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장마철의 소나기

<김명열칼럼>  장마철의 소나기

 

조금전까지만 해도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햇볕이 쨍쨍하게 비추더니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지금은 하늘이 뚫린 듯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이렇게 소나기가 내리는 창밖의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난다. 한국문학 단편소설의 기념비적 작품인 이 소설을 한국 사람들이라면 대개가 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으리라 생각이 든다.

1952년‘신문학’지에 처음 발표되어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황순원 집필의 단편소설,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소설이 가진 서정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여 1960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고 있는 한국 단편소설의 전설 중의 전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수한 사랑 그 자체로 각인되어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과 매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가을날 한줄기 소나기처럼 너무나 짧게 끝나버린 소년과 소녀의 안타깝고도 순수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치던 윤초시네 증손녀(이하 소녀)를 산은 산, 물은 물인 것처럼 무덤덤하고 귀찮은 장애물 정도로 여기는 쑥맥 같은 소년의 태도에 열받은 소녀가 “이 바보” 라며 던진 돌에 소년의 차가운 마음이 열려 둘은 행복하게 잘 지냈다는 내용이 초반의 주요 내용이다. 이후 후반에서는 소녀가 몹쓸 병에 걸려 사망하게 된다. 소년은 소녀의 죽음을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는데, 교육과정에서는 소나기가 내리면서 움막으로 자리를 피하는 과정에서 소녀의 꽃이 망그러짐으로서 앞으로의 결말을 암시해주고 있다. 소녀는 소나기를 맞은 후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이후 소년과 소녀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소녀가 앓았던 일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후 소녀가 사망하게 된다. 원래 제목은 ‘소녀’였다.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분께서 황순원 선생님께 마지막 부분을 고치라고 조언을 하였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제목을 바꾼 것이 현재의 ‘소나기’이다.

창문밖에 억세게 쏟아지는 저 소낙비가 언제쯤이나 끝나는가?. 궁금증이 생겨나 TV를 켜고 뉴스를 보니 플로리다 전체가 비구름으로 덮여있고, 국지적으로 소낙비가 나리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그리고 이 폭우는 이곳뿐만 아니라 저 멀리에 있는 동남아 및 중국에도 많은 비가 내려 침수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나 여름철이 되면 어김없이 반갑지 않은 손님, 장마가 시작되고 찾아온다.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마다. 매년 우리 곁을 찾아오는 자연현상중 하나로, 이곳 우리들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는 6월 하순쯤 시작하여 7~8월 달에는 본격적으로 제철로 접어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찔끔 찔끔 국지성 호우가 발생한다. “가뭄의 끝은 있어도 장마의 끝은 없다”라는 말처럼 예로부터 장마의 피해는 가뭄의 피해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현대에도 장마는 피할 수 없는 자연 재해를 동반한 듯 금년에도 지구촌 곳곳에는 장마로 인한 침수피해와 홍수피해로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양산했다.

재미난 얘기를 하나 해드리도록 하겠다. 바다와 접해있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비가 피해 가는 동네’라고들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참으로 어이없고 이상한 기상 이변의 현상들이 벌어지는 일이 매년 번복되고 있다. 실예로, 주변의 카운티나 이웃동네들은 여름이 되면 비가 매우 자주 내리는데, 유독 내가 살고 있는 동네만은 비가 피해가고 있다. 금년 6월달에도 도로를 가운데 두고 도로 건너편 동네에는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는데 내가 사는 동네는 비가 오지 않아 저녁에는 스프링쿨러를 틀어놓고 잔디와 정원에 물을 주어야했다. 몇 주 전에는 우리 집 지붕을 중심으로 남쪽 지붕에는 비가 오는데 북쪽 지붕쪽에는 비가 오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 동네를 뱅뱅 돌며 비를 뿌리는데 이곳 동네만은 비가 오지 않으니, “하나님께 미움을 받아서 그런가보다” 라고 앞집에 사는 Tim 이 농담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주변의 사람들은 우리 동네가 바다 옆이라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바다 바람이 비구름을 내륙쪽으로 쫓아 보내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 거라고도 말들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7월 중순경에 접어들면서 국지성 소나기를 동반한 장맛비가 요즘은 매일 같이 내리고 있다. 장마 비가 시작되는 날, 밖에서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와 보니 난데없이 개구리 여러 마리가 추녀 및 봉당위에 올라와서 내가 곁으로 가도 피해서 도망가지를 않는다. 그대로 두고 집안으로 들어오다 얼핏 보니 이번에는 큰 나비, 작은 나비 등 여러 마리의 나비들이 벽에 붙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붙어있다. 아니 이 녀석들이 왜 이곳에 떼로 몰려와 있지? 이상하게 생각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책상에 앉아 책을 펴들자 마자 밖에서는 우르릉 쾅 하면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낙비가 억수로 퍼붓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쏟아지는 단비를 나의 집 주위의 모든 초목들은 무척이나 반기듯이 금방 생기가 솟아나고, 억세게 퍼붓는 소낙비로 샤워를 즐기고 있다. 이렇게 비가 퍼붓고 있는데, 개구리와 나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증이 생겨 밖으로 나가보니 개구리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나비들만이 그대로 벽에 붙어서 날개짓만 하늘하늘 하고 있다. 오늘의 소낙비를 시작으로 우리 동네와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본격적으로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8월 초순에 접어들은 요즘도 거의 매일같이 찔끔 찔끔 국지성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다. 간사스러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듯이 이제는 비가 너무 자주 오니까 비가 그만 왔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고마운 비가 아니라 지겹도록 싫증나며 꼴도 보기 싫다. 이렇게 변덕스럽고 칠면조 같은 나 자신이 내가 생각해보아도 간사스럽고 가벼운 인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개구리나 나비들은 아마도 이렇게 지루한 장마철의 소낙비가 자주 올 것이라는 기상 현상을 이미 알고서 몸을 피하여 사람이 살고 있는 집으로 피신을 해온 모양이다. 작년 9월달에는 이곳 탬파지역에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태풍 어마가 들이닥쳤다. 저 남쪽나라 푸에토리코나 쿠바 등의 나라에 도착했을 때는 카테고리 5의 초강력 허리케인이었는데, 이곳에 와서는 카테고리 3의 강력한 태풍으로 약간은 그 위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방심만은 금물,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붕이 날아가고 커다란 나무가 뿌리채 뽑혀서 넘어지는 그러한 무서운 태풍이다. 이때도 우리 집에는 느닷없이 야생 토끼 두 마리가 정원 옆의 덱에 들어와 쭈구려 엎드려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러한 동물들은 사람이 감지할 수 없는 재해지변의 기상현상을 그들은 미리 감지하여 안전한곳에서 미리 알고 대피를 하나보다. 사람들은 비가오거나 날씨가 나빠지면 무릎 관절이 쑤시고 어깨가 결리는 등, 신경통증세가 나타난다. 기분도 우울해지고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를 때도 있다. 각종 사고도 좋은 날씨보다는 나쁜 날씨에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아마도 저기압은 이렇게 나쁜 사고뭉치인가 보다.

동물들 역시 비가오거나 날씨가 나빠지면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평소에 날씨가 좋다가 점차 기울어져 소나기라도 내릴 것 같으면 어떤 들쥐들은 자기집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시골에 살면서 본적이 있다. 그리고 두더쥐는 자기가 파놓은 구멍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늑대는 우~~하며 기분 나쁘게 울기도 한다. 다른 한편의 얘기로는, 양들은 서로 뿔을 부딪치며 싸운다 하고 당나귀는 귀를 흔들어대며, 돼지들은 꿀꿀거리며 불안해한다.

이렇게 동물들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행동을 하면 점차 나쁜 날씨가 되거나 지진이 발생한다고 한다. 2008년 5월21일 발생하여 사망 및 실종이 약 10만여명에 달한 중국 스촨(四川)성의 지진때도 지진 발생 이전에 동물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동물들의 이상한 행동이 폭풍우 등 위험 기상을 알리는 것이라면 동물들의 종족보존이나 삶의 터전을 보호해야한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갈만도 하다. 일기도를 작성해서 예보를 하는 것도 아닌데 동물 스스로 미래의 날씨를 감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항상 반성하며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해가야겠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자연현상의 여러 징조를 보고, 듣고 하여 날씨를 예측하였다. 곤충학자 ‘파브로’도 그의 저서 ‘곤충기’에서 곤충이 날씨변화를 예측한다고 하였다. 개구리가 울거나 고양이가 세수를 할 때, 물고기가 물위로 뛰어오르거나 물고기가 잘 잡히면 비가 온다고 하였다. 실제로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올 확률이 60%나 된다고 한다. 날씨 속담중에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 많지만 의미가 큰 것도 적지 않다. 왜냐하면 저기압이나 전선이 접근하면 기온이나 습도, 일조 등이 생물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날씨가 기울어지면 상처가 가렵거나 아프며 신경통이 재발하여 몸의 상태가 좋지 않다. 폐질환을 앓거나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은 저기압이나 전선이 접근하면 각혈하기 쉽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리고 소리를 듣고 일기변화를 예측하기도 한다. 종소리가 똑똑히 잘 들리거나 산골짜기의 물 흐르는 소리가 잘 들리면 비가 온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전선부근에서 상공의 기온이 높아 밀도가 큰 아래쪽으로 소리가 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층이 따듯한 경우에도 지면 복사냉각에 의해서 소리가 잘 들린다. 이때에는 날씨가 매우 좋다. 그러니까 날씨속담은 정 반대의 날씨가 발생될 가능성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인간사회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기후변화와 날씨는 이렇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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