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기자의 큐바통신 <7>

김현철 기자의 큐바통신 <7>

아름다운 바라데로 해변의 물빛

아름다운 바라데로 해변의 물빛

90년 전에 비해 크게 발전한 한인 후예들
하늘빛처럼 아름답고 투명한 바다

‘마딴사스'(Matanzas)에서 20 킬로 떨어진, 마이애미 해변 보다 더 아름답다는 ‘바라데로'(Varadero), 바다 빛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만 없다면 하늘빛처럼 맑고 투명하다는 이곳 바라데로 휴양지를 거쳐 큐바의 흩어진 한인 후예들 중 가장 많이(263명) 모여 산다는 또 다른 휴양지 ‘까르데나스'(Cardenas) 시에 들렸다.
자연의 숨결을 원시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하늘빛만큼이나 투명한 바다 사이 끝없이 이어지는 백사장… 바로 큐바의 모습이다.
이 아름다운 지역들은 큐바 혁명 전에는 현재의 미국 ‘라스베가스'(Las Vegas)처럼 미국 부호들이 흥청거리던 곳이란다.

‘까르데나스’ 거주 한인들만 보더라도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농업 방직 관련 연구소 박사 등 전문직 28명이나 되는 등 옛 애니깽 농장 농부 후손들로서 이제는 안정된 가정이 많이 증가한 상태라고 한다.

큐바 전체로 보면 한국계 인사들의 성공 예가 두드러지는데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인이 약 60명, 변호사가 약 30명, 교수가 약 35 명,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이 약 40 명이니 한인 1세가 이 땅에 발을 디뎠을 때 최 말단 노예와 같은 생활을 했던 90년 전에 비하면 그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하겠다.

기자는 이 휴양지에 사는 김영옥 할머니(큐바 이름은 알데이다, 61)를 찾았다. 이 분의 이름을 한국명으로 쓰는 이유는 기자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허리를 굽실하며 또렷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김영옥입니다”하고 마치 한국 집에 들어간 듯 착각하게 만든 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말은 그게 전부였지만…

아주 젊고 활발한 몸놀림을 보여 주는 이 할머니에게는 중국인 남편 사이에 태어난 딸 ‘달리’에게서 얻은 1살 된 외손녀가 있는데 하도 귀여워서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스페인어로 “‘장미’요, 큐바 이름은 로사(Rosa)”라고 대답한다. 로사는 영어로는 Rose이니 ‘장미’라는 이름이 틀림없다. “평소에 조국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 때부터 ‘장미’라고 불러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큐바에서 태어나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조국이지만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김영옥 할머니는 외손녀의 이름을 ‘장미’라 지으면서까지 한 시도 조국을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내 가슴을 찡하게 한다.

“김영옥 할머니는 한국에 가 본 적이 있어요?”라는 질문에 평소에는 아주 활발하고 명확하게 대화를 하던 김 할머니는 꿀 먹은 벙어리인양 슬픈 표정을 짓더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무슨 수로?”하고 속삭였다. 마음속에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조국 구경이 간절하지만 그 비싼 여비를 무슨 수로 대느냐는 뜻이리라.

큐바 한인사회를 돌아 본 결과 남편(헤르니모)을 잘 만나 조국 구경을 해 본 사람은 장 끄리스띠나 할머니 정도 밖에는 없었다.
비록 이번 생애에서는 조국 구경들을 못하더라도 다음 생애에는 꼭 국내의 좋은 집안 자식으로 환생해서 평화롭게 살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다음 행선지로 옮기는 기자의 걸음걸이는 무거웠다. (계속) 2011-03-23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