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코리아타운 조성”이 한인들의 경쟁력을 높인다. <1>

<기획특집> “코리아타운 조성”이 한인들의 경쟁력을 높인다. <1>
[2008-01-08, 10:00:00] 한겨레저널

<기획특집> “코리아타운 조성”이 한인들의 경쟁력을 높인다. <1>
1. 상권의 집중화, 취약한 경제력을 극대화시킨다.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금융계의 타격이 경제 전반에 커다란 타격을 가하고 그에 따른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판매를 하고자 하는 매물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본이 있다면 지금이 부동산 구입의 적기라고 한다. 물론 바닥을 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관망파도 있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가장 저점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에서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플로리다 내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도 모두 불경기라고 한탄한다. 어느 식당을 가도 한산하기만 하고, 저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플리마켓은 더 심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손을 놓고 맥빠져 있을 때, 다음 번 파도를 타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라고 경고한다. 불경기를 극복하고 다음번 불경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한인들의 작은 자본력을 극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코리아타운의 조성은 플로리다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숙명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사는 한인들의 경제력을 집중화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코리아타운 조성 사업에 주도적으로 앞장설 예정이다. 이번 기획 특집 <“코리아타운 조성”이 한인들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상권의 집중화를 이룸으로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시킨 예를 통해 플로리다 지역에 코리아타운 조성의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

1. 상권의 집중화, 취약한 경제력을 극대화시킨다.

차이나타운, 저팬타운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민족을 꼽으라면 유태인과 중국인을 들 수 있다. 유태인들은 그들의 터전이 외적에 의해 점령당하고 정복자들에 의해 노예가 되면서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면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만들기까지 이방인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태인들이 전 세계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고,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을 지배하는 세력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연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유태인들은 유럽을 떠돌면서 유럽인들에게 온갖 멸시와 박해를 받았으며, 또 미국 내에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였지만 그러한 고난을 극복하고 세계를 주름잡는 굴지의 기업을 일구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미국 경제의 유태인 파워>의 저자 사토 다다유키는 유태인들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부와 파워를 소유하게 된 이유로, 검소함, 영리 추구, 교육열, 민족적 고난, 선민 사상, 동족애 등의 그들의 민족성을 꼽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민족성을 나라도 없는 가운데서 줄기차게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은 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였다는 사실이다. 세계 각 나라의 유랑자로서, 이등 국민의 냉대를 받는 가운데서 불가피하게 그들이 모여 살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들이 민족성을 잃지 않고 그들의 경쟁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 것이다.
중국인들도 각 나라에서 그들의 상권을 최대한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화상(華商)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어느 지역을 가도 차이나 타운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상들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규모의 자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정 지역에서 상권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미국 대도시에 가면 어김없이 형성되어 있는 차이나 타운은 중국 이민자들의 자족적인 경제 특구를 넘어 미 주류 사회로 뻗어나가는 경제 기반이 된 지 오래다. 차이나 타운은 유태인 집단 거주 지역과는 달리 거주지와 분리되어 있는 경제적 중심지이다.
일본 이민자들도 이민 초기인 메이지 시대부터 그들만의 타운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했다. 한때 캘리포니아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리틀 도쿄’같은 커다란 저팬 타운을 형성하여 이주 자녀들을 위한 일본인학교, 사찰과 교회 등의 종교 시설, 병원과 약국 등의 의료 시설 등을 갖추고 있었으나 2차 세계대전중의 일본계 강제수용의 여파로 많은 저팬 타운은 사라지거나 쇠락했다. 하지만 농업 이민으로 성공을 거둔 브라질의 경우, 상파울로 중심지인 리베르다지 지구는 지구입구에 대형 도리이가 설치되어 저팬 타운임을 표시하고 중심부에는 대규모의 일본식 정원이 꾸며져 있으며 지구내의 가로등이 제등의 모양을 띄는 등, 일본적인 정취를 살려낸 곳이다. 일본 이민자들이 경영하는 호텔, 일식 레스토랑, 서점 등이 있고 상파울루 의 주재원 및 브라질인등의 현지인들도 다수 거주한다.

LA 코리아타운의 형성

한국인들도 1970년대 초부터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서쪽 지역에 남으로는 올림픽가를 경계로 북으로는 8가와 동으로는 버몬트가, 서쪽은 웨스턴가를 경계로 한 직사각형 지역 내에 한국 동포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코리아타운이란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경계가 더욱 넓어져 남쪽으로는 피코가, 북쪽으로는 3가까지 지역이 확대되었고 금융기관과 사무실들이 밀집된 고층건물이 많은 윌셔가(Wilshire Blvd.)를 중간에 둔 로스앤젤레스의 노른자를 한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건물의 대부분은 유대인들이 주인이지만 차츰 한국인들이 큰 건물들과 주거지들을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1980년대 영사관이 코리아타운과 너무 멀리 떨어진 서쪽에 위치하였다는 동포들의 비난을 의식한 정부가 영사관을 윌셔가와 버몬트가 만나는 곳에 건물을 매입하고 이주하여 지금은 명실공히 재미한국인들의 거주 및 상권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유입되는 많은 인구와 돈으로 인해 한국인이 설립한 은행만 15개에 이르는 등 명실공히 코리아타운이며 로스앤젤레스 시의 공식지역(official district)이다. 이밖에도 뉴욕이나 버지니아, 애틀랜타 등지에 크고 작은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한인들의 상권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상권의 집중화는 경제적 이유에서 발생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집단 거주지 내지는 상권의 집중화가 필수적이면서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문화적 일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며, 그것에서 파생적으로 이익단체 내지는 커뮤니티의 구심체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 교육 단체 등이 생겨난다.
삼국통일 후 신라의 공(公), 사(私) 무역이 발달하면서 신라인의 해상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신라인들은 당나라의 해안지대에 이주하여 집단거류지를 이루었는데 이를 신라방이라 하였다. 이들 중에는 사무역에 종사하는 상인이 가장 많았으며, 신라방의 거류민을 다스리기 위해 자치적 행정기관으로 신라소(新羅所)를 설치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장보고는 해상무역을 장악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대적 의미로 볼 때 신라방은 일종의 글로벌 네트 워크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상권의 집중화를 통한 거주지의 근접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제적 이득을 도모할 수 있다. 애틀랜타의 경우 낙후된 지역에 대형 한인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침체된 그 지역의 경기가 살아나고 개발 붐이 일어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지역의 시장 선거에서 시장 후보들이 한인 단체에 찾아와 협조를 요구하고 한인들의 상권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한다.
애틀랜타의 코리아타운은 타 지역에 비해 그 변화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예를 들면 둘루스에 대형 식품점인 H-Mart가 오픈하면서 둘루스 지역은 새로운 코리아타운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개발 모델을 바탕으로 알파레타, 스와니, 커밍 지역 등으로 한인 운영 대상의 비즈니스들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호에 계속> <623>

Top