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언론인과 역사의식

<김현철칼럼> 언론인과 역사의식

영국을 살린 ‘데일리메일’ 신문의 경우

세계 제 1차 대전 발발 이듬해인 1915년 5월 21일 영국의 ‘데일리메일’ 신문은 “포탄의 비극” 이라는 사설을 시작으로 최전선에 배치된 수많은 특파원들의 생생한 현지보도, 즉 독일군에 비해 포탄과 병기들이 너무 낡았을 뿐 아니라 영국-프랑스 연합군 사이에 연락이 제대로 되질 않아 아군은 연전연패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고 전황을 정확히 분석해서 연일 대서특필한다.
‘아스퀴스(Asquith)’ 내각의 영웅이라는 육군 장관 ‘키치너(Kitchener)’ 원수 및 군부의 보도협조 요청을 받아들인 모든 신문은 일제히 데일리메일의 보도태도를 매국노의 짓으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독자들 대부분은 데일리메일 불매운동과 이 신문을 여기저기서 불태우는 운동을 벌이면서 데일리메일 사장 ‘노스클맆(Northcliffe, 1865~1922)’을 죽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데일리메일 이외의 모든 신문은 연합군이 연전연승하고 있다고 정반대로 보도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은 데일리메일이 거짓보도를 한다고 믿고 있던 터였다.
광고주도 모두 외면해 버려 진실을 보도하고 있는 데일리메일은 문 닫기 직전에 이른다. 이때 이 신문의 영업 책임자였던 노스클맆 사장의 동생 해롤드는 형의 편집자세가 옳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엄청난 재산을 진실과 국가와 민족을 위해 써야겠다고 결심, 신문의 재정을 100% 뒷받침해 사장이 마음놓고 옳은 신문을 만들도록 격려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사상자 발생으로 부상병들은 속속 고향으로 돌아왔고 이들의 증언을 통해 국민들은 데일리메일의 보도만이 진실임을 알기 시작한다.
그 결과 ‘아스퀴스’ 내각이 물러나고 ‘로이드 조지(Lloyd George)’ 내각이 들어서면서 데일리메일의 충고대로 병기개선. 증강 등 패전 요인들을 바로잡아 나갔고 드디어는 연합군의 승리를 장식한다.
한편 패전한 독일의 황제 ‘카이사(Kaiser)’는 “영국의 데일리메일 때문에 망했다” 고 원통해 했다. 그토록 죽이라고 외치던 영국 국민들은 승전 후 “연합군의 승리는 노스클맆과 로이드 죠지 내각의 덕분” 이라고 찬양했다.
인기 전술에 능해 독자들, 광고주들, 정부 및 대기업 즉 강자들의 비위나 맞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자세로 곡필아세(曲筆阿世=사실 아닌 글로 세상에 아부)하는 언론이 짧게 보면 수입도 많이 오르고 구독자 수도 많이 느는 것 같지만 결국 역사는 그 신문이 사이비 언론이었음을 입증하게 된다.
만난을 무릅쓰고 언론이 가야할 길 즉 ‘진실을 옹호하고 독자에게 알릴 의무를 다하며 항상 약자 편에 서서 꿋꿋하게 걸어가는 참다운 언론’ 만이 긴 안목으로는 독자, 국가, 민족의 지지와 존경을 받는 다는 좋은 예라 하겠다. 또 펜이 칼보다 강하다 는 말도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일컫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인들을 ‘무관(無冠=왕관이 없는)의 제왕(帝王)’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데일리메일이 정부에 반성할 자료를 주지 않고 다른 신문들처럼 군부 요청대로 진실을 은폐했더라면 영국-프랑스는 끝내 독일군의 군화에 짓밟히고 말았을 것이다.
당장 지금은 불의와 부정을 저지른 일부 뉴스메이커들로부터 ‘왜 그런 걸 썼느냐’ 고 욕을 먹더라도 훗날 역사에 ‘그 사람은 진실보도로 참다운 언론을 해 보려고 노력한 자’라는 평을 들어야겠다는 의식을 지닐 때, 보다 성실하고 알찬 언론매체를 제작해 나갈 수 있는 것이며 비로소 공과 사를 분명히 가릴 줄 아는 안목이 열리면서 독자가 두려워도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우쭐하지도 않는 보다 겸허한 언론인의 자세가 잡히는 법이다. kajhck@naver.com <895/201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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