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기행문<27> 사우스다코다주 래피드 시티 및 Bear Country U.S.A

김명열 기행문<27> 사우스다코다주 래피드 시티 및 Bear Country U.S.A
여행작가 및 칼럼니스트 / myongyul@gmail.com

다음날 아침, 우리들 일행은 호텔에서 일찍 나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각종 곰과, 늑대, 사슴, 산 양, 들소, 여우, 너구리, 그리고 이름 모를 각종동물과 새 들을 사육하며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보여주는 베어 컨트리(Bear Country U.S.A)로 향했다. 이곳의 이름은 베어스 컨트리로 얼핏 보기에는 곰만 갇혀있는 사육원의 동물원쯤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곳에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곰을 비롯한 마운틴 라이온, 고슴도치, 그라운드 헉, 공작, 표범, 카이오티, 등등 30여종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 거대한 동물원이다.
동물원 하면 우리는 대개가 생각하기를 철창속 우리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지나가며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갇혀있는 것은 동물이 아닌 바로 사람이다. 즉 일종의 사파리 버스 같은 것이다.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지정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동물들이 종류별로 나뉘어져있는 구역들을 지나갈 수 있다. 자동차의 창문으로 동물들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시스템이다. 동물들과 관광객을 나누는 벽은 오로지 자동차의 유리창과 외벽이 전부이다. 물론 하차하거나 문을 열고 차창 밖으로 나오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한 규정과 룰을 준수하여야만 이 안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들을 차안에서 안전하게 볼 수 있다. Bears Country USA는 울타리가 없는 동물원으로 유명하다. 앞서 설명을 한대로 본인이 직접 차를 몰고 자기의 차량을 이용해 공원내부로 들어가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개인당 입장료는 25달러로 좀 비싼 편이지만 동물원전체를 보고나면 그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들 정도로 한번은 꼭 방문하여 구경해볼만한 곳이다.
이곳은 각종 동물들 수십종이 사육되고 있는데, 북미지역 록키산맥에서 서식하는 그리즐리곰과 흑곰, 버팔로 들소, 순록 등의 다양한 동물들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동물원 속에는 수십마리의 불곰 및 흑곰들이 자유롭게 살고 있는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는데, 야생에서는 항상 배가고파서 먹을 것을 찾아 많이 움직여서 곰들이 대개 날씬한 편인데 비해 이곳의 곰들은 때가되면 시간을 맞춰 갖다 주는 먹이를 편안히 받아먹다보니 모두가 살이 디룩디룩 쪄서 비만형이 되어 걸을 때는 뒤뚱뒤뚱 어기적 어기적거리며 느릿느릿하게 걷고 있다.
어느 녀석은 우리가 있는 차곁으로 다가와서 혓바닥을 널름거리며 차창 밖으로 먹을 것을 달라듯이 목을 흔들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 집사람과 허여사는 무섭다고 야단인데, 남자들은 신기한 듯 손바닥을 창문에 대며 인사를 건넸다. 녀석은 답례를 하듯 고개를 몇 번 저어 흔들더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간다. 우리가 곰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곰이 사람을 구경하고 있다. 이곳에서 특이하고 신기한 일은 곰을 방사하여 놓아기르는 현장에는 늑대도 함께 풀어놓아 먹을 것을 서로 나눠(?)먹으며 공생,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아침시간이라서 마침 곰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시간이 되어 식빵과 고기, 햄, 등의 먹을 것을 노천에 뿌려놓았는데, 이것을 먹으려고 늑대가 살금살금 다가오자 곰 한마리가 늑대를 향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내쫒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한판 붙을 것 같았는데 몇 번 그러더니 늑대 두마리가 열심히 고기를 뜯어먹는 것을 곰들 여러 마리가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다.
양보심이 강해서 그런지 혹은 귀찮아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정답게? 나눠먹는 모습이 이색적이고도 흥미로웠다. 이곳은 먹을 것이 많아서 저렇게 양보를 해주지만 만약 야생에서라면 서로 먹을 것을 뺏기지 않으려고 물어뜯고 싸우고 한바탕 난리를 피웠을 것이 뻔하다. 그곳을 조금 벗어나니 사슴이 멋있는 뿔을 흔들며 장난을 치고 있다. 그다음에 차를 서서히 몰고가다보니 늑대한마리가 앞을 가로막고 서서 비켜주지를 않는다. 차를 멈추고 서있으려니 이내 옆의 창가로 다가와 입을 대며 먹을 것을 달란다. 마치 낮설은 개한마리가 다가와서 배가고프니 먹을 것을 달라는 듯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늑대의모습은 사나운 짐승이라는 이미지보다 귀여운 애완견 같은 모습의 이미지가 더 가까웠다. 단단한 뿔이 달린 산 양 숫놈들은 손님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서로 물러서서 마주보며 견제하다가 갑자기 앞으로 전진하며 달려들어 머리로 박치기를 한다. 마치 내쇼날 지오그래픽의 산속 험준한 바위절벽위에서 펼쳐 보이는 바로 그 모습들이다. 차를 몰고 서서히 이동하다보니 이름 모를 동물들의 포효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기도 했다. 곰을 방사하는 우리를 지나 들소, 버팔로 우리, 사육장에 도착해보니 육중한 몸매와 체중을 자랑하는 들소 여러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풀밭을 활보하고 있다. 몇일전 카스터 주립공원에서 본 들소들과 다름없이 똑같은 모습이다. 옛날 인디언들은 먹을 식량으로 들소를 잡았는데, 백인들은 재미로 총을 쏘아 들소를 사냥하며 들소가 총을 맞고 죽어 쓰러지는 모습을 통쾌하게 지켜보며 희희낙락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잔인한 근성은 인디언보다 백인들이 훨씬더 많다는 것을 역사를 통하여 보고 느껴왔기 때문에, 오히려 인디언들에게 동정이가고 그들을 이해할 것만 같았다.
덩치가 큰 동물들을 방사하는 울타리 경계선을 나오면 동물원 서쪽에는 작은 동물들을 가두어기르는 너서리가 있다. 그곳에는 여우, 너구리, 고슴도치, 스컹크, 그라운드 헉, 아기 곰 새끼들, 공작 새, 거북이, 부엉이, 독수리, 등등 다양한 소형 동물들과 조류들이 사육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너무 시달려서 그런지, 아니면 귀찮고 피곤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동물들이 머리를 처박고 잠을 자고 있다. 어느 관광객은 그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위해 휘파람을 불거나 손뼉을 쳐서 그들을 깨우는데, 녀석들은 잠시 놀라서 눈을 뜨더니 이내 머리를 묻고 들은 척도 안한다. 그곳에서 좀 더 서쪽으로 가보면 아기 곰들을 별도로 사육하는 너서리 센터가 있다. 보기에도 너무 귀여워 보이는 아기곰 10여마리가(17마리) 서로 엉켜서 싸우고 씨름을 한다. 마치 귀여운 검은색 강아지들이 엉켜서 재롱을 부리는 듯이 너무나 귀엽고 재미있다.
저렇게 기르는 곰 새끼들은 어느 정도 크고 나면 다른 동물원(어느 때는 외국, 중국이나 유럽, 아시아, 남미 등등 세계 곳곳)들로 분양되거나 팔려 나간다고한다. 조금 전에 불곰의 우리를 지나왔는데, 몇 달 전에는 그리즈리 불곰 두마리(암놈과 숫놈)가 미화 20만달러에 중국으로 수출, 팔려갔다고 한다. 한마리에 1억원을 홋가하니 이곳의 곰값만 계산해도 어림잡아 수백억원이 넘는 거액의 큰 재산이다. 이곳에는 한국 사람들도 많이 방문을 하는데, 일부 어느 사람은 곰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흑곰이나 불곰의 몸속에 들어있는 쓸개와 간, 발바닥, 등의 약용에 더 신경을 쓰며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웅담을 좋아하는 습성은 아마 세계에서 한국 사람이 최고인 듯하다.
어쨌거나 아기 곰들의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하다 보니, 저런 곰 새끼들을 한마리 분양받아 집에서 애완용으로 기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옛날, 1960년대 서울에서는 명절 때나 일요일에 창경원으로 구경가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고 낙이었다. 내가 시골에서 유학을 와서 공부할 때 처음으로 창경원의 동물원구경을 했을 때 그 감격이란 실로 촌뜨기 소년이 느끼게 되는 크나큰 경이 그 자체였다. 어느 해 5.16군사혁명(그당시의 표현) 2주년 기념을 맞아 시민들에게 창경원을 무료로 개방한다 고해서 친구들과 떼를 지어 몰려가 구경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다보니 목이마르고 땀이 나서 아이스케키를 서너개 사서 으드득 으드득 깨물어먹다 그것을 북극 백곰에게 던져주다가 창경원 관리인에게 제지당한 기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곰에 대한 추억은 그저
다만 곰과 친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나는 곰을 좋아한다. 속임수를 모르고 어쩌면 우직하기만한 이 곰, 사람들은 조금 어리숙하고 미련한사람을 곰같은 사람이라고 놀려대지만, 나는 조약돌처럼 뺀질뺀질한 사람, 여우처럼 약아빠진 사람, 머리가 영리해 이해타산을 빨리해 제 실속을 차리는 그런 똑똑한 사람보다 조금은 모자라고 어수룩하더라도 곰같이 변함없는 순수한 사람이 더 좋다. 지금 세상 에 보면 곰같은 사람은 별로 없고 모두가 여우나 늑대, 쥐새끼 같은 사람들이 어느 곳이나 쫘악 깔려있다. 그래서 세상을 살아가기가 무섭기도 하다.
조금 전에 내가본 곰처럼 늑대가 와서 먹을 것을 탐하고 뺏어가도 그저 욕심없이 나눠먹고 양보하는 그런 모습의 사회가 우리들의 주변에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누고 베푸는 사회, 자기의 가진 것을 불우한 이웃이나 사회에 내어주며 모두 함께 부족함이나 배고픔 없이 살아가는 복된 사회가 됐으면 참으로 좋겠다. 곰같은 사람, 곰같은 사회, 어찌 보면 한편으로는 그다지 나쁠 것 같지만은 않다. 나는 동물원을 나오며 곰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남기고 나왔다. (얘들아, 곰들아, 고맙다, 너희들을 통하여 하나라도 보고 배우고 가게 해서 헛되지 않는 발걸음이 되었구나. 고맙다. 잘 있거라. 그리고 너무 많이 먹지 말아라. 살이 많이 찌면 당뇨나 고혈압에 걸려서 고생을 한단다. 고기보다는 채소류를 많이 먹으며 가끔은 주인에게 샐러드도 달라고 해서 다이어트에 신경 좀 써라. 네가 나처럼 날씬하면 얼마나 좋겠니?…….) 오늘 구경 끝.<1052 / 1227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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