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정성과 마음을 담아 써 보내는 손 편지

<김명열칼럼> 정성과 마음을 담아 써 보내는 손 편지
*사진은 지난 연말, 12월29일까지 저에게 카드와 편지를 보내 주신 분들의 모습을 담은 것들을 제 책장위에 소중히 모아 올려놓은 것들이다. 여기에는 그 분들의 정성과 마음이 모두 가득히 담겨있는 정다운 사연과 사랑이 가득히 담겨있어 감사을 마음으로 올린다.

각종 고지서와 카드명세서, 기타 이외의 많은 우편물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다는 택배를 포함한, 배달되는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가치 있고 따듯하게 느껴지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과 정성이 담긴 손으로 쓴 편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떤 전달보다 진심이 가득 담겨있는 것, 또 받는 사람뿐 아니라 주는 사람까지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 편지를 써서 보내고 편지를 받은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는 순간까지 그 따듯함이 계속되고 사람냄새를 한가득 그윽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손으로 쓴 편지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이메일이나 휴대폰을 통하여 카톡이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갔고, 우체국에서 우표를 살 필요도 없고 봉투를 접을 필요도 없으며 마음에 드는 편지지를 고를 필요도 없는 그 편리함에, 나도 종종 이메일을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손으로 쓴 편지에 관심이 돌아갔고 그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쓰는 편지, 정말로 매력적이고 정을 담뿍 담아 보내는 느낌이다. 게다가 자필로 편지를 쓴다는 것, 그리고 받는다는 것, 편지를 쓰는 그 순간 온전히 편지를 받는 대상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행복감에 젖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욱 좋다. 편지를 다 쓰고 읽어보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저쪽 구석에 있던 생각과 마음들까지도 고스란히 쓰는 편지지위에 담기게 된다. 거기에는 나의 내면과도 함께 만나게 되는 계기가 주어진다.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손으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와 카드들을 받았다. 나 역시 모든 분들에게 100% 답장의 서신을 종이위에 담아 정성과 마음을 다해 보내드렸다. 그리고 그 외에도 평소에 가깝게 지내고 소식을 주고받는 지인들에게도 손으로 쓴 편지를 많이 보내드렸다.
손편지에는 이렇게 인간미와 그 사람 고유의 마음, 인격의 특색이 묻어난다. 인쇄된 글씨체는 멋은 있을 수 있더라도 맛은 없다고나 할까.. 사람들마다 생김새가 같지 않은 듯 글씨체역시 각각의 성격이나 마음과 인품이 엿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 편지를 썼을 때의 감정이나 느낌이 미묘하게 전달이 되기도 하여서 때로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대화에서의 비언어적 요소와 같다고나 할까. 미세한 떨림, 빠른 손놀림, 약간의 번짐 등은 글자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보다 더 강력하기도하다. 종이위에 자리 잡은 글씨에서 읽히는 망설임이나 신중함을 손 편지에서 받아본 사람은 안다.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겉으로 보이는 내용이상의 것을 읽어낼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손 편지는 단순히 정성이 담긴 특별한 편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끔씩 종이위에 펜을 들어 편지를 쓸 때면 상대방을 떠올릴 기회가 생겨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곤한다. 그래서 나는 손으로 써 내려가는 손편지가 좋다. 받는 것만큼 쓰는 것도 좋은 것이 손편지이다. 하지만 내가 종이위에 써 보낸 편지의 내용이 궁금해질 때이다. 나의 손을 떠난 손편지는 결혼을 하여 집을 떠난 자식처럼 내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것이 되어버린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가끔은 그 내용을 적은 편지지를 봉투에 넣기 전 몇번씩 읽어 보기도 한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클릭한번이면 웬만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첨단 과학문명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상은 바뀌었고,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예로는 바로 E-mail이다. 이제는 종이위에 펜이나 연필로 꾹꾹 눌러써가며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 보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몇년전 내가 시카고에 살 때, 우리 집 앞에 오랫동안 줄곧 골목입구를 지키며 버티고 서있던 파란 우체통이 있었지만 공중전화기와 함께 어느새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과는 달리 이제는 더 이상 우체통을 찾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체통을 기억하면, 한국의 빨간 우체통이 머리속에 남아있다. 자신이 쓴 손편지를 그 우체통에 넣고, 얼마 후 답장의 손편지가 우체부 아저씨의 손을 통해 배달되어 왔을 때 그것을 받는 기쁨, 정말로 정겹고 가슴 뿌듯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감동 드라마이다. 군대시절 꼬마 친구들의 마음과 위로가 담긴 위문편지역시 손 편지의 대명사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그러한 손편지를 받아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시대가 변해도 참으로 많이 변했다. 그러한 정경과 자취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서 그런지 이는 모르겠으나, 나는 가끔씩 가물에 콩나듯이 멀리 있는 지인이나 친구로부터 손편지를 받을 때마다 새롭고 들뜬 마음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이지만 연말, 연시, 크리스마스 때는 어김없이 많은 지인들이나 친구, 그리고 특히 나의 글을 애독하시는 독자들로부터 인사 및 축하 카드를 많이 받는다. 어느 독자분들께서는 많은 분들이 신문에게 재된 나의 이메일주소로 내가 사는 집 주소를 문의해와 주소를 알고, 연말이나 명절 때 손으로 쓴 편지나 카드를 보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여러분 계신다. 나는 그 고마우신 분들께 나 역시 일일이 손편지를 써서 마음과 정성을 담아 답신을 보내드린다. 지금 세상에는 자기의 생일이나 명절(연말연시)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거의 받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손으로 쓴 손편지나 카드를 받는 그 순간이 더욱 기쁘다. 확실한 것은 이메일이나 카톡을 열어볼 때는 이 같은 느낌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나에게는 해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꼭꼭 마음과 정성, 우정을 담아 편지나 카드를 보내주는 이들이 여러명 있다. 그 편지 안에는 그분들의 마음과 정성이 온전히 담겨있다. 보내준 편지를 읽을 때 항상 느끼는 사실은, 편지를 읽는 동안만큼은 내게 편지를 써준 사람만을 내 마음과 가슴속에 가득 채운다는 사실
이다. 나 스스로가 다른 어떠한 존재에 대한 생각도 허용하지 않은 채 오롯이 그 사람만을 가슴속에 담게 된다. 이 사람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어떤 마음으로 내게 이 편지를 썼을까? 생각하면서, 편지 자체가 그 사람으로 내게 다가온다. 내가 어느 누구에겐가 편지를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뒤죽박죽 못생겼더라도 정성과 마음이 담긴 글로 만나는 순간, 그 순간이 비로소 우리가 가장 솔직하고 진솔해지는 때라는 생각이 든다. 말을 할 때 우리는 가끔 마음에 없는 말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글로 무언가를 얘기할 때, 펜을 들고 하얀 종이 위를 꾹꾹 눌러가며 글씨를 쓸 때 우리는 마음에 없는 것들을 써내려가지는 않는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우리의 마음에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존재해오던 생각이며 가치인 것이다. 말과는 달리 글은 즉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편지에는 정확한 대상이 있기 때문에 솔직함을 끌어내는 글 자체의 특징이 더욱 부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편지에 담긴 마음을 더욱 진실되고 고마운 마음으로, 또 감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나는 편지를 읽을 때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나 한사람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써가며 진심과 마음을 전해주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표한다.
단 몇분, 몇십분일지라도 내게 편지를 쓰는 동안에 나를 떠올리며 단어, 한 문장, 한 구절을 고민하고 생각하며 썼을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목이 치며 오는 것을 느낀 적이 많았다. 나 또한 어느 누구에게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이와 똑같은 생각이나 감정으로 그 사람을 온전히 생각하며 글을 써 편지를 보낸
다. 그렇기 문에 나와 상대방 모두가 편지 한통으로도 서로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이며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공감한다. 누군가와 특별한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 작은 편지지위에 생각하고 고민하며 써내려간 글자, 단어, 문장 하나하나, 몇 번이고 썼다가 지웠을 삐뚤삐뚤한 글씨, 희미하게 남아있는 연필자국, 그렇게 정성들여 완성된 문장 하나, 그리운 마음속 편지 한통에 많은 감정과 감동, 연계감 등의 사연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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