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취미생활과 기호품인 술

<김명열칼럼> 취미생활과 기호품인 술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이 들고 고달프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각박한 세상, 살아가기 힘든 현실속에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또 하루하루, 매일매일을 즐겁게 해주는 것으로 취미생활과 기호품이 있다. 사람들의 취미생활은 정말로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의 적성과 형편에 따라 취미생활을 하면 보다 즐거운 인생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서양속담에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사람은 여행을 한다’라고 하였으니, 만약 당신께서 시간과 형편이 허락한다면 여행을 하고, 마음이 울적하면 근처의 숲속길이나 공원, 아니면 등산을 하는 것도 건강이나 정서생활에 무척이나 도움을 준다. 산이 가까이 있다면 등산을 하는 것은 우리의 건강이나 심신의 안정과 정신수양에도 커다란 효과와 도움을 줄 수 있다.
등산을 철따라 하는 것도 좋다. 요즘같이 이른 봄철이면 진달래꽃이 피는 산길이 좋은가 하면, 삼복더위가 이어지는 한 여름철에는 심산유곡을 찾아 바윗돌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의 차디찬 냉수에 발을 담그고 그늘진 나무사이로 하늘위에 떠가는 뭉게구름을 감상하는 것도 피서의 한가지방법이다. 가을이 되면 단풍으로 물들여진 만산홍엽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추색으로 덮여있는 자연동산에 흠씬 자신을 묻혀보는 것도 좋으리라. 또 겨울이 되면 눈이 깊게 쌓인 등산로를 손을 호호 불며 산짐승이 지나간 발자취를 더듬으며 눈속의 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등산을 할 때 카메라를 메면 훌륭한 사진작가요, 자연을 벗 삼아 그림을 그리면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있다.
사진작가나 화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취미생활만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기호품이 있다. 여자들은 대개 초콜릿이나 오징어, 아이스크림, 떡볶이 등등을 좋아하고 남자들은 대개 술을 비롯하여 삼겹살, 순대, 생선회, 담배 등을 좋아하고 선호한다. 그중에 술은 남자들에게 단연 최고의 기호품으로 인기가 많다. 나 역시 젊었을 때는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잘 마셨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선배들에게 이끌리어 강제로 술을 마신 것이 계기가 되어 그때부터 술을 자주 마셨고, 직장에서는 퇴근 후 으례히 술집에 들르는 것이 일상화되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담배만은 피우지 않았다. 술과 담배는 궁합이 잘 맞는 기호품인데도………..예전의 나의 경우였으나, 이렇게 술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기호품으로서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인류와 함께 공존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두 영웅인 처칠수상과 몽고메리원수가 우연히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수상이 장군의 건강을 칭찬하자 몽고메리는 “각하 저는 평생에 술 한 방울, 담배 한모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게 저의 건강 비결이지요” 라고 은근히 자기의 금주와 금연을 자랑하자, 평소에 여송연을 입에서 뗀적이 없는 술꾼이며 애 흡연가인 처칠은 은근히 비위가 상해 “장군 나는 말이요 평생 이 담배를 입에서 뗀적이 없고 위스키 또한 단 하루도 건너 뛴적이 없는데도 이렇게 건강하게 수상직을 맡고 있소이다.”. 몽고메리원수는 불세출의 명장이라는 독일의 롬멜 장군을 아프리카의 엘 알파메인에서 무찌른 웰링턴장군에 비견하여 존경받는 장군이기도하다. 장군의 금연과 금주도 좋은 습관이지만 처칠의 애연, 애주도 건강적인 면에서 잣대를 놓고 나쁘다, 좋다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기호품으로서 스트레스 해소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필요품으로 생각한다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인간의 기호품 중 술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신묘한 것이다. 지금도 알콜 중독이 문제지만 술 때문에 빚어지는 사회적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어떤 이는, 바쿠스(술 이름)는 넵튠(바다의 산)보다 더 많은 인간들을 익사시켰다고 까지 하였다. 그렇다고 술을 당장에 없애라는 여론이나, 법으로 이를 금지하라는 나라는 중동의 몇몇 회교도 국가 외에는 아직 없다. 일방적으로 술을 금한 나라의 경우, 다른 범죄나 사회문제가 더 커진 사례가 많다.
그 유명한 알 카포네도 금주령이 한창일 때 시카고에서 활약한 갱 두목이다.
술의 역사는 인류가 원시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된 게 분명하다. 그리스신화가 그렇고, 우리나라 신화에도 술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 삼국사기”의 고구려 시조 주몽의 탄생도 술과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그 내용은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세 딸을 술에 취하게 하여 웅심연의 수궁으로 못 들어가게 한 다음, 그 세 처녀 중 큰딸 유화를 취하여 주몽을 낳았다는 전설이 있다. 술은 이렇게 오랜 옛날부터 여자를 사로잡는데 이용하였으니 여자들은 어느 남자가 술 마시러 같이 가자고 요청을 해오면 조심부터 할일이다. 술이란 인류역사와 더불어 인간들과 함께 존재해왔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서 마시고, 슬퍼서 마시고, 먹고 싶어 마시고, 화가 나서 마시고, 심지어는 억지로도 마신다. 하지만 술을 마실 때도 원칙이 있고 지켜야할 주도(酒道)가 있다.
옛날 신화시대부터 얘기지만 술을 마시다보면, 자칫하면 사자가 되고, 돼지가 되고, 또 때로는 원숭이도 된다는 것을 남녀 불문하고 명심해야 한다. 여자들을 포함하여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술 마시고 실수하는 사람과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중국은 술주정을 부리면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다.
우리가 사는 이곳 미국에서도 주정뱅이는 공직을 유지하기 어렵고 술에 취해서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운전면허증을 취소당하고 벌금을 물며 심지어는 감옥에 가기도 한다. 아마도 몰라서 그렇지 동양과 서양이 이점은 같을 것이다. 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일도 이기지 못한다. 따라서 큰일도 못 맡긴다. 서양속담에 ‘술이 입으로 들어가면 비밀이 입으로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술을 과음하면 거의가 다 실수하기 십상이다. 사정이 부득이하여 과음했을 때는 중간에라도 술을 더 이상 마시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 그게 여의치 않다면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그 자리에 드러누워 버려라. 실수보다는 차라리 남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났다.
같은 종류의 술이라도 맥주는 포도주와는 반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인들이 비교적 프랑스인들보다 냉정을 유지하는 이유는 수백년 동안 맥주를 마셔왔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맥주는 분명히 사람의 기질을 부드럽게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포도주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은 다혈질이 많은데 비해 맥주를 선호하는 영국인들은 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이며 부드러우니 말이다. 그러니까 마음에 휴식이 필요할 때는 포도주보다는 맥주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 보니 어쩌다가 내가 술맛 떨어지는 얘기를 많이 했나보다. 본래 술은 좋은 것인데, 잘못마시는 주정뱅이 사람들이 버려놓은 것이다. 어쨌거나 술은 언제나 과음하지 말고 조심해야한다. ‘악마가 직접 사람을 찾아가기에는 시간이 없고 너무 바쁠 때, 자신의 대리자로서 술을 보낸다’는 서양의 격언이 있다. 술은 기호품이지만 반면에 조심하고 절제해야할 주의품도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취미생활과 기호품을 구분하여 생각하고 생활 속에 적용하면 무척이나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든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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