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마이애미지역 한인사회의 옛 모습 (22)

<김현철칼럼> 마이애미지역 한인사회의 옛 모습 (22)

허리케인 ‘앤드루’ 재난 동포 구제활동

1992년 8월 24일 밤, 시속 280 킬로미터의 허리케인 ‘앤드루'(Hurricane Andrew=미 역사상 5대 허리케인 중 하나)가 우리 동포 1천여 명이 사는 남부 플로리다 마이애미 교외 홈스테드시(City of Homestead)와 싸우스 마이애미 지역을 강타, 홈스테드 시내의 형태가 사라지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사망자 26, 파괴된 건물 8만 3천동, 그에 따르는 이재민 25만 명, 홈스테드 공군기지의 완전 파괴로 인한 민간 종업원 8천7백 명 전원 실직, 전 시내 장기간 정전 사태 발생, 현장 복구를 위한 연방군과 플로리다 주 방위군 등 2만 5천명(2개 사단 병력) 긴급 투입 등의 기록을 세웠으나 다행히 우리 동포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곳 거주동포들의 피해라면 가옥 손실 2백여 채, 피해액 3천만 달러, 재난 피해 동포 수는 거주 동포 대부분인 1천여 명으로, 파괴된 가옥들은 홈스테드시 전역과 마찬가지로 마치 전쟁 직후 폭격당한 폐허 같았다. 그 중 보험 혜택을 못 받는 동포는 20 세대로 앞으로 이들의 거처 재건이 가장 큰 문제였다.
태풍이 핥고 지나 간 다음날 아침부터 현지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섭씨 37~40도가 오르내리는 불볕에서 의지할 집도 없이 목이 말라 고통 받는 동포들을 하나 씩 찾아 마실 물과 쌀, 라면, 밥을 끓일 개스 버너와 부탄개스, 몸을 식힐 얼음 덩어리, 끊긴 전력을 대신할 자가발전기, 응급 의약품, 부채, 비를 막을 합판, 타아르 페이퍼, 헌옷, 내의, 어린이 우유, 기저귀, 부인 생리대, 화장지, 담요, 모기향 등 모든 생활필수품을 공급했다.
도영수 한인회장, 이하진 이사장, 정대용, 임춘호, 이영복, 최경수 등 대책위원들은 유학생 대표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사업처도 잊은 채 며칠간을 차로 왕복 두 시간 거리의 재난 동포 구제를 위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왕복을 강행했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밝혀진 피해실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현지 한인회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임을 실감하고 플로리다 한인 역사상 재난 동포 구제를 위한 최대 규모의 대책회의가 소집됐다. 이 자리에는 플로리다 각 도시의 한인회를 중심으로, 총영사관, 현지 주재 상사지사, 종교단체, 사회단체, 취미단체, 각 대학 유학생회, 보도기관 등이 총망라되었다.
이렇게 전 동포들이 한데 뭉쳐 재해 대책에 임하게 되니 한결 일이 조직적이어서 능률이 배가 했다.
현지의 실상을 전 미국 동포 언론에 신속히 알려 멀리 사는 동포들의 구호의 손길을 유도하는 일은 바로 현지 언론(한겨레저널)을 책임지고 있는 내 몫이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연거푸 세 차례의 호외를 발행, 전 미주 보도 기관에 현지 소식을 전했다.
그 결과 각 도시의 미주한국일보, 뉴욕의 세계일보 등은 현지에서 보낸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다뤄 많은 동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시카고지역 한국일보 등 여러 보도기관이 벤추럭(Full -Size Van)에 구호금품을 가득 싣고 사흘만에 도착, 동포애를 과시했다.
또 이흥규 플로리다 한인회연합회장은 왕복 12시간을 운전, 자가발전기 한 대를 현지에 전달했으며 그밖에 잭슨빌, 게인즈빌, 올랜도, 탬파 등 플로리다 지역 한인회장 및 상공인협회장, 세탁인협회장들도 왕복 8~12시간의 거리를 벤추럭에 구호금품들을 싣고 피해지역 현장에까지 와서 전달하는 등 끈끈한 동포애를 솔선 수범했다.
남부 플로리다 지역에 자주 닥치는 허리케인 때문에 차라리 다른 주로 이주할까도 생각해 봤으나 현지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남부 플로리다 특히 마이애미 지역의 경우 지난 1930년대 초, 1960년대 초, 그리고 1992년 등 계속 매 30년마다 큰 허리케인이 한 차례씩 지나간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해마다 케리비안(Caribbean) 해역에서 평균 12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하는데 모두 마이애미 지역을 피해 가고 30 년(모두 360여개)에 그 중 큰 바람 한 개가 마이애미 지역을 할퀸다는 말이니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계는 과학이라 했으니 앞으로 2020년까지는 마이애미 지역에서 사는데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kajhck@naver.com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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