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부러운 중국-대만 정상회담과 우리의 통일문제

<김현철칼럼> 부러운 중국-대만 정상회담과 우리의 통일문제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두 나라가 분단된지 66년 만에 싱가포르의 한 호텔 내 식당에서, 사적 ‘개인파티’처럼 꾸민 ‘정상회담’을 열었다고 한다. 특히 ‘정상회담’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게 이 자리에는 두 나라의 국기도 걸지 않은 채, 더구나 ‘주석’이니 ‘총통’ 칭호를 피하고, 서로가 대등함을 강조한다는 듯 ‘선생’이라 부르며, 두 나라를 뜻하는 양안(兩岸) 정상회담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6백여 명의 내외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두 정상은 서로가 웃으며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1분10초가 넘는 긴 악수를 나누어, 마치 금강산 면회소에서 우리 이산가족이 만나는 장면을 연상시켰으며 회담 장소를 빌린 대여비와 식대도 주-객이 따로 없다는 듯, 서로 절반씩 나눠 지불하는 등, 서로가 상대방의 장점 및 공통점을 치켜세워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눈에 역력히 보인, 격식을 초월한 회담이었다는 것이다. 이거야 말로 분단된 동족끼리 만나는 모습이 아닌가.
시 주석은 이날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 어떤 비바람에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다”면서 두 나라 동포가 손을 맞잡고 함께 분투해 ‘92공식(九二共識) 견지’ ‘공동의 정치적 기초 공고화’ ‘평화발전의 길 견지’ ‘양안관계의 발전이란 정확한 방향 견지’ ‘양안 교류협력 심화’ ‘양안 동포의 복지 증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공동 모색’ ‘민족 부흥의 위대한 영광 공유’ 등을 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마 총통은 두 나라의 평화발전을 위한 5대 주장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인 ’92공식’의 공고화’ ‘적대상태의 완화와 분쟁의 평화적 처리’ ‘양안교류의 확대’ ‘양안 핫라인 설치’ ‘공동 중화문화 진흥’을 제시, 화답했다.
92공식(共識)이란, 1992년 11월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海峽交流基金會) 사이에 이루어진 “해협양안은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는 합의를 말한다.
이 두 나라는 지난 2010년에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면서 경제교류를 제도화했고, 2011년에는 대만이 중국 유학생들의 대만 유학을 허용, 인적 교류의 수준을 높였다. 또 금년 7월에는 중국이 대만인의 중국 방문 시 비자를 면제하는 조치도 취했다.
거기에, 지난 7년간 중국과 대만은 모두 23건의 협정을 체결했고 4만여 명의 학생 교류가 있었으며 매년 8백만 명의 관광객 왕래, 1천7백억 달러의 무역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1949년 분단 이후 30년간 ‘봉쇄정책’을 펴 오다가 1979년 양방 화해 시도 후 36년이 흘렀는데 그간 서로 합의한 내용들이 한 번도 후퇴하질 않고 계속 업그레이드 돼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볼 때, 한반도를 조국으로 둔 처지에서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는게 솔직한 고백이다.
왜, 우리 남북한 정상은 저런 흉내도 못 낼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편협하기 짝이 없는 남북한 지도자들을 향한 원망이 처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두 나라가 이렇게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음은 전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의 외교 정상화를 위해 1973년, 중국 정부의 요구대로 대만 주둔 미군을 철수시킨 이래, 대만은 미국의 간섭을 훨씬 덜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의 두 나라 간 수십 차례의 접촉에도 미국의 방해가 거의 없었음은, 미군 주둔 및 전시 군사 작전권까지 쥐고 있는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서의 한국과는 그 여건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을 생각하는 남북한 동포라면, 대만-중국 정상회담에서 나온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시진핑 주석의 말을 남의 말로 흘려들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두려워하는 중국처럼, 한국의 국력이 강해져서, 우리의 요구를 미국이 거부할 수 없는 그 때가 하루 속히 와야 한다는 결론인데 그 날이 과연 언제란 말인가?
물론 미국은 미군 철수 후에도 대만에 중국의 침략에 대비한 군 장비 원조 및 핵우산 전략을 한동안 계속했다.(그래서 오늘의 중-대만 정상회담까지 36년이나 걸리지 않았겠는가.)
결국, 한반도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 간 냉전을 부추겨 무기 장사에 따른 막대한 돈벌이를 위해, 사사건건 남북대화를 방해하고 핵 개발 등 한국 군사력 증강을 철저히 견제해 온 미국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혹시 미국이 어느 날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의 변수로 아시아 지역 패권을 포기하면서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게 될 때가 온다면, 그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게 통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민족 된 자 하루 속히 그 날이 오기를 빌어야 하겠다.
그러나 그 때를 맞아, 한국이 북한에 적화통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 미국의 지시대로 끌려가지 말고, 국력 신장으로 군사력을 강화해 나아가야 훗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의 당면 과제는 무엇일까? 당연히 미국의 엄청난 압박에도 꿋꿋하게 국력을 신장해 나아갈 수 있는 담력 있고 패기가 넘치는 애국적인 인물을 국가지도자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돌려주겠다는 전시작전권까지 안 받겠다는 숭미파 인사들로는 절대로 미국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이제 옛날의 미국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민족의 통일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막강한 군사, 경제력을 두려워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한국이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 해서 옛날처럼 불가항력의 압력을 가할 수 만은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만큼 세상이 변한 것이다.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국력은 극적으로 강해지고 있는데,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과 일본의 국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숨길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8.25 남북 합의 직전, 북한의 최신예 핵잠수함 70여척 중 50여척이 정박하고 있던 기지를 떠나 일제히 작전 임무에 들어가자, 그 중 단 한 척의 행방도 찾을 길 없어, 덜컥 겁이 난 미국이 조속히 북과 합의해서 핵전쟁을 막도록 한국 측에 압력을 가한 사실, 한미합동군사훈련조차도 북한의 요구에 굴복, 8.25 합의 직전인 22일 중단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 훈련에 참가하도록 계획된 B-52 폭격기 또한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결국 출격을 포기한 전례 없는 사실들, 등은 이제 다 알려진 내용들이 아닌가.
우리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 민족이 자유를 잃게 될 적화통일이나 수천만 한민족의 희생을 부를 무력통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중국-대만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호 존중과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끈질기게 이어나가면서 반드시 자주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kajhck@naver.com <1000/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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