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북한의 획일주의를 따라가는 한국 정부

<김현철칼럼> 북한의 획일주의를 따라가는 한국 정부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자기의 대통령직을 이용해 아버지의 친일 행적, 남로당 국군책 경력과 쿠데타 및 18년간의 독재에 따른 인권유린 등 자식으로서 기억하기 싫은 사실들을 물타기, 즉 ‘효녀’가 되기 위해 독재국가에서나 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강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이는 민주국가 대통령으로서는 너무도 상식에 어긋나는 짓이라 의식이 깨어 있는 국민들은 물론, 평소 현 정권을 음양으로 밀어주고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는 조-중-동까지 반대 의견을 표했을 뿐 아니라, 90%의 역사학자를 비롯, 2만여 명의 전국 교직원들, 심지어는 수도권이 선거구인 여당 의원들마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망상을 지지하는 층을 보면 박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충성하는 인사’, ‘더러운 입놀림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충성스러운 인사’, ‘신념에 차서 충성하는 인사’들이란다.
박대통령의 최측근들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국정화를 반대하는 야당을 ‘화적떼’라 해 화적떼의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를 들어냈고,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국정화에 반대하면 ‘적화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몰상식한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친일 행적의 아버지를 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인사들을 싸잡아 종북 빨갱이로 매도,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일제 때 친일파로 소문난 아버지가 1961년 당시 국회의원이었을 때 국회에서 한 친일발언이 문제돼, 여러 신문에 ‘지나친 친일 발언’이라고 질타 당했음에도 부친이 친일파가 아니었다고 오리발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 새누리당이 숭배해 마지않는 이승만과 박정희 등 두 전 대통령 때 만든 헌법을 다시 들여다보자.
이승만이 초대 국회의장 당시 제정된 제헌헌법에 ‘1919년 건국’이라고 못 박은데 이어 집권 후에는 당시 모든 문서에 ‘건국 30년’이라는 것을 명시하도록 지시, 대한민국의 건국 연도가 1919년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정희 역시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 후 만든 ‘제3공화국 헌법’의 전문에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이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와 이승만의 정확한 의중을 알았다면, 3.1운동-임시정부-4.19의거 정신을 폄훼하고 5.16 쿠데타 정당화에만 정신을 쏟는 현재의 행동이 크게 잘 못된 것임을 알았을 것을… 그 결과는 박정희도 이승만도 모두 슬프게 하는 짓이 분명하다.
더구나, 박정희 정부 당시에 발행한 국정교과서에는 유관순에 대한 서술이 없었던 것을, 검정 교과서로 바뀐 후 유관순 관련 서술이 오히려 늘었는데도 딸 대통령은 이를 ‘유관순을 다루지 않은 검정교과서’라며 억지를 쓰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고 친일독재를 미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왜 하느냐? 정부는 왜곡하고 미화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왜곡하고 미화할 생각이 없다”면, 제대로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모든 나라처럼 교과서 편찬을 역사학자들에게 맡기면 됐지, 왜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가 강제로 국정화하자는 것인지? 거기에 대한 답변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해바라기성 어용 역사학자들을 모아 국정화의 길로 강행하는 만용을 부리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의 획일주의’와 너무도 닮아가는 박대통령의 행동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자각하지 못한 체 자기의 잘 못을 지적하면 또 ‘종북’이라며 생떼를 쓰니 적반하장이 아닌가.
그간 역사 검정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이외에 역사학계의 실력이 있는 여러 학자들(28개 학회)에 의해 편찬돼, 전국 학교의 선택에 따라 그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만 8종에 이른다. 서로가 올바르고 알찬 교과서를 만들어야 더 많은 학교가 그 책을 채택하기에 질적으로 보다 우수한 교과서를 만들려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에 충실한 검정 교과서의 편찬 방법이다.
국정화가 될 경우, 우리의 역사는 뒤바뀌어 친일, 친미, 유신독재를 미화해서 찬양하게 되고 안중근. 김구. 유관순. 윤봉길. 이봉창, 상해 임시정부법통을 부정하는 엄청난 결과가 온다. 다시 말해서 불의에 항거한 역사는 정의가 아니라 불의가 되는, 즉 정의가 불의로 둔갑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뒤집히는 결과가 오는 것이다.
친일 청산은 물론이고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반대 운동, 제주 4.3 민중항쟁, 4.19 의거, 유신과 군부독재에 항거한 5.18, 또 6.10 민주화 운동은 모두가 반란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친일파 가족들, 군사 독재자와 그에 추종한 아첨 배들 및 그 가족들에게는 영웅적인 영광이 돌아갈 것이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의 심복으로, 다른 부처 도 아닌, 교육부의 황우여 장관까지 야당인사에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며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박 대통령의 지시였음을 고백, 국정화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정면 부정하는 대역죄를 범하는 짓임을 간접 시인했겠는가.
그렇다면 대통령 후보시절 국민들에게 공약했던 내용들을 하나 같이 식언한 사실로 수많은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준 박 대통령은 과연 양심이 없는 인물일까? 그가 야당시절에 한 말을 기억해 보면 그건 아니라는 결론이다. 10년 전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다루겠다는 것은 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겠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정권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역사 문제는 전문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서 평가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한·일 협정 관련 문서를 일부 공개하면서 박정희 정부의 굴욕적인 대일협상으로 일제하 징용자 등 피해 당사자들의 청구권이 박탈당했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정부의 문서 공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후 그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지난 10월 22일, 청와대에서 여야 지도부와 가진 5자회동에서는 “현재의 교과서는 우리 현대사를 ‘태어나서는 안 될 정부’, ‘못난 역사’로 가르치는데 이렇게 패배주의를 가르쳐서 되나?”, “이걸 바로 잡자는 뜻”이라는 등 집권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11월 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통해 강행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교수(서울대명예교수)는 “현 정부 초기에 검인정 작업 심사가 일단 끝났을 때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서 한 열흘간 검토했다. 그러나 아주 좌편향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책은 객관적으로 볼 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고 했다. 박대통령이 실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앞으로 국정화가 강행되면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 를 저질렀다는 역사 교과서가 머지않은 어느 날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딸의 역사의식 결여와 무지만 아니었더라면 민주 국가에선 불명예스런 ‘부왕에 이은 딸 여왕’ 소리는 안 들었을 것을… 안타까운 대목이다.
부왕 18년 간, 딸 여왕이 그 옆에서 배운 것은, ‘민주 대통령’으로 집권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이 싫어하는 유신헌법조차도 자기가 하고 싶으면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밀고 나가 성공시킬 수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 후 그로인해 부왕은 “독재자”로 낙인 찍혔다. 눈 앞 밖에, 미래는 못 보는 부왕을 딸 여왕이 배웠으니…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모른다면 북한을 나무랄 자격도 없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 시정을 요구하는 인사들은 모두 종북으로 몰아 자기에게만 맹종하는 아첨배들과 편가르기에 나서는 국민 분열조장 대통령이라면, 북한이 하는 ‘획일 정책’만은 따라가지 말아야 민주국가 대통령의 권위가 서지 않겠는가.
박대통령은 이제라도 아버지의 유신독재 국가주의를 포기하고 남은 임기 동안이나마 민주정부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교과서 국정화 논의는 역사교육의 질식 사태를 유발한다,” “독일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이른바 단일한 정체성을 추구했던 시기는 극단적인 전체주의를 표방하다 패망한 나치 시대와 동독 시절뿐”…이었다는 전국역사학대회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이 합리적인 논쟁에 대응하지 못할 때 마다, 국정화 등 정부의 실정을 시정하도록 지적하거나 반대하는 상대방을 으레 ‘종북’으로 몰아가며 갈등을 스스로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된지 오랬다. 왜 그럴까? 상당 수 국민이 바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거짓말에도 속아 넘어가니 속이는 측에서는 이에 더 좋은 국민이 있겠는가. 그러니 정부는 주류언론을 부패시키고 그도 모자라 종편을 만드는 것이다.
나라의 앞날이 어두운 것은, 30~40%에 달하는 의식 수준 미달의 국민들이 이러한 정부 측 거짓말 또는 억지소리를 무슨 뜻인지도 모르거나 또는 알면서도 우선 푼돈 또는 ‘라면’ 한 개라도 받기 위해 양심을 팔며 놀아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이다.
물론 거기에는 정부의 거짓말과 잘 못을 폭로해 국민들을 깨우쳐야 할 주류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한 채 정부의 거짓말에 맞장구를 치며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국민들을 지속적으로 현혹시키고 있는 현실 때문에 나라의 앞날을 지극히 걱정하는 사람들은 억장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인간 사회의 어느 분야도 단 하나, 소금 역할을 하는 언론만 살아있다면 다른 모든 분야가 부패할 수 없다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kajhck@naver.com <998/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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