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북한을 팔아야만 유지되는 자신 없는 정부

<김현철칼럼> 북한을 팔아야만 유지되는 자신 없는 정부

북한을 구경하고 느낀 것을 써서 통일에 기여했다며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은미씨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 전국 도서관에 배포했고, 통일부 역시 같은 이유로 다큐멘타리 영화까지 찍었다. 최근 정부가 토크콘서트는 종북이라며 신씨와 황선 씨를 국보법 저촉으로 몰자 내사에 착수했던 경찰마저 신씨의 책에 “‘북한 지상 낙원’ 발언 내용이 없다”고 발표했다.
나 역시 양심에서 울어나는 글을 써 온 터라, 전 세계 여행을 즐기면서도 오래 전부터 꼭 한 번 구경하고 싶은 우리 동포들의 땅, 북한만은 억지 쓰는 사람들에게 ‘종북’으로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제쳐놓은 처지가 아니던가.
당연히 신씨의 여행기에 호기심이 생겨 혹시 내가 못들은 새로운 내용이 있나 하는 생각에서 이 분의 방북기 전문을 읽어 봤지만 여행 중 눈에 보이는 내용과 사람들과의 교류 등 외에는 어디 한군데 북한 당국을 찬양한 구절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문체부도 통일부도 경찰도 나와 똑 같이 이 책 내용은 남북통일에 기여한 것일 뿐 전혀 ‘종북’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에 동감했다는 말이다. 결국 신씨는 남북평화통일에 기여한 ‘종북’이 아닌 ‘애국자’가 옳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미국 국적을 가진 신씨를 강제 추방했다. 그렇다면 신씨를 칭찬했던 두 부처의 장관 등 관련 공직자들에게도 상응한 벌을 주었는가? 아니었다. 이건 정부가 또다시 상식 밖의 짓을 했음을 입증한 것이다.
하긴 지금까지 정부가 한 짓을 보면 많은 가짜 간첩을 만들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언론에 대대적으로 터트려 정부의 비리나 부정에 총집중하고 있는 국민의 관심을 그 쪽으로 돌려서 희석시켜 온 작태, 또는 선거에 여당이 유리하도록 북한을 파는 등 장난을 친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이던가. 그러니 정부의 이 졸렬한 짓이 일어날 때마다 놀랍기보다 또다시 코웃음이 터지곤 하는 것이다. 이번 일도 보면 한국 정부가 어떻게 엮어 봐도 신씨를 ‘종북’으로 몰 내용이 없어서 유죄가 나오기는 어렵더라는 것, 그러나 신씨를 기소까지 한 마당에 그냥 풀어 줄 수는 없고 정부의 체면이나 세우자며 강제추방이라는 억지 춘향 노릇을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게 국내에서는 정부가 무슨 거짓말을 하든 믿고 보는 수준의 일부 인사들에게는 몰라도 그 외의 인사들은 물론 해외 언론의 반응은 한국 정부의 표현의 자유마저 뭉개버리는 비민주적 행태에 다시 한 번 놀라는 결과만 주고 말았으니 신씨를 처음부터 입건한 것 자체가 패착으로 결론 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토록 북한이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자신이 없는 정부가 아닌 정상적인 정부였다면 오히려 신씨를 내세워 통일부가 다큐를 제작한 것처럼 신씨를 통일홍보대사로 활용, 전국 순회강연을 하도록 요청해서 국민들이 그동안 잘 못 생각하고 있던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이해시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인사회에서 밝힌 “정부는 통일이 이상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던가 또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입증하지 않겠는가.
허나 정부의 자세는 말만 ‘통일’ ‘통일’ 하며 국민을 속일 뿐 사실은 통일에 전혀 관심 없는 반통일 자세로 일관하는 모습만을 보인다.
오죽했으면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탈북자 출신 주성하 기자(동아일보 국제부)마저 신은미 씨 종복몰이는 ‘마녀사냥’이라 했겠는가. 주 기자는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라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 중, 잇따라 이와 같이 충격을 안겨주는 글을 써와 보수 언론인들의 양심을 치고 있다.
주기자는 지난 “11월 조선일보가 ‘신은미가 황선과 강남에서 종북 콘서트를 하고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찬양했다더라’고 보도하면서 보수층이 분노하고 나섰고, 연일 이 문제가 우리 사회를 당장 무너뜨릴 이슈라도 되는 등 연일 떠들어댔다. 또 신은미가 북한 통전부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활동한다고 낙인찍지를 않나, 개인사를 캐내지를 않나… 아무튼 이건 너무 심각했다”고 신씨를 ‘종북’으로 낙인찍어 문제를 만들어 냈던 ‘조선일보’를 질타하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지금 왜 이렇게 이성을 잃었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
주 기자는 또 “나는 연말에 이슈가 됐던 네 가지 사건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 네 가지 사건은 신은미 종북 콘서트 사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쏘니 해킹 사건, 통진당 해산 결정, 전작권 포기 등이며, 나는 이 모두를 지켜보면서 찜찜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의 글들은 ‘탈북자’ 하면 대북전단 풍선이나 띄우고 친정부 집회나 하는 사람들 정도로 여겨온,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허무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이러한 동아일보 주 기자의 글은 그가 북한의 엘리트 출신이라는 데서 진보 매체의 기자들의 같은 내용의 글에 비해 호소력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 정권이나 동아일보 자체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주 기자가 과연 얼마동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어쩔 수 없는 게 대한민국 정치 사회의 현주소다.
보수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 중 주 기자 같은 진보 성향의 언론인은 군계일학처럼 그 가치가 돋보이는 법이다.
현 정부는 잔여 임기 동안이나마 그간의 실정을 다 보상할 수 있을 만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올바른 정치를 펴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함에도 오히려 계속 거꾸로만 달리고 있으니 이 정부에 무얼 더 바라겠는가.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꼭 한 가지,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을 가진 북한과의 경제협력으로 7천5백만 온 겨레가 같이 손 맞잡고 나가는 길 뿐임을 정부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근거도 없는 추측만으로 쏘니영화사 해킹은 북한의 짓이라고 단정, 북한의 목을 졸라 현재 추진 중인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찬 물을 끼얹고 있는 미국의 반대가 힘든 장애물이 되겠지만 미일중러 4개 열강을 대등한 외교를 펼쳐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갔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업적을 돌이켜 본다면 현 정부 또한 이를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밝혔듯이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군사공격을 하기 직전 김대중은 ‘젖 먹던’ 힘을 다 해서 부시를 설득, 이 계획을 끝내 무산시킴으로 써 수백만 북한동포를 구해냈던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차세대전투기 개발 사업을 중단시킨 후 한물 간 고물 미국전투기 도입에 압력을 넣어서 35억 달러를 지출하게 만든 것이 미국이다. 어디 그 뿐인가? 차세대방공망사업이니 이지스구축함사업이니 등을 통해서 미국의 록히드 등 방위산업체들만 부자가 되게 만드는 게 미국 아닌가. 바로 남북한 간 냉전을 부추겨서 돈벌이에만 열중하는 미국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인 것이다.
물론 전적으로 미국을 등질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광주광역시 근처에 배치될 사드THAAD(Theater of High Altitude Area Defense Missile) 미사일 등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체제MD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이 방어체제가 북의 다탄두 미사일을 상대할 경우, 요격 정확도가 입증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는 것이다.
만일에 북한이 남한에 설치된 미사일방어망체제가 두려워서 이를 목표로 고성능 다탄두 미사일로 선제공격을 할 경우, 그 중 일부는 ‘사드’의 덕분에 요격할 수 있다 치더라도 일부는 여전히 목표물을 강타, 그 결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백만~수천만 생명만 눈 깜짝할 사이에 희생되는 끔찍한 비극이 발생한다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을 생각이나 해보고 정부는 미국의 한국 내 미사일방어망체제 계획을 무조건 추종하고 있는 것인가?
꽃다운 청소년 소녀 등 304명이 죽어 가는데도 현장의 경찰은 완전히 나 몰라라 손을 놓았고, 구조해 주겠다는 미군 헬기도, 그 많은 민간 구조지망자들도 모두 물리치는 미친 짓으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선박에서 빠져나올 유리창 하나 깨지 않은 체 그냥 방관만 하면서 죽어가는 학생들에게는 끝까지 “가만히 있으라”고만 되풀이해 방송, 정부가 단 한 사람도 살리지 않은 세월호 사건은 겉으로 보기에 그냥 선원 이외의 선내에 갇혀있는 전원이 죽기만 바라는 자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금 북한을 팔아 ‘종북’ 놀이나 벌일 한가한 때가 아니다. 그 보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사안을 놓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사태를 모면할까를 두고두고 고민하는 정부가 되어야 비로소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다시는 세월호의 비극 같은 일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kajhck@naver.com <959/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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