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어쩌다 내 조국이 또 이 꼴이 되었을까?

<김현철칼럼> 어쩌다 내 조국이 또 이 꼴이 되었을까?
역사교과서 편찬을 군대가 관여한다니…

지난 5일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군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고 밝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아는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역사학자들이 아닌 다른 연구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일로 국내외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며 이제 “역사교과서가 군대의 정훈 교재로” 타락하게 됐다고 탄식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군인 아버지와 전두환에 이어 근 30년 만에 민간인 독재자가 새로 탄생한데서 온 결과인 것이다.
군이 직접 교과서 집필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국정 교과서가 정권의 뜻대로 쓰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즉 5.16 쿠데타 직 후로 후퇴한다는 뜻이니 학계의 반발은 더욱 강력해 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미군의 명령으로, 군 경이 동원돼 외세(당시의 미군)가 없는 나라를 세우자고 주장하던 민족주의자(6만여 양민)들을 학살한 제주 4.3사건을, 당시 미군 보고서의 주장대로 마치 공산주의자의 폭동인 것처럼, 또 베트남 전쟁에서 있었던 한국군의 양민 학살 관련 내용 등은 군이 유리한 방향으로 축소, 은폐하는 등, 군의 시각이 교과서에 반영된다는 뜻이다. 또 어느 정신 나간 극보수 논객의 주장처럼 광주 5.18민주항쟁이 북한군의 침범, 선동으로 일어난 것 같이 오도하는 내용으로 쓰일 수도 있음을 말한다. (이 논객은 광주가 휴전선에 인접한 도시로 착각했거나, 아니면, 아무 저항 없이 그 먼 광주까지 침범한 인민군을 방어하지 못한 육해공 한국 장성 단 한명이라도 처벌 받은 걸로 착각했던 정신박약자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될 경우 관련 제주도 뿐 아니라 광주 등 양심이 올바른 국민들의 반발은 더욱 가중될 것이 아닌가.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날, 국정화를 통해 올바른 역사관이 정립되지 않으면, 통일 후 미래 세대들이 북한 사회주의나 주체사상에 사상적으로 지배당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 1970년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박근혜 대통령이 ‘좌편향’으로 매도하는 현재의 검정교과서가 ‘북한의 체제와 주체사상이 인민을 굶기고 인권을 침해한다’고 가르쳐 오고 있음을 알고나 하는 말일까? 북에 비해 4배나 되는 남한의 경제력은 접어 두고, 북한의 1인 독재, 3대 세습 체제를 과연 우리 국민 중 몇 퍼센트나 동의할까? 그럼에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억지 ‘종북’으로 몰리고 있는 나라라면 이 또한 경멸 섞인 웃음이 번질 수 밖에 없는 꼴이 아닌가.
국정화 추진이유를, ‘박근혜 집권 4년이 되어오지만 경제실정, 민생파탄을 개선할 뾰족한 방법’은 없고 ‘지옥 한국을 떠나자’는 ‘탈헬조선’ 사조가 젊은 세대에 널리 번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 즉 통치할 자신이 없어서 이를 은폐하기 위한 집권세력의 ‘불안감’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 교육부의 연구용역보고서 내용은 또 어떤가?
이 보고서는 2014년 4월 30일~9월 30일 5개월간의 연구를 거쳐 탄생한 보고서로, 검정제를 채택한 일본, 인정제를 채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자유발행제를 채택한 프랑스 사례를 연구한 뒤 국가발행제(국정화)와 검정제의 장단점을 각각 분석했다. 이 보고서가 지적한 국가발행제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 1) 국가주의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 지배층 위주의 서술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 3) 과거 국가발행제 하에서는 교과서 심의위원회가 교육과정을 참조하지 않고 신축적으로 심의하는 등 교육과정의 수용정도가 낮았던바 그러한 문제점이 재연될 수 있다. 4) 교과서 내용이 최신 성과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5) 획일적인 교과용 도서 체제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치 반영이 어려울 수 있다. 6) 독창성 있는 교과용 도서의 개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등이다.
이어, 이 보고서는 “역사교과서가 ‘이념논쟁’에서 벗어나야 하며 객관적인 사실로 내용이 구성돼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최근 국가발행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논자들은 대개 기존 교과서 내용과 다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실제로 국가발행제가 도입된다고 했을 때 검정론자들 뿐만 아니라 국가 발행제 도입론자들까지 교과서 저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한 상황에서 교과서 내용이 어느 한 쪽의 시각으로 보아 문제가 있다고 보일 경우 지금과 유사한 사회적 논란이 또다시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집권 3년간 검정교과서에 관해 말 한마디 없다가, 최근 갑자기 주장하는 대로 ‘좌편향’된 검정교과서가 맞다면, 박근혜 정부 초창기 때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교수(서울대명예교수)는 물론이고, 당시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서, 특히 10일 동안이나 새로 나올 검정 교과서를 샅샅이 조사 후 ‘좌편향 내용 무’라는 최종판정을 내린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등 관련 인사들 모두를 감독불충분으로 기소 내지 해직시키는 등 그 책임을 물었어야 오늘 날 대통령의 발언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검정교과서에 박정희의 사진은 1장뿐인데 김일성은 3장이나 있다”고 거짓 주장한 김무성의 발언도, 바로 며칠 후 전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교수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일단 국민들을 거짓말로 속여 목적 달성을 하고, 훗날 거짓으로 밝혀지면 그 때는 ‘아니면 말고’ 식이, 세월호 승객 3백여명을 수장하고도 그 책임자 하나 제대로 중형에 처하지 않으며 이 엄청난 참사의 진실을 철저히 속여 온 짓, 바로 이게 현 정부와 새누리당이 저질러 온 작태가 아닌가.
“안중근 의사였다면, 박근혜 정권에 폭탄을 던졌다!”, “박근혜-김무성-황교안-황우여-김정배는 ‘을미오적'”이라는 말이 나도는 요즈음이란다. 안중근 의사가 우리말 교과서를 불태운 이토히로부미를 쏜 것에 빗대서, 또 1905년 을사조약 체결 당시 대한제국의 대신 가운데 조약에 찬성한 5명의 대신을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부른 것에 빗댄 데서 나온 말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에 연산군 같은 이미지로 남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독재자 이미지를 벗고 민주국가의 대통령답게 담대하고 순수한 생각으로 독재자 아버지 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으로 거듭 나, 더 이상 이 문제로 국력을 소모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kajhck@naver.com <999/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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