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세상 부부들의 이야기

<김명열칼럼> 세상 부부들의 이야기

 

돈을 나눠주는 것은 오히려 쉽다. 하지만 내 몸의 일부를 떼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사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얼마전 한국의 TV채널 방송에서 뉴스를 통하여 보고 느낀 이야기다.

지난달 5일 결혼 25주년을 맞은 부부가 생면부지 남에게 간과 신장을 내어준 장기 기증 릴레이는 그래서 아름답다. 5년전 신부전증 환자에게 신장을 나눠졌던 이성구(56)씨는 지난 15일 또다시 간염을 앓는 40대 여성에게 간 일부를 떼어주는 수술을 받았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장기를 두번씩이나 기증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 7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이씨는 가끔씩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한없이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인 김형자(51세)씨도 21일 어느 신부전증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려 남편의 뒤를 이어 수술대에 올랐다.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아온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남편과 함께 뜻 깊은 일에 참여하게 돼 더없이 기쁩니다.”라는 부인의 말에 이씨는 “내 뜻을 이해하고 따라줘서 미안하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보통 사람들로서는 할 수 없는 큰 나눔을 베푼 훌륭한 부부는 그야말로 부창부수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있다. 이말의 뜻은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따르다 라는 뜻으로, 가정에서 부부화합의 도리를 일컫는 말이다. 남편이 앞장서 부르면 아내가 따르는 것이 부부의 화목한 도리라는 뜻으로 ‘지아비가 노래 부르면 아내는 따라 부른다.’는 것은 부부의 화합을 이르는 말이다. 예로부터 부창부수는 부부화합의 근본으로 여겼다. 하지만 남녀가 평등하고 함께 생업에 종사하는 요즘 같은 현대사회에서는 누가 먼저 주장하던 한편이 진실되고 합리적인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한편이 이에 잘 호응할 때 가정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부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사자성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부부간의 화합을 바라는 비슷한 성어로는 거문고와 비파가 서로 화음을 맞추듯 부부사이에 정답고 화목한 금슬상화, 부부가 평화롭게 살면서 함께 늙는 백년해로, 금실이 좋은 부부사이를 원앙새와 같은 원앙지계 등이 있다.

중국 육조시대(229~589 오~진)의 양나라 주흥사(周興寺) 천자문에서 유래하였다. 예로부터 남편이 현명하고 지혜로워 이를 말하니 부인은 남편을 믿고 따르며 화합하고 가정의 안정을 꾀하였더라, 라는 문구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가정은 부창부수가 필수라고 했다.

부창부수는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 사용하던 것으로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말한다. 특히 고대 농경사회에서 밭일이나 논일을 할 때 남편이 앞장서서 힘차게 일을 하면 아내가 뒤를 따르며 정답게 일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나아가 부부간의 사랑과 평화, 협동심과 같은 좋은 궁합을 떠올리는 성어이기도 하다. 여기서 창(唱)은 노래하다는 뜻보다도 어떤 말을 먼저 주장하거나 외친다는 의미로 ‘앞소리’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남편이 앞소리를 하면 아내가 함께 뒤를 따른다는 것이다. 부부를 일심동체(一心同體), 또는 이신동체(二身同體)라고 한다. 두 사람이 합쳐 1+1=2가 아니라 1+1=1이 되는 것은 각각 개성이 반(半)만 남게 되기 때문인데 그것을 사랑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우리말 속담에 부부간의 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이 있다. 물을 칼로 베어도 흔적이 남지 않고 합쳐지듯이 화합하기 쉬움을 비유한다. 하지만 한몸이 물베기라고 해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남편이 옳은 주장이나 의견을 낼 때 아내가 그 뜻에 잘 따라 화합하는 것이지, 턱없이 말도 안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에도 잘 따른다는것이 아닌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남남이었던 부부가 서로 만나 같이 늙으며 같은 무덤에 묻히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다는 해로동혈(偕老同穴)은 지금의 현대사회에서는 거리가 먼 옛날이야기로 치부되는 것 같다. 자식 때문에 산다는 부부가 자식을 결혼시킨 뒤에는 성격(?) 탓으로 황혼이혼을 하는 노부부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 하니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부부들이 서로의 뜻과 성격이 맞지 않아 삐거덕거리고 다투며 언쟁이 그치지 않는 가정의 부부들이 참으로 많다. 이 세상에서 부부싸움이 없는 가정은 별로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부부싸움이 없다는 가정은 뭔가 비정상적이거나 부부간의 무관심과 애정이 없는 상태이다. 부부싸움은 그만큼 상대에게 관심이 많고 사랑한다는 증거이다. 물론 예외의 가정도 있으리란 생각도 들지만, 조용한 찻잔속의 태풍처럼 부부싸움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사랑싸움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지나친 인격침해의 과도한 부부싸움은 해서는 안된다. 서로간의 이해와 용서가 필요한 사항이다. 오랫동안 가정의 문화와 교육,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사람(남녀)이 만나 결혼을 하여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가 견제하고 못잡아 먹어 으르렁대는 야수처럼 불편하고 불행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 부부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이성구씨와 김형자씨 같은 이상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부부의 가정이야말로 칭찬받고 존경받을만한 대상의 아름다운 부부이지만, 현미경을 드리 대고 뚜껑을 열어보면 수많은 부부들이 난리 법석들이다. 아무개(친구)의 부인은 천상 살림꾼이고 남편에게 너무나 잘해주는 일등감의 부인이더라고 말하는 남편, 누구 누구(아무개)의 남편은 돈도 잘벌어 오고 부인을 왕비마마처럼 떠받들어주는 최고의 남편이래, 라고 말하는 아내, 이렇게 부부는 다른말을 하면서 같은 생각을 한다. ‘으이구 당신이 아무개 친구 부인, 또는 남편의 반만 닮았어도…….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다른집 배우자와 비교하며 흠잡는 부부들이 우리들 주변에는 많이 있다. 건강상 아무문제가 없고 이혼이나 사별을 하지않는 한 보통의 부부가 평생 함께하는 시간은 대략40~50년가량 된다. 그 긴긴 시간과 세월속에 어떤 부부는 웃으며 살고, 어떤 부부는 불행하지 않지만 딱히 행복하지도 않은채 건조하게 생활하고, 또 다른 부부는 불만속에 살아간다. 결혼을 왜 하는가(?) 결혼 안하고 사는 것 보다 나은 삶을 살려고 한다. 그런데 누구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를 만날거라고 하는 반면, 또 누구는 꼴도 보기 싫다고 손사래를 친다. 우리는 사회생활에 성공하고서도 가정생활에 실패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사회적 성공이 사적인 실패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미국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미국의 뮤직황제 마이클잭슨, 그리고 한국의 유명 연예인 및 재벌급 2세들의 가정생활이 파탄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이 세상에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하였으나 사랑하는 일, 즉 가정생활에는 실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님께서 태초에 하와(이브)를 만드실 때 아담의 갈비뼈를 뽑아 재료로 삼으셨다고 성경말씀에 쓰여 있다. 이문구의 구절을 읽으면서 문득 왜(?) 하필이면 갈비뼈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만약에 다리뼈를 사용하면 툭하면 걷어차거나 화가나면지지 밟을 것이고, 팔의 뼈를 쓰면 주먹질을 하거나 부부싸움 때 삿대질을 잘할 것이고, 머리뼈를 재료로 하면 잔머리를 굴려 언제나 하와가 아담의 훈육주임노릇이나 하려들것이며, 턱뼈나 아구뼈를 뽑아 쓴다면 말이 너무 많아 매일같이 언쟁을 벌이고 싸움이 그칠 날이 없을 것이고, 어깨뼈를 쓴다면 시도때도 없이 거들먹거리며 남편 알기를 자기의 종처럼 여길 것이라, 목뼈를 사용하면 매일같이 목에 힘주고 교만이 하늘을 찌를 것이니…………. 이렇게 되면 행복한 짝이 될 수가 없기에 하나님께서는 고심끝에 가장 적합한 재료로 아담의 갈비뼈를 사용하신 듯싶다는 생각에 미친다. 그래서 갈비뼈는 팔밑에 있으니 보호의 뜻이 있고, 심장과 가까우니 사랑의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갈비뼈가 나란히 줄지어 있는 것도 부부는 평생 동안 동고동락하며 나란히 걸어가라는 의미의 적절한 선택이셨을 것이라는 교훈의 말씀이라고 사료된다.   아무튼 부부란 알다가도 모를 묘한 사이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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