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얼굴의 주름은 인생의 흔적

<김명열칼럼> 얼굴의 주름은 인생의 흔적

얼마전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얼 굴 모습에는 옛날에 만났을 때와는 많이 다르게 변화되어 얼굴과 목에 주름이 많이 생겨난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는 오래전에 미국으로 이민와서 갖은 고생을 다 겪으며 자식 3남매를 잘 교육시키고 올바르게 성장시켜서 지금은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자식들의 성공적인 삶의 내면에는 부모님의 피땀어린 흔적이 내재되어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는 지금도 과거의 고생스러웠던 생활을 회상하며 그러한 고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 고생의 열매가 그의 이마위에 주름으로 새겨져 훈장처럼 빛나고 있다. 저러한 주름을 보며 그 누가 그를 주름진 얼굴이라고 흉을 볼 수 있으며 추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의 누나이자 성녀(聖女)였던 테레사수녀의 쪼글쪼글 얼굴 가득히 주름진 얼굴을 누가 감히 그녀를 추하고 보기 싫다고 하겠는가?. 이처럼 우리들 얼굴의 주름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고 보람된 삶의 열매 인 것이다.
우리의 몸에서 얼굴과 목은 주름이 잘 생기는 부분이다. 어릴때는 없던 주름이 나이를 먹으면서 생겨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 주름은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 생기기도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햇빛을 오래 쬐면 주름이 늘어난다고 한다. 주름은 원래 얼굴의 표정근이 하나의 표정을 반복하는 결과로 생기는 것 이지만, 평소의 생활태도나 감정표출방식에 따라 생겨나기도 한다. 화가 나면 눈초리가 올라가면서 코옆에 주름이 생긴다. 괴롭거나 울적한 일이 계속되면 얼굴에 주름이 늘어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싫어도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일, 두려워도 강한 척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한 미묘한 감정의 발로가 얼굴에 복잡한 주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얼굴의 표정은 얼굴 안쪽에 있는 표정근에 의해 만들어진다. 얼굴에는 100종류이상의 표정근이 있어서 제각기 복잡하게 연계하며 표정을 만든다. 기쁠때는 뇌의 명령에 따라 기쁨을 표현하는 표정근에 자극을 준다. 표정근의 작용으로 얼굴표면에 주름이 생긴다면, 주름은 그 사람의 표출하는 감정의 경향을 나타낸다고 할수 있다.
주름을 보면 대개 그 사람의 성격을 알수 있다. 프랑스의 듀발은 분노, 놀라움, 기쁨 등을 나타내는 얼굴의 주요 표정근은 12개 종류라고 주장한바 있다. 어린소년, 소녀의 이마에는 주름이 없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는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 이마에는 보통 세줄의 가로 주름이 생긴다. 그리고 보통 나이가 마흔을 넘기면 주름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아울러 얼굴의 주름은 나이에 따라 생기는 부위가 달라진다.
보통 30대 전후로 연애관계나 대인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가나 콧마루, 이마에 주름이 잡힌다. 40대 이후가 되면 입가와 턱주변에 주름이 부쩍 늘어난다. 한참 젊었던 시절에서 중년에 걸쳐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사람에게 노년이 닥치면 감정표출을 상징하는 위치에 주름이 뚜렷이 나타난다. 젊은 시절에 고민거리가 많았거나 항상 사물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사람은 미간의 표정근이 늘 긴장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미간에 길고 뚜렷한 주름이 생긴다. 이 부위의 주름이 두줄이 아니라 한줄인 사람은 상당히 완고한 성격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쉽게 타협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주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피부속 세포가 노화하면서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마치 팽팽했던 풍선에 공기가 빠지면서 쭈글쭈글해지는 것처럼, 우리 피부도 노화과정에서 진 피층의 콜라겐과 탄력섬유가 적어지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주름이 생긴다. 그러나 주름의 원인이 꼭 노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햇볕, 스트레스, 질병, 근심이나 걱정 등도 주름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나이는 훈장이고 주름은 계급장이다. 경력을 쌓은 노병의 군인들이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승진할수록 군인들의 계급이 더 화려해지듯이 나이 먹은 것은 자랑이고 보람이다. 사실 나이를 먹는건 늙어간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세상을 살을 날이 줄어든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60~70이 넘으면 나이를 먹는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이를 먹어서 좋은점도 많이 있다. 우선 지식이 쌓이고 지혜가 많아진다. 대인관계가 부드러워지고 인생의 참뜻을 알게 된다.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의욕이 저하되고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것도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노인이란 얼굴보다 마음에 보다 많은 주름이 잡힌 사람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드 몽테뉴(1533~1592)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월이 지나간 흔적인 주름은 연륜의 표시입니다. 그리고 생의 연륜만큼 마음속에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주름이 있습니다. 마음에 잡힌 주름은 생의 이런 저런 회한과 근심과 걱정으로 인한 주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주름 뒤에는 경험에서 오는 삶의 지혜와 넉넉함과 따듯함이 숨어 있습니다. 나이 듦을 피해갈수는 없습니다. 늙어 감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연륜에서 오는 삶의 지혜와 경험에서 오는 삶의 철학은 고귀한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 삶이 힘들고 어려운 이유는 언제나 우리는 마음속에 욕망을 품고 살아 그것의 굴레를 벗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사람들 중에 모든 욕망을 버리고 사는 사람은 극히 드믈다. 물론 그 욕망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정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부질없는 욕망을 버리고 조용히 살고자 하는 것도 일종의 욕망이 될 수 있으니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인데, 안시이처순(安時而處順) 애락불능입야(哀樂不能入也)라 하였으니, 이 말의 뜻은 때에 맞추어 어울리도록 자연의 흐름에 따라 처신하며 살면 슬픔도 기쁨도 이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의 몸과 얼굴은 세월이 흘러가면 자연스럽게 변하기 마련이다.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없던 주름이 생겨나고 나이가 들면서 살집이 자연적으로 불어나는 것도 자연의 흐름이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나이 들고 주름이 생겨나고 늙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 징조가 되는 것이다. 흔히들 곱게 늙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말 그대로 곱게, 보기좋게 늙어서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우리들의 이마는 그 사람의 됨됨이다. 인격을 상징하며 기본적으로 주름이 없고 얼굴색이 밝은 것을 좋게 여기지만 나이를 들면서 자연스러운 주름이 있다면 그는 머리를 열심히 쓰고 생을 충실히 살아왔다는 좋은 의미도 되니, 이 또한 긍정적인 모양으로 쳐야한다. 한마디로 얼굴의 주름은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해 보이는 증표와 거울이며 그것은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온 지나온 세월의 나이테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는 이렇게 말했다. 얼굴의 주름은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보여주고, 어떻게 세파와 싸워서 승리하며 살아왔는가를 보여 주는 인생의 훈장이라고…………….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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