐서 뭉뚱그려 회고하고 생각해보니 내가 썼던 수많은 글들 가운데 어느 한편이 마음이 갈하고 궁핍한 시절의 어떤 이들에게 영혼의 안식과 마음의 양식이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지난 20여년의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음을 자위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어린 시절 아마도 중학교 3학년때인가 보다. 한사람씩 일어나서 장래의 희망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친구들은 내가 국회의원이나 장관쯤 하는 것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꼭꼭 대장노릇을 하고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기질이 있어 그들로 하여금 그러한 생각을 갖게끔 만들었나보다. 그런데 차례를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골몰하던 나는 어쩐지 선생님이든 장관이든 그것이 장래의 희망이 되기에는 뭔가 불안한 요소가 느껴졌던 것 같다. 선생님이 되는 것은 직업이지 꿈으로 느껴지지는 않았고 장관이나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은 막연히 하늘위에 떠가는 구름을 잡을 려고 하는 것처럼 허황된 메아리로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내 차례가 되어 학생들 앞에 선 나는 “나는 어떤 허황된 목표에 따라 무엇이 되고 어느 것을 얻기를 바라고 원하기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내가 그때 그때 느끼고 바라보고 듣는 그대로의 상황에서 얻어지는 경험과 체험에 의해 세상을 살아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잔뜩 기대했던 선생님과 급우들은 뜻밖의 말에 교실 안의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졌던 기억이 난다.

며칠전에는 문득, 한때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였던 ‘여보게, 저승갈 때 무얼 가지고 가나?’라는 책의 제목이 생각났다. 그런데 저승 갈 때 무엇을 가져 갈런지 그 대답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답을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죽으면 무엇을 가지고 갈수 있는지?. 흔히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 했다. 물질적 측면에서 본다면 지극히 당연하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신적으로 보면 틀린 말이다. 우리가 저승길에 가져갈 수 있는 것도 분명히 있다. 그건 체험이다. 체험을 통한 의식의 진화다. 다시 말해서 진화된 의식을 가지고 간다. 그렇다면 체험은 나와 어떤 관계일까?. 우리는 흔히 체험하는 주체가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나를 체험보다 우위에 두고 나를 능동적 주체로 생각하고, 체험을 수동적으로 생각한다. 체험을 나의 종속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체험을 선택적으로 좋아하고 싫어한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한편의 드라마나 연극으로 생각해보자. 연기자가 자기의 역을 제대로 소화하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자 노력을 하듯이 우리들은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연기자가 상을 받듯이 우리들 또한 순간 순간 펼쳐지는 인생 드라마에서 보다 다양한 체험과 함께 성장할 것이다. 나아가서 훌륭한 연기자는 자신의 배역을 골라잡듯이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했던 우리들 역시 자신의 모습을 가꾸어가고 선택해 갈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나라고 하는 존재의식은 순간순간으로 일어나는 삶의 체험속에서 드러날 뿐, 체험을 떠나서는 어디에도 없다.

체험이 나의 존재의식을 가능하게 하고 체험이 나를 만든다. 나의 존재는 오직 체험을 통해서만 살아있다. 그러므로 나를 바꾸거나 성장시키는 일 또한 체험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삶의 체험은 정말로 즐겁지만은 않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화나고, 괴롭고, 힘이 들고, 불쾌한 체험들을 겪게 된다. 특히 상대방의 실수나 무책임, 심지어는 의도적 행위에 의해서 내 계획이 어긋나고 시간적, 경제적으로 손실이 일어났을 때 순간적 감정은 미움이고 분노이다. 손실이 크면 클수록 분노도 커지고 생각하면 할수록 감정은 더욱더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십상이다. 분노가 고통으로 변하기 전에 분노하는 감정을 잘 살펴서 하나의 인생체험으로 가져가고 나아가서 성장으로 가져가야 되는데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우리가 죽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의 재산이나 명예, 지위가 아니라 저승길에 가져갈 유일한 것은 체험뿐이다. 그렇다고 미움이나 분노와 고통의 느낌들을 모두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미움과 분노는 진정한 체험이 아니라 체험을 위한 동기이고 자극인 것이다. 미움과 분노, 고통은 지금껏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진실된 삶의 의미를 체험하는 길의 안내자요, 탐욕이나 명예를 쫒고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려는 해독제들이다. 그러기에 분노와 고통을 집착의 해독제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삶을 체험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삶은 바로 인생의 전부를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삶일 것이다. 즐거움이든, 고통이든, 원하는 것이든, 원치 않는 것이든, 간에 존재하는 모든 순간들을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풍요롭고 성공적인 자기 삶의 예술을 완성해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독자들께 드리는 말씀 한마디> 마음의 양식이 되는 좋은 글은, 부족한 마음을 채워주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의 내용이 주는 가르침이 있어 복된 삶을 살아가는데 윤활유와 같은 활력소가 됩니다. 좋은 글 한편이 나의 삶을 새롭게 해줍니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83/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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