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어둠이 떠나가는 여명의 아침에…….

 

<김명열칼럼>  어둠이 떠나가는 여명의 아침에…….

 

이른 아침, 촉촉한 아침이슬로 세수를 하고, 동녘에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환해진 미소를 지으며, 보름달 같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 정원에 심어놓은 파인애플이 아침인사를 건넨다. 노오랗게 농익어서 요염한 모습까지 보이는 저 파인애플이 어서 자기를 따서 먹으라고 유혹의 눈짓을 보내는 듯도 하다. 검은 휘장이 젖혀지며 새로운 날을 여는 이 여명의 아침에 모든 것이 새로움 속에 새 출발을 하는 분주함속에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 두팔을 뻗어 올려 길게 늘리며 하품을 하고 나니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유난히 눈부시다. 수평선위로 끼룩 끼룩하며 구슬프게 울고 하늘을 날아가는 저 갈매기는 아마도 배가고파서 우나보다. 옛 노래에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고 했다.

아직은 조용하고 적막함의 흐름이 고요를 포용하고 있는 이 시간, 마치 이럴 땐 어느 곳에선가 목을 길게 빼고 “꼬끼요” 하고 홰를 치며 우는 숫탉의 울음소리라도 들려올듯하다. 어스름한 새벽, 초가지붕위에 올라가 꼬끼요 하고 길게 목을 빼는 닭 울음소리는 자명종이 없던 시절 농가의 아침을 알리는 시계역할을 했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이고 듣기조차 힘든 소리지만 생활 곳곳에 관습적인 표현으로 남아있다.

닭은 보통 새벽 4~5시경, 동이트기 직전에 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어떻게 동이 트는 시간을 알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겨난다.

옛날 고향집 시골에서 나의 옆집에 살고 있는 목사님은 첫닭이 울고 나면 곧바로 일어나 집 곁에 있는 교회당에 나가 종탑에 걸려있는 종을 댕그렁 댕그렁 울리며 새벽기도회 시간을 교인들에게 알려줬고, 부지런한 농부들은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나 그날에 있을 농사일준비에 서둘러가며 연장을 들고 싸리문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닭은 저녁시간 때가 되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시력이 낮기 때문에 특히 밤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또 닭의 생리주기는 25시간가량으로 매일 알을 낳는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후를 싫어하는 닭들은 하루, 알 낳기를 거르고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알을 낳는다. 닭은 뼈속까지‘아침형 동물’인 것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닭의 습성과 생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닭들을 몰고 논빼미로 향한다. 논으로 향한 닭들은 작은 개구리는 물론 벼메뚜기를 잡아먹는다. 메뚜기는 벼이삭이나 잎을 갉아 먹는 해충이다. 물이 가득고인 논빼미 속에 들어가 어느 때는 방게나 미꾸라지를 잡아먹기도 한다. 그걸 잡아먹은 닭은 그날은 아주 횡재하고 몸보신 하는 날이다.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 비가 자주오고 장마가 계속되는 장마철에는 벼를 심은 논에는 물갈이를 잘해주어야 한다. 나의 어린 시절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아버지를 따라 새벽 일찍 일어나 아버지를 따라서 논으로 나간 적이 몇번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삽자루를 들고 보또랑에서 논으로 들어오는 물을 삽으로 흙을 퍼날라 막고 이내 논의 아래쪽으로 가서 논빼미에 고인 물을 바닥이 보이도록 물을 빼는 것을 보았다. 나의 생각으로는 벼논에는 항상 물이 차있고 고여 있어야만 벼가 수분을 많이 흡수하여 잘 자라고 이삭을 맺어 풍성한 결실을 맺어낼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 아버지께서는 가끔씩 이렇게 벼논의 물을 빼주어야 만이 벼농사가 잘된다고 말씀하셨다. 농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논에 물이 가득차 있어야 만이 벼가 잘 자라는 줄 안다. 그러나 논에 언제나 물이 차있으면 벼가 부실해져서 비, 바람이나 작은 태풍에도 잘 넘어진다. 그래서 이렇게 가끔씩은 물을 빼주고 논바닥을 말려줘야 벼가 튼튼해지고 결실을 잘 맺는다.

우리들의 삶의 그릇에도 물을 채워야할 때가 있고 물을 비워야 할 때가있다. 우리들의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채우고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동녘에서 붉은 햇살이 창문을 비춰줄 때 오늘은 무엇을 채우고 또 무엇을 비워야 할까(?) 생각을 해본다. 하고 싶고, 얻고 싶고, 가지고 싶은 물욕이나 야욕은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머리속을 어지럽히며 욕망을 불태우는데, 비우려는 마음보다는 채우려는 욕심이 많아져 마음속의 저울추는 한곳으로 쏠리고 있다. 사람의 욕심은 한도 없고 끝도 없어서 그것을 자제하고 비우기란 정말로 힘든 일인 것 같다.

내 마음속의 열정이 무거워져서 나의 욕심을 가리는지, 사랑이 무거워져서 집착을 가리는지, 교만과 자신감이 넘쳐나서 자만을 가리는지, 삶속의 생활이 여유로워져서 게으름을 가리는지, 내 주관이 무거워져서 독선을 가리는지, 등등의 내 마음이 무겁다고 느낄 때는 차분하게 이성을 되돌아 찾고 저울추의 무게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네 인생은 참으로 짧고 덧없다고 했다. 바람처럼 짧게 스쳐가는 이 세상에 우리 모두는 잠시 소풍을 온 사람들이다.

여명이 밝아오는 이 아침에 잠시 묵상에 잠겨본다. 아주 옛날사람들은 밤과 낮이 순환되는 자연의 원리를 몰랐다. 그래서 매일 찾아오는 밤이 무서웠고 매일의 아침이 새로 왔다. 밤이 무서워서 달을 보며 춤을 추었다. 아무리 춤을 추어도 어둠을 막을 수는 없었고, 죽도록 배만 고팠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선 잠을 자는 것만이 할 일이었다. 어느덧 동쪽하늘에 여명이 밝아오면 무서움도 금세 잊어버리고 사냥을 위해 벌판으로 나섰다. 그래서 밤은 자는 시간, 낮은 먹는 시간이 되었다. 오롯이 밝아오는 여명의 아침, 기나긴 어둠속 밤의 긴 침묵이 바람결에 사라지며 고요한 새벽하늘에 희미한 별빛이 졸음에 겨운 듯 스며져버린다.

아직은 희미한 잿빛하늘이지만 부지런한 사람들은 하나 둘 새날의 새로운 발길을 재촉한다. 아침마다 날이 밝아지고 해가 떠오를 때면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난무하지만,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석양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때 손에 쥔 것은 언제나 빈주먹뿐이었다.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또 걸어가야 할 나의 인생길……. 그렇게 똑같은 아침은 오늘도 시작되고, 다람쥐 체바퀴 돌듯, 희망을 새롭게 다져보는 하루의 새벽은 또 다시 밝아온다.

밝은 아침, 찬란한 태양빛이 미소를 지으며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가 되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저 밝고 환한 태양의 미소처럼, 우리 모두도 오늘하루를 미소로 시작하고 미소로 마감을 했으면 좋겠다. 미소는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며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신이 가르쳐준 가장 성공하는 첫 번째 선물을 열어본 것이다. 무덤덤하고 구름이 낀 것 같은 어두운 얼굴보다는 미소를 띈 얼굴이 한결 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미소는 하루를 즐겁게 해주고 생활이 행복해진다. 미소는 성공의 길로 가는 첫번째 방법이자 가장 단순한 표현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어찌 웃는 날만 있으랴……. 그러나 웃는 얼굴은 나의 내일을 밝게 열어주는 힘이다. 늘 긍정적인 삶을 나에게 가져다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과 표현의 방법이 제 각각이다. 지금 우리들의 하루는 두렵고 힘든 삶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사회는 그러한 냉정함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미소는 하루 일의 첫번째 시작이자 결과이다. 밝은 아침이 열리는 이 시간, 여러분 모두가 밝게 빛나는 저 태양처럼 밝고 빛나는 환한 미소를 띄고 하루를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29>

 

사진은 아침에 일어나 집안에서 내다본 여명의 아침 풍경이며, 파인애플은 집안 정원에 심어놓은것을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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