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동유럽 4개국 및 발칸 2개국 12일(플리트비체 & 포스토이나)간의 여행 <10>

유럽 여행중, 독일의 맥주 이야기

 

옛 시절, 한국에서는 맥주값이 여타의 술값보다 많이 비쌌다. 가장 값이 싼 술이 막걸리이고, 그다음이 소주이며, 맥주는 그런 술보다 더 비싼값을 줘야 사 마실 수 있었다. 그래서 맥주는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나 막걸리보다 조금 더 격이 높은 카페, 룸쌀롱, 요정, 고급 식당, 등에서 사먹는 술로 통했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때 본격적으로 맥주양조를 시작했다. 한일합방 후 소화맥주의 대주주 중의 한사람이었던 박승직사장이 만든 동양맥주와, 1933년 8월에 창립한 조선맥주가 각각 OB맥주와 CROWN 맥주 브랜드로 시장을 과점하고 있었다. 시장 점유율은 오비가 7:3~8:2로 크라운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라운이 1993년에 시장에 내놓은 하이트맥주가 폭발적인 히트상품이 되어 오비와의 시장 점유율이 역전되었다.

별도의 재미난 얘기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맥주에 대한 개념이 다르며 차이가 있다. 한국사람들은 맥주를 1차때부터 마시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일단 소주로 시작하며, 맥주가 1차때 등장하는 경우는 ‘소맥’을 만들기 위해서다. 맥주는 의례 2차때, 즉 치맥(치킨과 맥주) 부터다.

치맥은 병맥주가 아닌 생맥주가 일반적이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생맥주가 부담이 적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일본의 맥주문화는 어떨까?. 그들은 건배할 때 맥주가 주류가 된다. 일본 이자카야에 가면 “마즈 비-루”(우선 맥주)라는 일본어를 듣곤 한다. 사케를 마시든, 일본소주를 마시든 간에 우선 맥주로 목을 추긴 다음에 다른 술로 넘어가는 것이 일본의 음주문화다. 이럴땐 생맥주가 아닌 병맥주여야 한다. 맥주잔에 술을 서로 따라주는 일로 우정도 애정도 깊어간다. 그렇다. 이번주 칼럼의 독일 이야기중에는 맥주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어서 상식적인 범위를 가미하여 재미있게 설명을 이어가겠다.

오늘의 주제는 맥주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은 단연 맥주다. 맥주는 값이 싸고 사시사철 계절을 불문하고 제조할 수 있으며, 알코올 농도가 낮다는 점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나라에서 만든 맥주든지 맛과 품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범용성 있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들의 몸은 60~70%가 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사람이 살기위해서는 하루라도 물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 옛날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짧았던 가장 큰 이유는 수인성 질병이 많았기 때문이다. 맥주는 알콜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생물에 대하여 저항력이 강하여 와인과 함께 안전한 음료로 여겨졌다. 맥주에 대한 찬사는 고대 이집트시대의 벽화로부터 오늘날 세계각지의 생맥주집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맥주제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BC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슈메르인의 유적지에서 출토된 점토판에서 발견되었다. 이 방법은 맥아를 빻아서 빵을 만든 다음 빵에 물을 붓고 반죽하여 발효시킴으로써 맥주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제조법 역시 와인제조법과 마찬가지로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시작되어 이집트를 거쳐 유럽 각지로 전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유럽에는 포도가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맥주가 이 지역 각지의 토속주로 자리잡게 된것으로 보인다. 중세에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수도원에서 맥주의 양조를 담당했다. 봉건 영주들이 수도원에 양조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수도원은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남은 맥주를 팔아서 많은 수익을 얻었다. 당시 최고의 두뇌집단에 속하던 수도사들은 보리의 품종개량과 양조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를 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성경에 언급된 와인의 해석에 관해 많은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미루어 볼때 술로 인한 폐단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가 있다.

13세기 보헤미아(체코)의 왕, 웬체슬라스는 이미, 1천여년전 줄리어스 시저가 찬미했던 것처럼 맥주를 “고귀하고 전능한 음료)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교황에게 맥주제조 금지령을 풀어주도록 건의하였다. 이것이 체코에서 맥주산업이 발달하게 된 원천이 되었으며, 이때부터 체코의 맥주가 전 유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1516년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는 그 유명한 ‘맥주순수령’을 반포하여 독일맥주산업 발전의 초석을 쌓았다. 맥주는 중세 수도원에서 중요한 음료로 자리 잡기도 했지만, 현대의 맥주로 비약적 발전을 한 것은 과학기술 덕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고안한 저균살균 법과 카를 폰 린데가 발명한 암모니아 냉장고는 사계절 맥주생산과 장기보관을 가능하게 했다. 비열처리를 한 생맥주가 더 원시적일 것 같지만, 효모를 기르는 여과기술이 발달한 뒤에야 등장했다. 19세기말 유리의 대량 생산으로 맥주를 유리잔에 따라 마시게 되면서 깨끗한 맥주가 필요해지자 철갑상어 부레를 건조해 만든 ‘아이징글래스’로 혼탁물을 침전시키는 청정제 기술이 발명되었다.

맥주에 홉을 넣어 지금의 맥주를 탄생시킨 건 12세기 독일의 과학자이자 베레딕트라 수녀인 힐데가르데였다. 홉이 안 들어간 영국맥주를 뜻하던 에일에도 홉이 쓰이면서 독일맥주의 대명사인 라거와 구분 짓기도 과학적 잣대로 바뀌었다. 현대에는 따듯한 온도를 좋아하고 발효탱크 상부에서 작용하는 효모로 빚는 맥주는 에일로, 시원한 온도를 좋아하고 탱크 하부에서 작용하는 효모가 쓰인건 라거로 분류한다. 맥주는 서양술이지만, 기원이 서양에만 있지는 않았다. 중국 고고학자들은 최근 과학저널(네이처)에 기원전 3400~2900년 전에 조성된 두 유적지에서 맥주 양조에 쓰인 항아리 등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들 유물에는 보리, 수수, 율무 입자들이 붙어있었으며, 화학분석을 통해 맥주양조의 부산물인 수산염이 확인됐다.

참고로 여기서 맥주의 종류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

맥주는 세계 맥주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하면 발효맥주(발효중 밑으로 가라앉는 효모를 저온으로 발효)”와 영국, 미국의 일부, 캐나다, 벨기에 등지에서 생산되는 “상면 발효맥주(위 뜨는 효모를 고온에서 발효)”로 구분된다. 보통 발효를 시킨 맥주와 발효도를 높인 드라이맥주로 구분되기도 하며 품질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맥주가 가장 제맛이 나는 온도는 여름엔 섭씨4~8도, 겨울엔 8~!2도, 봄, 가을엔 6~10도 정도이다.

이 온도일때 맥주에 있는 탄산가스의 맛이 제대로 살고 거품도 알맞다. 그런데 맥주를 차게 한다고 냉동실에 넣어 두는것은 금물이다. 맥주는 온도변화에 민감하여 급격한 온도변화에 제맛을 잃는다. 마시기 2~4시간 전에 맥주를 냉장실에 넣어두면 제맛을 낼 수 있다.

다음은 맥주의 종류와 특징이다. (1)라거(Lager Beer)~저온으로 발효시킨 맥주로 숙성기간이 긴 향기가 좋은 보편적인 맥주. (2)생맥주(Draft Beer)~저온으로 발효시킨 맥주로 발효균이 살균되지 않은 맥주, (3)뮌헨맥주(Munchener Beer)~센물을 양조용수로 사용하여 맥아향기가 짙고 감미로운 맛이 나는 대표적인 농색 흑맥주, (4)포터(Porter Beer)~영국의 대표적인 맥주로 맥아즙 농도, 발효도, 호프 사용량이 높고 캬라멜로 착색한 흑맥주, (5)램빅(Lambic Beer)~벨기에의 브르쉘에서 양조되고 있는 상면발효 맥주로 자연발생적 상태에서 2~3년이상 후숙 시킨다, (6)수퍼드라이(Super Dry Beer)~보통맥주보다 1도가 높은 5도로 단맛이 거의 없는 담백한 맥주이다. (7)프리미엄(Premium Beer)~양질의 원료를 사용한 고급맥주로 알콜 함유량 5%정도인 맥주이며 하이네켄 맥주가 대표적이다. (8)샌디(Shandy Beer)~맥주와 레몬향을 혼합하여 알콜 함유량을 1~2도 정도로 한 여성용 맥주이다.

맥주는 누구나 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가볍게 마시는 술, 또는 음료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맥주를 마시더라도 맥주에 대하여 잘 알고 마신다면 더욱 그 진가와 맛을 깊게 음미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계속하여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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