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급변하는 미 극동 정책

<김현철칼럼> 급변하는 미 극동 정책

박근혜 정부가 북한 대표단과 8.25 결과를 이끌어 낸 일은 과정이야 어땠건 참 잘 한 일이다. 우선 제 2의 6.25로 입을 우리 민족의 막대한 희생을 예방하지 않았는가! 남북 당국 모두가 진지하게 노력한 결과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지뢰폭발 사건을 놓고 북한이 진정한 의미의 사과가 아닌 ‘유감’ (우리말 사전 어디에도 ‘유감’을 ‘사과’ 비슷하게라도 풀이한 경우는 없다) 표명을 했는데도 이를 슬쩍 사과한 것처럼 너그럽게 받아들인(?) 자세는 수많은 양심파 과학자들이 ‘어뢰 폭발이 아니’라고 입증했는데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사과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모습과는 생판 다른 모습이 아닌가. 어쨌건 우리 정부가 진정으로 평화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이 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동족 간에 반드시 지속돼야 할 포용력이 있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번 사태 해결의 배경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 미사일과 미 본토를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는 전파방해체계를 비롯해, 특히 이번 남북 회담 중 북한의 50여척에 달하는 핵잠수함이 사라졌는데도 그 행방을 몰라, 한.미.일 등 여러나라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 전쟁 발발 직전의 사태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 군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당시 진행 중인 을지프리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B-52 폭격기를 출격시키려던 애당초의 계획을 취소했을 뿐 아니라, “일시”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남북한 회담이 시작(22일) 되기 전인 21일, 북한의 요구대로 을지프리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시켰음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미국과 북한의 힘 겨루기 위치가 전도된 것을 보면 어느덧 세상은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유엔사는 지난 8월13일, 북한에 영관급 회답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또다시 유엔사가 지난 21일,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대화하자”고 전통문을 발송했으나 이 역시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냉대했다.
그 뿐 아니라 지난 1월 말, 전 주한 미 대사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는 동안, 북한 관리와 만나자고 제안했을 때도 북한이 거부하자 성김 대표는 ‘행여나’ 하고 무작정 베이징에서 3일이나 북한 대표를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등, 북한이 최근 미국을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무시 일변도다.

미국이 북한의 군사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대북 경제봉쇄와 군사적 압박을 주로 구사하면서 이명박-박근혜정부와 함께 북한의 대화 제의를 철저히 무시해 오면서 북한의 붕괴만을 꿈꿔 왔었다.
그러던 미국이 8.25 합의가 이루어지자 전례 없이 성명을 내고 “남북한의 합의 도달을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자세는 지금까지의 것에서 180도 바뀐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번 8.25 합의를 가장 바라고 또 기뻐했던 건 바로 백악관이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8월 24일 발표된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관심을 대폭 축소시켜 더 이상 중국을 껄끄럽게 하는 일은 삼가겠다’는 미 국방성의 안보전략이다.
이번 중국 전승절(9월3일) 열병식 때 중국은 사거리가 1만1200㎞와 1만4000㎞에 달한다는 차세대 핵전략미사일(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이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31B’와 ‘둥펑(東風)-41’을 공개한다. 특히 ‘둥펑-41’은 10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미국에는 위협적인 무기다. 이러한 중국의 핵 능력을 안다면 당연히 미국은 이제 더 중국을 껄끄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을 이제 더 자극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전략이라면, 이제 미국이 아시아 패권을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미국의 극동정책 변화로 인해 오랜만에 남중국해의 냉전 기류가 사라진다면 일본도 이미 물밑에서 추진 중인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는 급물살을 탈 것이오, 중국과의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문제에서도 한 발짝 물러설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미 아시아 패권 유지를 위해 공을 들여 온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도 형식적으로 추진은 하겠지만 김빠진 맥주 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아시아 패권을 포기 직전까지 몰고 간 북한의 비대칭 군사력과 그에 따른 북한의 위상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월드포스트(허핑턴포스트 자매지) 8월 17일자는 ‘페르샤 만에서 북한의 조정자 역할’이라는 기사에서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이 깨질 경우에 대비해서 세계 제1의 산유국인 싸우디아라비아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월드포스트는 이날 “그렇게 싸우디와 북한과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개선된다면 싸우디와 미국의 관계는 악화되는 반면, 싸우디와 러시아는 밀착이 되고, 북한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싸우디의) 후원자가 되어, 지정학적으로 위상이 상승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싸우디나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을 방관할 미국이 아니었으나 지금은 중동의 씨리아나 예멘 사태에서 최근 보여 주듯, 미국은 이 문제마저 아무런 대책을 세울 엄두도 못 내고 있음을 말해주는 기사가 아닌가.
거기에 2위, 3위 산유국인 러시아, 이란마저 갈수록 북과의 관계를 강화해가고 있다. 북한은 특히, 이란과 러시아와는 최첨단 미사일 설계도를 건네줄 정도로 깊은 전략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에 북이 미사일 설계도를 건네주었다는 사실은 이란 국방장관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러시아도 북의 미사일 기술의 도움으로 적국의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토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거의 다 공개된 사실이다.

8.25 합의문 발표를 계기로, 미국은 북한의 군사 위협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제 남북한 냉전을 부추겨 무기 장사에 열중하는 시기는 지났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미. 북한 간 국교 정상화는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 안착에 방해 일변도의 자세만을 고집하던 지난날의 자세에서 방관적 자세 내지 협조하는 자세를 취하는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당장은 어렵겠지만 시일이 흐르면서 이제 이러한 북한의 비대칭 전쟁 수행 능력에 따르는 미국의 대 북한 자세를 올바로 파악하고, 더는 무조건 미국에 영합, 그 지시대로 움직여 과거처럼 북한의 자체 붕괴만을 고대할 게 아니라 미,일,중,러,북한 등을 상대로 균형 잡힌 경제 교류 및 외교력을 바탕으로, 그 때 그 때 남북한 7천만 한겨레의 백년대계를 놓고 현명하고도 신중한 정책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북한이 흡수 통일할 대상이 아닌 남북 화해에 따르는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 존중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할 것임은 재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선 개성공단의 남북경협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며, 교육, 학문연구, 과학기술, 스포츠, 문화 등에의 교류와 협력도 활발히 펼쳐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우리 한민족의 숙원인 조국 평화 통일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지 않겠는가!
kajhck@naver.com <990/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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